[뉴스 동서남북] 트럼프 코로나 확진...한반도 문제 미칠 영향은?

2일 한국 서울역의 대형 TV 화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신종 코로나 확진 소식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한국전쟁 ‘종전 선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판정이라는 불확실성에 휩싸였습니다. 종전 선언이 어떻게 될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다시 끄집어 낸 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 두 차례에 걸쳐 한반도 종전 선언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고, 나아가 세계질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 선언이라고 믿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종전 선언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2018년 유엔총회 이후 2년만입니다.

종전 선언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입니다. 당시 채택된 4.27 판문점 선언 3조 3항을 보면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북한은 종전 선언에 냉담한 태도로 돌아섰습니다.

미-북 스톡홀름 실무 협상이 성과없이 끝난 지 한 달 뒤인 11월 북한의 김명길 순회대사는 담화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촉구하면서 “종전 선언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종전 선언을 촉구하고 일주일 뒤인 29일, 한국의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워싱턴을 방문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종전 선언을 포함한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미-한 협의를 마친 비건 부장관은 기자들에게 북한과의 외교적 해법에 관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논의했다며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호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비건 부장관] ”We can not do ourselves, US and ROK, we need DPRK engage…”

이도훈 본부장도 미국과의 논의가 잘 됐다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도훈 본부장] “지금 주어진 상황 속에서 이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고 또 대화를 어떻게 재개를 할 것인가, 그 대화 속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양국의 공동 과제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에 논의했습니다.”

미국은 종전 선언이 성사되려면 미-북 대화가 재개돼야 하고 북한이 도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일 이번 미-한 관리들의 협의에서 종전 선언이 어떻게 논의됐느냐는 VOA의 질문에 “우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의 모든 약속에 대한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한 접근을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기회의 창이 열려있는 지금 관여에 나서야 하며, 역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도발을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We are willing to take a flexible approach to reach a balanced agreement on all of the Singapore summit commitments. But North Korea must engage now while the window is open and refrain from provocations that destabilize the region.”

이밖에도 한국의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난달 9일 워싱턴을 방문한 것을 비롯해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도 같은 달 16일 미국을 방문하는 등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미-한간 물밑작업은 상당히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종전 선언이 지난 2일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을 만났다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트위터에 자신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 인근 월터 리드 군병원에서 이틀간 입원 치료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빠르면 5일 퇴원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하더라도 한반도 문제에 신경 쓸 여유는 자연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윌리엄 브라운 교수] ”Indirectly, meaning President Trump, everyone in Washington DC distracting..”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감염은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 국무부는 폼페오 국무장관이 오는 7일 한국을 방문하려던 계획을 취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폼페오 장관이 “10월에 다시 아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그 일정을 다시 잡기 위해 작업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과 폼페오 장관의 방한 일정이 취소되면서 미국 대선 전 종전 선언을 명분으로 한 미-북 대화 재개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옥토버 서프라이즈’ 즉, ‘10월의 이변’의 분수령으로 지목됐던 폼페오 장관의 방한마저 무산되면서 남-북-미간 한반도 문제 논의 일정도 연기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원로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북한과 관련된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있을 것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박사]”North Korea, I don’t expect any October surprise...”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이라는 암초를 만난 한국의 종전 선언 추진 노력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