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불체자 추방 작전 2주 연기...오리건주 공화당 의원들, 환경 법안 막기 위해 잠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백악관 정원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불법체류자 추방 작전을 2주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이민 개혁 문제를 협의할 수 있게 시간을 주겠다는 겁니다. 북서부 오리건주에서 공화당 소속 주 상원의원들이 환경보호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잠적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연방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외설적 표현의 상표 등록을 허용했는데요. 관련 소식,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 ‘아메리카 나우 소식 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인 불법 체류자 추방 작전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는데, 계획을 늦췄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원래 23일부터 단행될 예정이던 불체자 추방 작전을 2주간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민주당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민주당과 공화당이 모여 이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시간을 주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 추방 작전을 진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 쪽에서 불체자 추방 계획을 강하게 비판했죠?

기자) 맞습니다. AP 통신은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21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추방 작전을 연기하도록 촉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펠로시 의장이 22일, 트럼프 대통령의 연기 발표가 나오기 전에 성명을 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공격 작전을 취소할 때 보여준 연민을 불법 체류자들에게도 보여달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습을 단행하려다, 150 가까이 사망자가 나온다는 보고를 듣고 취소했다는 얘기를 말하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이란이 미군 무인기를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작전을 세웠는데, 공격 개시 10분 전에 전격 취소한 겁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계획한 불체자 추방 작전에 대해 “비정”하다는 표현을 쓰면서, 이를 취소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추방 작전을 미뤘는데, 펠로시 의장이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네, 환영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는데요. 포괄적인 이민 개혁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면서 이번 작전의 목표가 된 불법 이민자들은 모두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어떤 사람들이 추방될 예정이었습니까?

기자) 지난 19일, 마크 모건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대행이 기자들에게 설명한 데 따르면, 법원에서 추방 명령을 받은 가족 단위 이민자들이 대상이었습니다. 모건 국장 대행은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중미에서 오는 이민자들에게 “오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특히 가족들을 겨냥하기로 했다고 말했는데요. 이번 작전은 이민 제도 개혁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추방 작전 규모가 어느 정도로 계획됐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 처음 추방 계획을 알리면서 수백만 명을 추방하겠다고 했는데요.

기자) 그 정도는 아니고요. 2천여 달하는 가족이 대상이었습니다. 휴스턴과 시카고, 마이애미,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내 주요 도시에서 23일부터 불법 이민자 검거 작전을 벌일 예정이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아침에만 해도 ICE 요원들이 법을 피해 숨은 사람들을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에 불법으로 들어와서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 사람들은 출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작전 개시 몇 시간을 남겨놓고 연기시킨 겁니다.

진행자) 이번 단속 대상이 도시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네,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등 일부 도시 시장은 이 같은 작전에 절대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ICE 요원들에게 협조하지 않겠다는 건데요.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은 ICE가 시카고 불체자 자료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라고 지시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도시 외에 애틀란타, 볼티모어, 덴버, 뉴올리언스,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이 포함됐다고 마이애미헤럴드 신문은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금 남부 국경에서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이나 망명 신청자들을 수용하는 한계가 이르렀다고 하지 않습니까? 특히 어린이들이 비위생적인 환경에 수용돼 있다며 비판이 나오는 상황인데, 불체자 가족을 검거하면 어디에 수용할 계획이었을까요?

기자) 네, 바로 그 점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는데요. 현재 불체자 수용 능력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이민 당국은 검거한 이민자들을 호텔에 임시로 수용했다가, 가족이 모이면 함께 추방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추방 계획을 몇 달 동안 고려해왔다고 밝혔지만,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나오자, 이민 당국자들 사이에서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보통 이런 작전은 비밀리에 진행하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정보가 새나갈 경우, 불법 체류자들이 숨을 우려가 있고, ICE 요원들이 단속 과정에서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이민 옹호 운동가들 쪽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주장이 나왔는데요. 이민자들 사이에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이들이 직장과 학교에 빠지게 한다며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작전이 법원에서 추방 명령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했는데요. 그런 사람이 명이나 됩니까?

기자) 트럼프 행정부는 최종 추방 명령을 받고 계속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이 1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에서 가장 많은 불법 체류자를 추방한 해는 2013년이었는데요. 당시 43만5천 명을 추방했습니다. 이민 옹호 단체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대로 수백만 명을 추방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고,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합니다.

미국 오리건 주 의회.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오리건주에서 의원들이 잠적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하는데, 무슨 얘기입니까?

기자) 네, 오리건 주의회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환경보호 법안이 통과될 상황에 처하자, 이를 막기 위해 공화당 의원들이 숨어버린 겁니다. 현재 오리건 주 상원은 18-12로 민주당이 다수당인데요. 정족수 20명을 채워야 표결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공화당 의원들이 나오지 않으면, 정족수가 부족해서 법안을 표결에 부칠 수 없는 겁니다.

진행자) 이에 대해 민주당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숨은 의원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오리건주는 주 하원 역시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고, 주지사 역시 민주당 소속인데요.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 주지사는 공화당 의원들이 해야 할 직무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브라운 주지사는 주 경찰에게 사라진 의원들을 찾아서 붙잡을 것을 지시했는데요. 아직 1명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의원들이 어디 숨어 있는 겁니까?

기자) 오리건주 사법망이 미치지 않는 다른 주에 숨어 있다고 합니다. 공화당 소속 데니스 린시컴 주 상원의원은 주 경계선을 넘어 브라운 주지사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다고 밝혔는데요. 일부 의원은 인근 아이다호주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어떤 법안인데 공화당 의원들이 이렇게 반대하는 겁니까?

