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호프 힉스 전 백악관 공보국장이 19일 하원 법사위원회에 나와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힉스 전 국장은 대부분 질문에 대답을 거부했는데요. 이 소식, 먼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연방 대법원이 공유지에 세워져 있는 십자가 형상의 추모비와 관련해 문제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미국 이민 당국이 불법 이민자 가족을 우선 순위로 추방할 계획이라고 밝힌 소식,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연방 의회가 러시아 스캔들 관련 증언을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19일 하원에서 관심을 끄는 청문회가 열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호프 힉스 전 백악관 공보국장이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증언했습니다. 이날 청문회는 비공개로 8시간 가량 진행됐는데요. 지난 4월, 특검 보고서가 공개된 뒤, 전, 현직 백악관 고위 참모 가운데 의회 청문회에 나온 사람은 힉스 전 국장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힉스 전 국장, 어떤 배경을 가진 인물입니까?
기자) 올해 30살로 원래 모델 출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씨의 의류회사 홍보 일을 하다가, 트럼프기업에 들어왔고요. 이후 트럼프 선거캠프에서 공보비서를 맡았습니다. 지난해 백악관에서 나온 뒤에는 폭스뉴스 방송에서 홍보 담당 대표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힉스 전 공보국장이 이번에 청문회에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죠?
기자) 네, 법사위가 힉스 전 국장에게 소환장을 보낸 건 지난 5월이었는데요. 백악관은 힉스 전 국장에게 소환장을 무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자료 제출도 하지 말고, 증언도 하지 말라고 한 건데요. 하지만 힉스 전 국장이 2016년 대선 운동 당시 자신의 업무 활동과 관련해 일부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진행자) 법사위가 힉스 전 국장을 소환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한 특검 보고서에 힉스 전 국장이 이름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힉스 전 국장은 지난 2017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당시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했을 때, 또 2016년 트럼프타워 회동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이 나왔을 당시, 백악관 핵심 참모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진행자) 청문회가 8시간 동안 열렸다고 했는데, 힉스 전 국장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알려졌습니까?
기자) 대부분 질문에 대한 대답을 거부했다고 민주당 의원들이 전했습니다. 힉스 전 국장이 이날 개인 변호사는 물론, 백악관 소속 변호사들까지 대동하고 나왔는데요. 백악관 시절 활동에 관한 질문이 나오면, 변호사들이 번번이 이의를 제기하며 대답을 막았다는 겁니다.
진행자) 힉스 전 국장 측이 대답을 거부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기자) 백악관 측이 특검 보고서 자료와 관련해 대통령 행정 특권을 발동했기 때문입니다. 행정 특권은 대통령이 기밀 유지를 위해 자료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합니다.
진행자) 돈 맥갠 전 백악관 법률 고문 같은 경우, 행정 특권 발동에 따라, 청문회 증언을 아예 거부했죠?
기자) 맞습니다. 이 때문에 법사위가 맥갠 전 고문에게 의회모독죄를 적용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는데요. 백악관은 힉스 전 국장이 청문회에 나오긴 했지만, 전 백악관 보좌관으로서 질문에 답할 의무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완전히 면제된다는 건데요. 팻 시폴로니 백악관 법률 고문은 18일 제리 내들러 법사위원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면책특권과,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특권을 보호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힉스 전 국장에게 백악관 보좌관으로 일할 당시 활동에 관해 증언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민주당 의원들이 이런 설명을 받아들였습니까?
기자) 아니오.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데이비드 시실리니 하원의원은 완전히 면제되는 경우란 없다며, 미국인들이 완전한 진실을 알지 못하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은 힉스 전 국장의 증언을 듣기 위해 법원에 소송을 낼 계획입니다.
진행자) 민주당 의원들은 힉스 전 국장이 증언을 거부한 데 대해 이렇게 불만이 많은데요.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어떤가요?
기자) 공화당 의원들은 시간 낭비라며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스캔들과 뮬러 특검 보고서 문제가 계속 뉴스에 나오게 하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진행자) 그럼, 이번 청문회에서 새로 나온 사실은 없는 건가요?
