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북한, 위기 조성하며 한국 양보 얻어내려...김여정 역할 주목"

8일 북한 평양에서 한국의 대북 정책과 한국 내 탈북민들을 비난하는 대규모 청년학생 군중집회가 열렸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북한이 남북간 모든 통신선을 차단하겠다고 밝힌 소식을 일제히 전하며서 그 배경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한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려는 강경책일 수 있다고 분석하며 김여정의 역할에 주목했습니다. 김시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미국 CNN 방송은 9일 ‘북한이 한국과 더 이상 소통하지 않기로 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한이 한국과의 연락 채널을 사실상 전면 차단한 상황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군 통신선을 비롯한 남북간 핫라인은 서로의 행동과 의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우발적 군사 충돌을 예방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이번 통신선 차단 조치와 함께 한국을 “적”으로 규정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한국과 대립각을 세우려는 신호로 풀이하며, 북한이 위기를 조성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북한의 통신선 차단 조치가 한국 정부로부터 일종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강경책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역할이 커진 점에 주목했습니다.

지난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을 수행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북한과 좋은 관계를 바란다는 점을 악용하는 한편, 김 부부장의 권위를 내세우려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북한의 이번 조치는 김 부부장이 4일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개성공단과 남북연락사무소 철폐,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거론한 지 닷새 만에 나왔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통신선 차단은 북한이 써 온 매우 진부한 수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남북간 통신선 차단은 코로나 위기와 대북 제재 등으로 인해 북한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북한의 이번 조치를 2년 전 문 대통령이 한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북한의 대규모 군중 앞에서 연설하던 때와 비교하면 “급격한 반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2018년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 공연 중 관중을 향해 맞잡은 손을 들어 보였다.

이어 북한은 김 위원장의 대미 외교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한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이전에 미국의 압박을 무시하고 북한과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기를 바랐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중요한 자금원이었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을 원했지만, 한국이 북한에 비핵화를 먼저 이룰 것을 요구하자 한국을 대하는 태도가 거칠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NBC 방송은 북한의 이번 조치에는 대북 전단 문제에 대한 항의와 함께 향후 남북대화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깔렸을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그 동안 현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한국이 보다 더 유화적인 노선을 취하도록 압력을 넣었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아울러 이번 결정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관여했기 때문에 중요성을 더한다고 풀이했습니다.

VOA뉴스 김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