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태양절 기념 열병식은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새 지도부가 대거 참석한 가운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처음으로 육성연설을 했습니다.
[녹취:김정은 국방위 1위원장]
“나는 성스러운 선군혁명의 길에서 언제나 동지들과 생사 운명을 함께 하는 전우가 될 것이며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조국과 혁명 앞에 지닌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특히 주석단에는 김정은 체제의 권력 실세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오른쪽에는 하얀 군복 차림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리영호 총참모장, 김정각 인민무력부장, 김기남 당 비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차례대로 자리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의 왼쪽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영림 내각 총리,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 김경희 당 비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박도춘 당 비서,양형섭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강석주 내각 부총리, 김양건 당 비서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래리 닉쉬 박사는 최룡해를 김정은 체제에서 가장 주목할 인물로 꼽았습니다.
[녹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래리 닉쉬 박사]”I THINK THIS MAN’S BACK GROUND..”
최룡해는 군 출신이 아니면서도 인민군의 최고 요직인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것은 물론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고속승진했다는 겁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최룡해의 등장은 군부에 대한 노동당의 통제가 강화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전 장관] “당을 정상화 시키는 것, 그동안 김정일 체제에서는 당이 죽다시피했는데, 이것을 당의 군대로서 위치를 정상화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198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 군부는 노동당의 통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90년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군정치를 내세우면서 군부와 국방위원회에 힘을 실어주는 바람에 당의 우월적 지위는 유명무실해졌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당 출신인 최룡해를 총정치국장에 임명함으로써 군에 대한 당의 고삐를 단단히 조일 수 있게 됐다고 강인덕 전 장관은 말했습니다.
총정치국과 함께 북한 군부의 3대 핵심 조직인 인민무력부와 총참모부도 김정은에 충성하는 혁명 2세대 소장층으로 모두 물갈이 됐습니다.
즉, 인민무력부장에는 김정각, 그리고 총참모부장에는 리용호가 각각 임명됐습니다.
한국 국민대학교의 정창현 교수는 최룡해와 김정각, 리용호 세 사람 사이에 역할 분담이 이뤄져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창현 교수] “역할 분담이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군대 내에서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이 양대산맥으로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체제를 형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을 옹립하는 젊은 신군부가 등장하면서 과거 김정일을 보좌했던 노쇠한 장군들과 측근들은 하나둘씩 밀려나거나 도태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해 5월 인민무력부장을 지낸 김일철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한다”고 발표했고, 오극렬 대장과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은 2선으로 후퇴했으며, 우동측 전 국가안전보위 부장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노동당에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가 실세로 등장했습니다. 김경희는 2010년 9월에 열린 3차 당 대표자회에서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은 데 이어 정치국 위원이 됐습니다. 이어 김경희는 지난 13일 평양에서 열린 4차 당 대표자회에서는 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되기도 했습니다.다시 정창현 교수의 말입니다.
[녹취: 정창현 교수] “현재 노동당 비서국에 있는 사람들이 대개 실무형 인사들입니다. 따라서 어떤 결정을 할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없죠. 김경희가 비서국에 들어감으로써 비서국의 결정과 집행이 좀더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밖에도 김정은은 내각 경제 부총리를 지낸 곽범기를 당 비서로 임명했습니다. 경제통인 곽범기는 당 차원에서 경제 문제를 다룰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김경옥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이 군부와 당 간부 인사를 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29살 밖에 안된데다 국정경험이 없는 점을 감안할 때 노련한 장성택이 북한의 현 정국을 설계하고 이끌어 가고 있을 공산이 크다는 겁니다. 마이클 헤이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장의 말입니다.
[녹취: 마이클 헤이든 전 중앙정보국장] “POWER BEHIND THRONE…”
헤이든 국장은 정치경험이 풍부한 장성택이 어린 김정은에게 정치적, 전략적 조언과 지침을 줄 것이라며, 장성택이 실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도 이번 인사에서 장성택과 친분이 있는 인물들이 대거 전진배치된 것은 주목할 대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전 장관] “이번에 인민무력부장이 된 김정각, 최룡해도 그렇고 대체로 공안담당 인사들은 과거 장성택이 당 행정부장에 있을때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이거든요. 인맥이 닿았겠죠.”
내각에서는 최영림 총리가 유임되는 한편 리승호가 내각 부총리, 그리고 김인식은 내각 부총리 겸 수도건설위원장에 임명됐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19일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된 담화를 통해 경제는 “내각의 통일적 지휘에 따라 풀어가야 한다’고 내각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창현 교수는 김정은 체제에서는 내각의 역할이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정창현 교수] “이것은 경제와 건설 분야에서 최영림 총리를 중심으로 내각의 권위를 높이려는 것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태양절에 발맞춰 군부에 대한 당의 통제 강화와 세대 교체를 골자로 하는 일련의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그리고 이 물결을 타고 50대를 주축으로 하는 북한의 혁명 2-3세대가 대거 당, 정, 군의 상층부로 진출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부상한 새 지도부가 북한을 중국식 개방으로 끌고갈지, 아니면 기존의 병영국가 체제를 고수할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입니다.
진행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권력체계를 조망하는 `미국의 소리’ 방송의 기획보도, 내일은 네 번째 순서로 김정은 통치 하 북한의 경제회생 가능성에 대해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