기자) 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렇습니다. 다만 힉스 전 국장이 외국의 정보 제공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고 제리 내들러 법사위원장이 20일 성명에서 밝혔습니다. 외국 정부가 경쟁 후보의 약점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접근하면, 이를 거부하는 게 맞고, 연방수사국(FBI)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도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해 논란이 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 12일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외국에서 그런 제안이 들어오면, 일단 들어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모든 정치인이 상대의 약점을 알아내기 위해 애쓴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FBI에 알릴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14일에는 정보가 부정확하면 FBI에 알리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진행자) 힉스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오래 일한 사람 가운데 하나죠? 트럼프 대통령이 힉스 전 국장을 특별히 아꼈다고 알려졌는데요. 트럼프 대통령 반응은 없었나요?
기자)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인터넷 단문 사이트 트위터에 글을 올렸는데요. 민주당이 훌륭한 힉스 전 국장에게 지옥을 겪게 한다며 매우 슬프다고 말했습니다. 또 특검 보고서에서 완전히 무죄가 입증됐는데, 조사 결과가 마음에 안 든 민주당이 모든 걸 다시 하려 한다며, 힉스 전 국장에게 대단히 불공정하고 큰 대가를 치르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뮬러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았지만, 완전히 무죄라고 밝히지도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힉스 전 국장이 의회 청문회에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기자) 네, 지난해 2월 하원 정보위원회에 나와 증언했는데요. 당시에도 백악관에 들어와서 활동이나 정권 인수 기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의회 증언 다음 날, 힉스 전 국장의 사임 발표가 나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연방 대법원에서 십자가 추모비가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데, 어떤 얘기입니까?
기자) 네, 미국 북동부 메릴랜드주 블래던스버그에 세워져 있는 약 12m 높이 콘크리트 십자가 얘기인데요. 연방 대법원은 20일, 7-2로 이 십자가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보수 성향 대법관 5명 전원, 그리고 진보 성향 대법관들 가운데 스티븐 브라이어,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이 다수 의견에 동참했습니다.
진행자) 이 십자가가 왜 소송에 휘말리게 됐는지, 배경을 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흔히 ‘평화의 십자가’로 불리는 이 십자가는 지난 1925년에 미국 재향군인회가 1차 세계대전에서 숨진 지역 미군을 기리기 위해 기금을 모아 세운 건데요. 메릴랜드주 프린스조지카운티 출신 전몰 군인 49명의 이름이 십자가상 아래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십자가가 간선도로 교차로 한 가운데 공유지에 서 있다는 점, 또 주 정부가 세금으로 관리한다는 점이 문제가 됐는데요. 십자가는 기독교 상징이기 때문에, 국교를 정하지 못하게 금지한 수정헌법 1조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진행자) 소송을 낸 주체가 누구입니까?
기자) 지역 주민 3명과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미국인도주의자협회(AHA)’가 원고입니다. AHA는 신이 없다고 믿는 무신론자들과 신의 존재를 알 수 없다고 보는 불가지론자들이 중심이 된 단체인데요. AHA는 정부가 불법적으로 특정 종교를 지지하는 행위라며, 십자가 기념비를 사유지로 옮기거나, 종교적 의미가 없는 다른 형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법원에서는 원고들이 패소했는데, 지난 2017년, 제4 순회항소법원은 판결을 뒤집고 원고 측 손을 들어주면서 대법원까지 올라왔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이번 대법원 결정은 항소심 결정을 다시 뒤집은 건데요. 대법관들이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겁니까?
기자) 네, 다수 의견을 쓴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이 십자가가 매우 오래전에 세워진 것으로 역사적 기념비가 됐다며, 이를 철거한다면 불경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십자가는 의심할 여지 없이 기독교 상징이지만, 메릴랜드주 블래든스버그에 있는 십자가는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 조상들을 위한 상징적인 안식처이자, 지역 사회가 재향군인들과 그들의 희생을 기리는 장소가 됐기 때문에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대법관 두 명이 반대했는데요. 두 사람은 왜 반대한 겁니까?
