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낙태 제한은 각 주가 결정해야 한다”고 밝히며 낙태권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대규모 학자금 대출 탕감 계획을 밝혔습니다. 올해 대선에서 중남미계 유권자들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가운데, 중남미 이민자 사회가 허위 정보 차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미 대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낙태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 제한은 “각 주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신 15주 이후 전국적인 낙태 금지를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연방 차원에서 낙태권을 제한하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는데요. 이와 달리 낙태권과 관련해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내용 들어볼까요?
기자) 네,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동영상에서 “많은 사람이 낙태와 낙태권에 관한 나의 입장이 무엇인지 물었다”며 “나의 견해는 이제 모든 사람이 낙태에 대한 법적 기준을 원하는 상황에서 주들이 투표나 법률 또는 두 가지 모두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며 “그들이 어떤 결정을 하든 그곳의 법이 되어야 하며, 이 경우에는 그 주의 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정확히 몇 주를 기준으로 낙태를 금지해야 한다, 이런 입장을 밝힌 건 아니군요?
기자) 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많은 주가 다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주의 (낙태 가능) 주수가 다를 것이며 일부 주는 다른 주에 비해 좀 더 보수적일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이어 “그것은 결국 사람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며 “여러분의 마음이나 종교, 신앙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만, 강간이나 근친상간,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에는 낙태 금지에서 예외로 해야 한다고 재차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번 대선에서 낙태는 외교, 이민 문제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이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 문제와 관련해서는 “불법 이민자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강경하고 분명한 입장을 밝힌 반면, 낙태 문제와 관련해서는 줄곧 말을 아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낙태권에 대한 공개적 입장을 내놓아야 할 시간이 된 겁니다.
진행자) 현재 낙태권은 연방 차원에서는 보호가 안 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22년,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보편적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면서 낙태와 관련한 헌법적인 권리도 무효가 됐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각 주가 개별적으로 낙태법 폐기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는데요. 그러니까 이번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놓은 입장은 앞서 연방대법원의 판결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겁니다. 언론은 낙태권이 워낙 민감하고 특히 여성 유권자들을 의식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법원의 판결에 관해서도 언급했나요?
기자) 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편적인 낙태권리를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대법원이 뒤집은 데 대해 “자랑스럽게 책임이 있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보수 성향의 대법관 3명을 지명하면서 연방대법원이 보수 우위 구도를 갖게 됐고 결국 2022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의 폐기로 이어지게 됐다는 겁니다.
진행자) 낙태권은 미국에서 첨예하게 의견이 나뉘는 사안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낙태를 반대하는 진영은 생명을 중시한다고 해서 ‘프로 라이프(pro-life)’, 즉 ‘친 생명’이라고 부르는데요. 주로 보수 성향의 기독교인들 그리고 공화당원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낙태를 찬성하는 쪽은 낙태권을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로 본다고 해서 ‘프로 초이스(pro-choice)’, 즉 ‘친 선택’이라고 부르는데요. 진보 성향 사람들과 민주당 진영이 주로 여기에 속합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낙태권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한 양쪽 진영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두 진영 모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강경한 낙태권 제한을 기대했던 보수 진영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입니다. 대표적인 낙태 반대 단체 ‘수전 B. 앤서니 프로라이프 아메리카’의 마저리 대넨펠서 회장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에 매우 실망했다”며 “태아와 산모는 낙태 산업의 잔인함으로부터 국가적 보호와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국적인 낙태 금지 입장을 밝히지 않은 데 대해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견에 ‘정중하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레이엄 의원은 자신이 대표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 금지법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또 트럼프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입장 표명은 앞선 선거에서 그에게 투표한 “수백만 명의 ‘프로 라이프’ 미국인들의 뺨을 때린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낙태권을 지지하는 진영의 반응도 살펴볼까요?
기자) 프로라이프 진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낙태권 옹호 단체 ‘가족계획투표’의 제니 로슨 대표는 지난 2022년 대법원 판결 이후 여러 선거를 통해 “낙태 반대 정치를 분명히 거부한” 유권자들이 “2024년에도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에게 똑같이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도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지난 2022년 대법원 결정 이후 “미국을 뒤덮은 잔인함과 혼란을 조성하는 데 책임”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많은 여성이 필요한 치료를 받기 위해 법원에 가서 허가를 구하고 먼 거리를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자신은 ‘로 대 웨이드’에서 규정한 대로 연방 차원의 낙태권 보호를 되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기된 이후, 각 주에서 낙태와 관련해 어떤 변화가 실제로 있었습니까?
기자) 공화당이 주도하는 14개 주에서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조처에 나섰습니다. 2개 주는 임신 6주가 지나면 낙태를 금지하고요. 12주나 15주, 18주 이후를 금지하는 주들도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이 주도하는 주에서는 낙태권을 보호하는 조처에 나섰는데요. 낙태 관련 법을 논의 중인 주들도 많습니다. 올해 11월 선거에서도 플로리다주와 메릴랜드주, 뉴욕주 등 여러 주에서 낙태권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을 묻는 문항이 투표용지에 오를 전망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대규모 학자금 탕감 계획을 또 발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8일 대선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매디슨을 찾아 수천만 명의 학자금 대출자들을 위한 대출 탕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대학 학위는 여전히 중산층으로 가는 티켓이지만, 그 티켓이 너무 비싸지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오늘날 너무 많은 미국인, 특히 젊은 사람들이 대학 학위를 받는 대가로 지속 불가능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며 노동자와 중산층이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는 일이 너무 부담스러워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따라서 정부가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선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새로운 계획에 따르면 소득에 관계없이 대출금 이자를 최대 2만 달러까지 탕감받습니다. 그 외 정부는 다양한 조치를 통해 400만 명 이상의 채무를 전액 탕감하고요. 1천만 명에 대해서는 최소 5천 달러를 탕감하게 됩니다.