기자) 주 하원 법안 2020으로 불리는 것인데요. 기업들의 재생 에너지 사용을 촉구하기 위해 나온 법안입니다.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1990년 수준의 80% 아래로 낮추는 게 목표인데요. 공화당 의원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휘발유와 디젤유 가격이 올라가고, 그러면 시골 주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린시컴 의원은 끔찍한 법안이라고 비난하면서, 자신은 선거구를 위해 일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피터 코트니 오리건 주의회 상원의장은 “매우 슬픈 날”이라면서, 잠적한 의원들에게 돌아올 것을 촉구했습니다. 공화당 의원들이 의회 출석을 거부하면서, 문제의 환경법안뿐만이 아니라, 120개 이상 다른 법안 처리도 지연되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이런 일이 전에도 있었습니까?

기자) 오리건주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지난 2001년에 당시 소수당이었던 민주당이 공화당이 추진한 선거구 조정 법안에 반대해 5일 동안 의회 참석을 거부한 일이 있었다는 건데요. 공화당 소속 팀 놉 오리건주 상원의원은 기본적으로 똑 같은 방법이라며, 민주당이 위선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숨어버린 공화당 의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됩니까? 처벌 받지는 않나요?

기자) 의회에 나오지 않으면, 하루 500달러씩 벌금을 받게 되는데요. 현재 공화당 지지자들이 벌금을 대신 내주기 위한 기금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 대법원 건물.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연방 대법원이 여름 휴회를 앞두고 여러 중요한 소송에 대한 결정을 발표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상표 등록에 관한 결정이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연방 대법원은 24일, 6-3으로 외설적인 발음이 나는 단어의 상표 등록을 허용했습니다. 문제가 된 단어는 철자가 F-U-C-T인데요. 욕설로 간주되는 단어의 과거형과 발음이 비슷해서 문제가 됐습니다.

진행자) 이번 소송 배경을 살펴볼까요?

기자) 네, 에릭 브루네티 씨라는 로스앤젤레스 출신 예술가가 낸 소송입니다. 브루네티 씨는 1990년대에 ‘FUCT’라는 이름으로 20대를 겨냥해 반바지와 티셔츠 등 평상복을 제작해 팔기 시작했는데요. ‘FUCT’는 ‘Friend U Cant’ Trust’,

‘신뢰할 수 없는 친구들’이란 영어의 단어 첫 자를 따서 만든 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2011년에 미국 특허청에 상표 등록을 하려다 거부당하자, 소송을 낸 겁니다.

진행자) 특허청이 상표 등록을 거부한 겁니까?

기자) 발음이 외설스런 표현과 비슷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부도덕하거나 충격적인 표현, 불쾌감을 주거나 불미스러운 표현의 상표 등록을 금하는 연방 법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동안 하급 법원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왔습니까?

기자) 1심 법원은 정부 쪽 손을 들어줬는데요. 항소 법원에서 이를 뒤집었습니다. 브루네티 씨의 상표가 연방 법으로 금하는 ‘부도덕(immoral)’하고 ‘불미스러운(scandalous)’ 표현에 해당하긴 하지만,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는데요. 특허청이 이 판결에 불복하면서 연방 대법원까지 오게 된 겁니다.

진행자) 대법관들 가운데 3분의 2 브루네티 편을 들었는데요. 이유가 뭡니까?

기자) 역시 표현의 자유를 들었습니다. 다수 의견을 쓴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많은 사람이 거부감을 느끼는 표현이라고 해서 정부가 그런 견해를 처벌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수 의견에 동참한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이런 표현을 법으로 금할 경우, 불법적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대법관 3명이 반대했는데, 어떤 근거로 반대한 겁니까?

기자) 네,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스티븐 브라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이 반대했습니다. 세 사람은 상표 등록에 있어서 ‘부도덕’하다는 말의 의미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점은 인정했는데요. 하지만 ‘불미스러운’ 표현의 상표 등록을 금하는 규정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외설적인 표현의 상표 등록을 거부한다고 해서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건 아니라고 말했는데요. 수정헌법 1조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외설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도울 것을 요구하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제부터 문제의 표현이 들어간 의류 판매가 허용되는 겁니까?

기자) 의류 판매는 이미 예전부터 허용됐습니다. 이번 소송은 이런 표현이 들어간 옷을 팔 수 있느냐 문제가 아니라, 상표 등록을 할 수 있느냐에 관한 거였는데요. 이번 대법원 결정에 따라 상표 등록이 가능하게 된 겁니다. 법무부는 이 표현이 유아와 아동용 의류에도 사용되고 있다며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판매가 이미 가능했다면, 소송 당사자인 브루네티 씨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기자) 이제 상표를 보호할 수 있게 됐습니다. 브루네티 씨는 그동안 상표 등록을 하지 못해 ‘FUCT’ 표현을 모방한 상품이 넘쳐났다며, 이로 인한 손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연방 대법원이 앞서 인종차별적인 표현에 대해서도 계속 사용이 가능하다고 결정한 일이 있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 2017년 연방 대법원은 ‘슬랜츠(The Slants)’란 이름의 오리건주 악단에 관한 소송이었는데요. 아시아계 남성 4명으로 구성된 ‘슬랜츠’는 악단 이름을 특허청에 상표로 등록하려다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습니다.

진행자) 당시 특허청이 거부한 이유는요?

기자) ‘슬랜츠’가 인종차별적인 표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슬랜츠’는 눈이 찢어졌다는 의미로, 아시아계를 비하할 때 많이 쓰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원들은 오히려 아시아계라는 자부심에서 쓴 표현이라며 맞섰는데요. 결국, 대법원에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악단 주장을 받아들인 겁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