기자) 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과 소니야 소토마요르 대법관이 소수 의견을 냈는데요. 긴즈버그 대법관은 문제의 십자가가 종교와 관련해 중립을 지킬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수정헌법 1조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습니다. ‘평화의 십자가’를 공유지에 계속 세워 둔다면, 기독교를 다른 종교 우위에 놓는 결과가 된다는 겁니다.
진행자) 이 십자가 관리를 메릴랜드주가 하고 있다고 했는데, 언제부터입니까?
기자) 사실 이 십자가는 원래 사유지에 세워졌다고 하는데요. 1961년에 메릴랜드주가 소유권을 넘겨 받았습니다. 그 뒤 주 정부가 십자가를 보전하고 주변 교통안전을 챙기는 일을 해왔는데요. 메릴랜드주 정부 관리들은 ‘평화의 십자가’가 세속적인 목적에서 세워졌고 의미 또한 세속적이라며, 아무 문제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재향군인회뿐만 아니라, 외국전쟁참전군인회 등 여러 단체가 ‘평화의 십자가’를 지켜달라고 대법원에 청원했는데요. 만약 십자가 철거 명령이 나올 경우, 알링턴국립묘지 등 다른 공유지에 있는 기념비까지 위태롭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사실 이런 종류의 소송이 처음은 아닌 것 같은데요. 전에는 어땠는지, 또 이번 대법원 결정이 앞으로 비슷한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합니다.
기자) 네, 앞서 대법원은 엇갈리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05년에 텍사스주 의사당 부지에 세워진 십계명 기념비에 대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는데요. 같은 날 켄터키주 법원에 세워진 십계명에 대해서는 철거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니까 소송에 따라 다른 건데요. 이번 대법원 결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반적으로 모든 기념비에 적용되는 게 아니고요. 이번 메릴랜드주 십자가 소송에만 효력을 갖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가 다음 주부터 불법 이민자들을 대거 추방할 예정인데요. 어떤 사람들이 대상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졌습니까?
기자) 네, 최근 미국에 불법으로 들어온 사람들, 특히 가족 단위 이민자들이 대상이라고 합니다. 마크 모건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대행이 19일, 기자들과 전화 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는데요. 아무나 추방하는 것은 아니고요. 일단 법원에서 추방 명령을 받은 사람들이 해당됩니다.
진행자) 가족 단위 이민자들을 특별히 대상으로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으로 몰려드는 망명 신청자들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모건 국장 대행은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사람들에게 “오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단 미국에서 적법한 절차를 받고 나면, 바로 추방될 테니 위험을 감수하지 말란 겁니다.
진행자) 대규모 추방 계획이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통해 처음 알려졌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수백만 명을 추방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모건 ICE 국장 대행에 따르면, 추방 규모가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몇천 명 수준이 될 거라고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가족 단위 이민자들을 신속 처리하기 위한 제도(EOIR)를 도입했는데요. 이 EOIR를 통해 심사 받은 이민자들을 주로 추방한다고 합니다.
진행자) EOIR 대상이 몇 명이나 됩니까?
기자) 6월 14일 현재 5만6천 명에 이르는데요. 그동안 1만2천800명이 이 제도를 통해 추방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궐석으로 재판을 받았는데요. 추방 당할 것을 걱정한 이민자들이 법원에 나오지 않은 겁니다.
진행자) 최근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 수가 크게 느는 상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5월의 경우, 남부 국경에서 검거된 불법 이민자 수가 14만4천 명에 달했는데요. 월간 기록으로 2006년 이후 최고입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인 13만2천 명이 국경을 넘다 붙잡혔고요. 나머지는 국경사무소에서 자진 신고했습니다. 대부분이 중미 국가 출신으로 가난과 폭력을 피해 미국에 망명을 신청하러 오는 겁니다.
진행자) 워낙 많은 사람이 밀려오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민 판사가 부족해서 망명 심사 과정이 몇 년씩 걸리고요. 불법 이민자들을 수용할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 법원 출석 날짜를 주고 풀어줍니다. 하지만 일부는 추방될 것을 우려해 미국 안에서 사라져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 내년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한다고 공식 선언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불법 이민 문제에 계속 강경한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