진행자) 그러면 탕감을 받는 사람이 총 몇 명이나 되는 겁니까?
기자) 백악관은 이번 탕감 계획의 수혜자가 최소 2천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는데요. 바이든 행정부가 이전에 발표한 탕감 계획 수혜자까지 합하면 총 3천만 명이 넘는 채무자의 채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백악관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학자금 대출 탕감 계획을 내놓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2년 1인당 최대 2만 달러까지, 총 4천300억 달러 규모의 연방 학자금 대출을 탕감하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6개 주가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는데요. 이들 주는 학자금 대출 탕감 계획이 의회를 통과한 법이 아닌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추진된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또 이 계획이 주의 세수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대출을 제공하는 주 정부 기관의 수익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해당 소송이 대법원에까지 올라가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대법원은 작년 6월, 바이든 대통령의 탕감 계획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학자금 대출 탕감 계획의 근거로 삼은 이른바 ‘영웅법(HEROES Act)’은 교육부 장관에게 4천300억 달러 규모의 새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을 수립할 권한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니까 대통령의 학자금 부채 탕감 계획은 권한을 넘어섰다는 겁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소액의 부채를 탕감해 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부채 탕감 정책이 법원에서 가로막혔다면, 이번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공화당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고요. 실제로 시행에 들어갈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일단 새 계획의 일부만 11월 대선 전에 시행되는데요.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발표가 재선을 위한, 이른바 ‘선심성 공약’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발표된 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 유권자 70% 이상이 학자금 대출 탕감 문제가 2024년 대선에서 ‘중요’ 또는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는데요.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젊은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학자금 대출 탕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하지만 공화당 쪽에서는 학자금 탕감에 반대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새 계획으로 비용이 얼마나 들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비평가들은 새 계획이 인플레이션을 가중하고 수십억 달러의 연방 부채를 추가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계획으로 대출자들의 막대한 빚을 덜어줌으로써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사람들에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남미계 이민자 사회에서 허위 정보 차단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에서 중남미계 인구가 증가하면서 민주, 공화 양당 모두 중남미계 유권자들 표심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들 유권자가 대선 관련 허위 정보에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P 통신은 애리조나주와 캘리포니아주, 네바다주 등에서 스페인어 방송을 운영하는 ‘라디오 캄페시나’의 이야기를 전하며, 중남미계 이민자 사회에서 라디오 방송 등 매체를 통해 올바른 대선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 앞서서 미국 내 중남미계 유권자가 얼마나 됩니까?
기자)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11월 대선에 참여하는 전체 유권자의 14.7%에 해당하는 3천620만 명이 중남미계 유권자로 추정됩니다.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인데요. 퓨리서치센터는 지난 2020년 대통령 선거 이후 미국의 주요 인종 가운데 아시아계에 이어 중남미계가 두 번째로 빠른 속도로 성장했으며 이들은 특히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네바다 등 경합주에서 그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비중이 커지다 보니 주요 정당들이 중남미계 유권자들에게 공을 들이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누르고 승리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중남미계 유권자들의 지지 덕분이었다며, 올해도 자신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중남미계 유권자들의 지지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미 언론은 따라서 중남미계의 표가 경합주 선거 결과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문제는 중남미계 유권자들 사이에서 대선 관련 허위 정보가 많이 퍼지고 있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라디오나 동영상 등을 통해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유권자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중남미계 유권자들은 뉴스나 정보를 대부분 라디오나 팟캐스트,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접하는데, 이는 모두 오디오를 기반으로 한 매체입니다. ‘전미히스패닉미디어연합(NHMC)의 정책 고문인 다이퀴리 라이언 머카도 변호사는 AP 통신에, 오디오 기반의 정보는 전통적인 문서 기반의 정보보다 추적이 더 힘들고 대처하기도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잘못된 대선 정보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말하는 겁니까?
기자) 일부 언론과 인터넷 등에서 유통되는 거짓 정보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우편 투표는 부정투표다, 사망자가 투표했다, 투표 기계가 조작됐다는 등의 허위 주장이 포함됩니다. 또한, 이민이나 낙태 문제 등 중남미계 지역사회가 갖고 있는 두려움을 겨냥한 허위 정보도 있는데요. 특히 사회주의나 선거 부정의 역사가 있는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은 이런 정보에 더 취약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진행자) 바로 이런 허위 정보를 거르기 위해 여러 단체가 나서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머카도 변호사는 바로 이런 점에서 ‘라디오 캄페시나’ 같은 방송이 중요하다고 말했는데요. 이 방송국은 멕시코계로 미국에서 노동 운동과 민권 운동을 이끌었던 세자르 차베스 전 전미농장노동자연합 회장이 설립했으며 수십 년 동안 청취 기반을 구축해 왔습니다. AP 통신은 ‘라디오 캄페시나’는 라틴 음악을 주로 송출하는 방송이지만, 방송 출연자나 초대 가수들이 종종 잘못된 정보에 관해 토론하고, 투표에 관한 청취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한편, 우편 투표 용지 제출 방법과 같은 선거 과정과 관련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