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3대 세습, 후계자 김정은 시대] 6. 미국의 시각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북한의 `김정은 후계자 시대’를 전망하는 특집방송을 보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섯 번째, 마지막 순서로 북한의 3대 권력세습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미국의 바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권력 승계 움직임에 대해 줄곧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습니다.

국무부의 커트 캠벨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내부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역내 협력국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캠벨 차관보는 6일과 7일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해 북한 문제를 협의합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렇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북한 핵 문제에 관해서는 확고한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달 초 북한의 정권교체에 관한 질문에, 누가 북한의 지도자가 되든 비핵화를 선택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의 권력 승계를 사실상 공식화한 뒤에도 미국은 대북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의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는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 지도부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국익과 역내 동맹국들의 이익에 기반한다는 겁니다.

크롤리 차관보는 북한이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약속한 대로 핵 포기 의무를 이행하면 미국도 상응하는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개편된 북한 지도부가 핵 문제에 관해 전향적인 자세로 나올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입니다.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이유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다른 방향으로 정책을 끌고 나갈 것으로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는 겁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김정은이라는 인물 역시 북한체제의 산물이라며 3대 세습의 정통성은 김일성 일가의 혈족이라는 사실과 함께 김일성, 김정일의 정책을 유지한다는 데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분석은 미국 정보당국과 정책 담당자들의 공통된 견해라고 전했습니다.

미국 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이 공식 후계자가 되기 전에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 핵 문제 해결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실장의 지적입니다.

리스 전 실장은 너무 늦기 전에 북한과 다시 접촉하자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년 동안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한과 직접 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새 지도부가 김정은을 중심으로 권력을 확실히 다지는 동안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려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핵 문제의 해결 가능성 보다는 오히려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군사전문가 브루스 베넷 박사의 말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가족과 측근을 동원해 김정은을 중심으로 하는 권력구조를 당 대표자회에서 구축한 사실은 북한 정권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베넷 박사는 김정일 위원장이 이 같은 우려를 갖고 있다면 미국 역시 북한의 급변사태에 확실히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20대의 김정은이 자신보다 50살이나 나이가 많은 군부의 원로들과 당 간부들을 거느리다 보면 세대차이에서 오는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베넷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리스 전 국무부 정책실장도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에 비해 김정은의 권력세습 과정이 상당히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지도부의 권력 암투로 인해 김정은이 공식적으로 후계자 자리에 오르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후계체제 공식화로 북한 내부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하고 급변사태 유형을 세분화해 ‘개념계획 5029’에 반영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오는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두 나라 국방 당국이 이런 원칙에 합의할 것으로 안다고 한국 언론에 전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한의 권력세습을 옹호하는 듯한 중국의 주장은 오바마 행정부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NSC) 아시아 담당 선임 국장은 지난 4일 한국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워싱턴의 이런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어린 김정은이 당과 군의 주요 직책을 맡았다는 사실은 김일성 왕조가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만큼 미국이 북한의 개방개혁을 유도하려면 중국을 통해 북한과 다시 대화해야 한다는 게 중국 정부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를 차단하려는 중국 정부의 속셈이 깔려 있는 것으로 미국 정부가 판단하고 있다고 그린 전 국장은 말했습니다.

북한의 3대 권력세습 자체에 대한 워싱턴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입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래리 닉시 선임연구원입니다.

군 경험은 물론이고 정치 경험이 없는 김정은이 대장에 임명된 사실은 미국 관리들과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

닉쉬 연구원은 북한 정권의 철저한 주민통제와 권력층의 보신주의 때문에 이런 무리한 인사가 가능했다고 지적했습니다.

‘USA투데이’신문의 외교 전문기자 출신인 바바라 슬레이빈은 북한을 ‘신 세습국가’로 규정했습니다. 왕조시대도 아닌 21세기에 최고통치자가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그리고 이는 무엇보다 국가안전보위부와 강제수용소를 앞세운 주민탄압과 북한 정권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 중국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슬레이빈 기자는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