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미국 대선 특집으로 함께 하고 계십니다. 이번 대선에서 귀한 한 표를 행사한 유권자 중에는 미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자들도 있습니다. 지난 2009년, 20살의 나이로 미국에 정착한 탈북 청년 저스틴 서 씨도 이번 대선에서 투표했는데요. 김현숙 기자가 저스틴 씨를 동행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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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미국 대선 날 아침. 미 동부 버지니아주 애쉬번의 크레이턴스 코너 초등학교에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바로 이 학교에 투표소가 차려졌기 때문인데요.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옷깃을 여미며 투표소를 찾는 유권자 중엔 오늘의 주인공 저스틴 서 씨도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스틴 씨, 주소지가 달라 1시간가량 차를 타고 이곳 투표소까지 왔다고 했는데요.
“원래는 이 동네에 살았어요. 여기서 2분 거리에 살았고요. 그러다가 알렉산드리아로 가서 1시간 거리에서 왔어요. “
저스틴 씨는 이번이 미국에서 경험하는 두 번째 대선 투표라고 했는데요. 사실 첫 번째 대선 때만큼 설레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사실 맘에 드는 사람이 없었어요. 지금도 고민하고 있어요.”
“투표용지를 받아야 최종 결정을 하게 되실까요?”
“모르겠어요. 저를 보팅할(뽑을) 수도 있어요.”
투표소로 입구로 향하는 저스틴 씨, 그런데 손에 봉투 하나가 쥐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뭔가요?”
“우편 투표 봉투요.”
“우편 투표를 신청하셨나 봐요?”
“네, 이걸 투표소로 가져와서 보이드(void, 취소)하고 다시 투표할 수 있다고 하네요. 보트(vote)를 두 번 할 수 있으니까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겠죠.”
투표소 직원에게 취소된 우편 투표 용지를 반납하며 필요한 설명도 거침없이 하는 저스틴 씨. 이제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됐습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투표를 마친 저스틴 씨가 출구에서 나옵니다.
“복잡하지 않으셨어요?”
“지난 번보다 간단했어요.”
“끝까지 마음의 결정을 못 하고 들어가셨잖아요? 투표용지를 보고 결정이 서던가요?”
“누구 할까? 마지막까지 지우고 다른 사람 할까, 그냥 나갈까, 하다가 그래도 찍긴 했어요.”
저스틴 씨는 북한에서 직접 투표한 경험은 없지만, 북한의 투표소와 미국의 투표소는 완전히 다르다고 했습니다.
“여기서는 제 신분증만 보여주고, 들어가서 작은 공간에서 혼자 아무도 못 보게 하고요. 카메라도 없고요. 내가 누구를 찍는지, 신분 그런 게 보장이 되는 거죠. 북한에서는 안전원이나 보위원이 본대요. 누구 찍고 어디에 넣는지… 안전 보장이 없는 거죠.”
북한에서는 투표의 자유는커녕 생활에서도 전혀 자유가 없었다는 저스틴 씨. 미국에 오게 된 이유도 고작 감자 몇 알 때문이었다고 했습니다.
“예상보다 빨리 탈북하게 된 건 농장에서 감자 몇 알 먹었다고… 사실 엄마가 농장에서 강제노역한 거는 엄마 거나 상관없는데, 감옥에 넣는데요. 감옥에서 죽느니 내 꿈을 위해 죽는 게 낫겠다 싶어서 탈북했어요.”
2007년 북한을 떠난 저스틴 씨는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미국에 오게 됐습니다. 2009년 6월 3일 미국 땅을 밟은 저스틴 씨. 당시 나이 20살이었습니다.
“미국 오기 전에 라오스에서 통역원한테 저희 아버지가 물어봤어요. 미국은 어떤 나라냐? 그런데 그 사람이 미국은 너무 커서 어떻다고 말하기 힘들다. 하더라고요. 전 그때 믿지 못했어요. 왜 이렇게 말하지? 그런데 실제로 와보니까 너무 커요. 하도 큰 나라고 너무 광활하다 보니 매일 배워요.”
미국에서 11년, 20대를 보내고 30대에 접어든 저스틴 씨는 이런 꿈이 있다고 했습니다.
“제 꿈은 다른 사람들처럼 잘살고 또 저처럼 위험에 처한 북한 사람들 도와주는 게 제 꿈이에요.”
그러면서 북한에 있는 주민들에게 용기를 가지라는 말도 잊지 않았는데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긴 해요. 하지만 딱 한 마디, 살아있으라는 말밖에 없어요.”
저스틴 씨는 그리고 미국 국민으로서 차기 대통령에게 이런 바람을 갖고 있었습니다.
“인종별, 문화적, 정치적 차별이 없는 위대한 미국을 만들어 주는 게 원하는 바에요.”
VOA 뉴스 김현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