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2024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공화당 예비후보들 사이에 '남북전쟁'을 둘러싼 역사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이 논쟁에 가세했습니다. 미국 내 주요 도시 사무실 공실률이 관련 자료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의 사음으로 공석이 된 캘리포니아주 제20선거구 의원에 대한 보궐선거 날짜가 3월 중순으로 정해졌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2024 대선 첫 경선을 약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남북전쟁’에 대한 역사 논쟁이 이슈로 떠올랐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남북전쟁과 관련한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이 논쟁에 뛰어들면서 남북전쟁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진행자) 어떤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남북전쟁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볼까요?
기자) 남북전쟁을 영어로 '시빌워(Civil War)'라고 부릅니다. 단어 뜻대로 남북전쟁이란 미국에서 일어난 '내전'입니다. 지난 1861년 4월, 노예제를 지지하는 남부 주들이 모여서 남부연합을 형성했고, 노예제를 반대하던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미합중국으로부터의 분리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남부연합군의 포격을 시작으로 1861년부터 1865년까지 4년 동안 벌어진 전쟁을 남북전쟁이라고 부릅니다. 이 전쟁에서 60만 명 이상이 희생됐고, 결국 전쟁에서 남부연합군이 패배했습니다.
진행자) 남부연합과 북부연합이 노예제 폐지를 두고 각각 반대와 찬성 입장으로 갈린 것은 어떤 이유에서죠?
기자) 경제 기반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남부는 농업 중심의 경제였던 반면 북부는 제조업이 주력이었습니다. 농업에선 노예제가 노동력 확보에 필수였지만 공업에선 노예가 아닌 노동자가 필요했습니다. 서로 다른 경제 기반이 노예제 찬성에 대한 입장 차이를 만든 겁니다. 남부연합군이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이것이 미국 전역에서 노예제를 폐지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진행자) 남북전쟁은 지금으로부터 160년도 더 된 역사인데요. 2024 대선을 앞두고 왜 이슈로 떠오른 건가요?
기자) 논쟁은 니키 헤일리 전 대사로부터 시작됐습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 12월 유세 현장에서 '남북전쟁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에 "기본적으로 정부가 어떻게 운영되느냐의 문제"라면서 노예제 언급을 피했습니다. 헤일리 전 대사의 이런 태도가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진행자) 어째서 그런 거죠?
기자) 미국사회 뿌리 깊은 갈등의 중심에는 인종 갈등, 그 중에서도 '백인우월주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노예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남북전쟁'의 원인이 노예제 때문이었다고 인정하느냐 그렇지 않냐 하는 것은 백인우월주의, 나아가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인식을 알게 하는 가늠자 역할을 하는 겁니다.
진행자) 헤일리 전 대사에 이어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에 대해 언급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6일,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주 유세 현장에서입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남북전쟁은 끔직한 일이었다면서, "협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북부연합의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요. "만약 협상이 됐다면 당신은 에이브러햄 링컨이 누군지 몰랐겠지만, 그것은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죠?
기자) 맞습니다. 당내 대선 경선 후보인 론 디센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도대체 트럼프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링컨은 그가 해야만 하는 일을 했고, 노예제 폐지를 이끌었다. 연방을 구했다"고 말했습니다. 대표적인 '반트럼프' 인사인 리즈 체니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사회관계망에 "남북전쟁 중에 어떤 부분이 협상될 수 있었느냐? 노예제? 연방 탈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날을 세웠습니다. 학계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는데요. 대표적으로 예일대학의 데이비드 블라이트 역사학 교수는 협상에 대해 언급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초등학생 수준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남북전쟁, 그리고 노예제에 대한 논란이 보수 진영인 공화당에서 시작됐는데요. 여기에 조 바이든 대통령도 가세했군요?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8일 유세차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찾았습니다. 이날(8일)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모르는 것 같은 이들에게 내가 분명히 말한다. 남북전쟁의 원인은 노예제였다"며 "이것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이에 대해 논란을 일으킨 헤일리 전 대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동시에 겨냥한 발언입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연설한 장소도 특별하다고 하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 있는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이 발언을 했는데요. 이 교회는 지난 2015년 백인우월주의자의 총격으로 9명이 숨진 장소입니다. 그러니까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흑인 유권자들에게 상징적인 장소를 찾아 인종차별 인식을 보여준 두 후보를 강하게 비난한 겁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전쟁과 노예제 관련 논란을 2020 대선 뒤집기 논란으로 연결시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고 하죠?
기자) 맞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남부연합이 전쟁에서 패한 뒤에 전쟁의 원인은 노예제가 아니라 주 정부의 권리 문제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거짓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또다시 패배를 거짓말로 숨기려고 하는 이들이 있다"면서 "이는 2020년 대선에 대한 거짓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대선 사기' 주장을 계속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패배한 대통령이 이끄는 마가(MAGA) 공화당이 선거를 훔치려 했고, 이제는 역사를 훔치려고 한다"며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주요 도시 내 빈 사무실이 많다고 하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국제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주요 도시 내 사무실 공실률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지난 4분기 미국 주요 도시 내 사무실 공실률은 19.6%에 달합니다.
진행자) 공실률이 얼마나 높은 건가요?
기자) 무디스가 공실률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79년부터였는데요. 현재 도시에 있는 사무실 10개 중 2개가 비어있는 수준으로, 집계를 시작한 이후 4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이에 앞선 최고 기록은 지난 2021년 1분기로 당시 공실률은 19.3%였습니다.
진행자) 도시에 있는 사무실 중 빈 곳이 늘어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죠?
기자) 지난 2020년에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무디스의 분석입니다. 당시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심할 때는 도시가 아예 폐쇄되기도 하는 등 대면접촉이 제한됐습니다. 그리고 이는 근무 형태 변화를 야기했습니다. 기존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오전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하는 것이 전형적인 근무 형태였는데요. 팬데믹으로 대면접촉이 제한되면서 사무실 대신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가 확산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근무 형태 변화로 빈 사무실이 늘어났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팬데믹 국면은 지나갔는데도 재택근무 형태는 여전한가요?
기자)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2023년 정규직 노동자 중 약 13%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요. 30% 정도는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로 일하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근무란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근무를 혼합한 근무 형태를 말합니다.
진행자) 재택근무는 앞으로도 늘어날까요?
기자) 노동인력을 제공하는 플랫폼 업체 '업워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앞으로 2025년까지 노동자 3천 260만 명이 재택근무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체 노동자의 20%가 넘는 수치입니다.
진행자) 다시 공실률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빈 사무실이 늘어나면서 어느 분야가 특히 영향을 많이 받고 있나요?
기자) 물론 건물주가 가장 큰 영향을 받습니다.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면 렌트비가 낮아지면서 건물주가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부동산 개발과 건설 분야 역시 이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리고 자영업자들 역시 큰 타격을 받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사무실로 출근하면 점심시간 등에 회사 주변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식당이나 카페 등을 이용하는데요. 이를 이용하는 사람이 줄면서 결국 도시 내 식당이나 카페 등이 문을 닫는 경우가 늘게 되는 겁니다. 지난해 11월 이와 관련한 아주 상징적인 일이 있었는데요. 미국의 대표적인 대도시 중 한 곳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도심에 있는 햄버거 전문 패스트푸드 음식점인 '맥도날드'가 손님이 줄어 결국 개점 30년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진행자) 요즘엔 특히 어느 지역 도시의 공실률이 높나요?
기자) 시간에 따라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1990년대 초반에는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과 팜비치, 그리고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공실률이 높았는데요. 지금은 텍사스주에 몰려있습니다. 이 주의 휴스턴, 댈러스, 그리고 오스틴의 공실률이 가장 높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3월 중순 보궐선거가 열릴 예정이라고요?
기자) 네, 이번에 열리는 보궐선거는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기 위한 건데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8일 성명을 내고 캘리포니아주 제20선거구 연방 하원의원을 뽑기 위한 보궐선거를 오는 3월 19일로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매카시 전 하원의장의 후임을 뽑는 선거입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주 예비선거(primary vote)가 3월 5일 열리는데, 그때 함께 선거를 치르지 않는군요?
기자) 당초 뉴섬 주지사도 3월 5일 대선 예비선거 때 20선거구 연방 하원의원 선거도 함께 치르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선거구에 속한 여러 카운티는 선거를 통합해 치를 경우 혼선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는데요. 이런 요청에 따라 보궐선거일이 예비선거 2주 후인 3월 19일로 결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후보자들은 유권자들과 더 접촉하고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는 추가 시간이 주어진 겁니다.
진행자) 잠시 매카시 전 하원의장 얘기를 하고 가죠.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지난달 돌연 의원직을 은퇴했죠?
기자) 네. 지난달 6일 매카시 전 하원의장은 의원직에서 은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주도한 해임안이 통과되면서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하원의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지 두 달 만인데요. 미국의 권력 서열 3위 하원의장이 해임된 것은 1789년 미 의회 설립 후 234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진행자) 매카시 전 하원의장 얘기를 좀더 해보죠.
기자) 매카시 전 하원의장은 9선 중진으로 활동한 인물입니다. 2006년 캘리포니아주 22선거구 연방 하원의원으로 처음 당선됐고요. 이후 선거구가 조금씩 변경되긴 했지만, 출생지인 베이커스필드(Bakersfield) 지역에 기반을 두고 9번 연속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는데요. 2012년부터 2020년까지는 23선거구 연방 하원의원으로 활동하다 가장 최근인 2022년 11월, 20선거구 연방하원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연방 하원의원의 임기는 2년인데요. 이에 따라 최종 당선되는 후임자는 2025년 1월까지 매카시 전 의원의 잔여 임기를 지내게 됩니다.
진행자) 보궐선거가 열리는 선거구인 베이커스필드는 어떤 곳입니까?
기자) 베이커스필드 지역은 공화당 텃밭입니다. 베이커스필드는 주 내륙 농장 지대의 여러 카운티 일부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역대 연방하원의원 선거를 보면 매카시 전 의원이 민주당 상대 후보를 압도적인 지지율로 이기곤 했는데요. 이에 따라 20선거구의 의석은 공화당의 손에 남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만약 이번 보궐선거에서 최종 당선인이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과반수 득표를 한 후보가 없을 경우, 정당과 관계없이 상위 2명의 후보가 5월 21일로 예정된 총선거에 진출하게 됩니다.
진행자) 현재까지 후보자로 출마를 선언한 인물이 있습니까?
기자) 캘리포니아 주의원으로 있는 빈스 퐁 의원이 연방하원의원에 도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선거구에 속한 툴레어 카운티 보안관 마이크 보드로 씨와 과거 의원 후보자였던 에이비드 질리오 씨가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모두 공화당원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