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지난 3월 한인 네 명 등 여덟 명을 숨지게 한 애틀랜타 일대 휴양업소(스파) 총격범에게 ‘혐오 범죄’ 혐의가 적용됩니다. 사형을 구형할 계획이라고 검찰이 밝혔는데요.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미 동부 일부 지역에서 유류 공급 차질 사태가 벌어지는 가운데 관계 부처 장관들이 주민들에게 동요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어서, 대규모 해상 풍력 발전 사업 승인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애틀랜타 총격범에 대한 사법 처리가 진전됐군요?
기자) 네. 애틀랜타 총격범 로버트 에런 롱 씨가 11일 공식 기소됐습니다. 풀턴 카운티 대배심과 체로키 카운티 대배심이 ‘살인’과 ‘국내 테러’ 등 혐의를 명시한 기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는데요. 앞으로 구형 과정에서 ‘혐오 범죄’ 혐의를 적용해 사형을 요청할 것이라고 풀턴 카운티 검찰이 이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해당 총격 사건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되짚어보죠.
기자) 지난 3월 16일, 조지아주 최대 도시 애틀랜타 일대 스파ㆍ안마업소 세 곳에서 한 시간 사이 총격 사건이 잇따랐습니다. 첫 번째 사건은 애틀랜타 북쪽 체로키 카운티에 있는 업소에서 일어났는데요. 아시아계 여성 두 명을 포함한 네 명이 숨졌습니다. 이어서 애틀랜타 시내 업소 두 곳에서 총격이 일어나, 총 네 명이 추가로 숨졌는데요. 네 명 모두 한국계 여성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사망자 여덟 명 가운데 여섯 명이 아시아계였고, 특히 네 명은 한인이었던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 때문에, 사건 이후 현지 아시아계와 한인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는데요. 지난해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 아시아계를 이유 없이 공격하는 혐오 행위가 급증한 통계와 맞물리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현지 경찰은 롱 씨를 입건할 당시 살인 혐의 여덟 건만 적용했는데요. 초동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롱 씨가 ‘성행위 중독’을 호소한 사실을 강조해 한인 사회가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검찰은 ‘혐오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총격범 롱 씨가 “(아시아계) 인종과 (여성의) 성별을 표적으로” 희생자들 고른 사실이 인정된다고, 애틀랜타를 관할하는 풀턴 카운티 검찰 측이 이날(11일) 밝혔는데요. 이에 따라,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파니 윌리스 풀턴 카운티 검찰청장이 이날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임기 중에 사형을 구형할 일이 생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이 사건은 법정 최고형으로 단죄하는 게 옳다고 믿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혐오 범죄’ 혐의가 적용되면 어떤 게 달라집니까?
기자) ‘살인’을 비롯한 기본 혐의에서 형량이 가중(hate crime enhancements)됩니다. 조지아주의 경우, 관련 법령이 작년 7월에 공식 발효됐는데요. 윌리스 검찰청장은 “주 역사상 이(혐오 범죄 관련) 법규를 처음 적용하게 된다”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혔습니다. 다만 사건 발생 업소 세 곳 가운데, 나머지 한 곳을 관할하는 체로키 카운티 검찰의 판단은 조금 달랐습니다.
진행자) 체로키 카운티 검찰의 판단은 어떻게 다른가요?
기자) ‘혐오 범죄’ 적용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날(11일) 대배심의 기소 이후에도, “아직 (혐오 범죄 적용에 관해) 결정하는 단계”라고 밝혔는데요.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할지에 대해서도 공식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치권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보였기 때문에, 앞으로 롱 씨의 공판 과정에도 전국적인 이목이 쏠릴 전망입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사건 직후 애틀랜타를 방문하기도 했죠?
기자) 맞습니다. 사건 발생 사흘 만에 애틀랜타 현지를 방문했습니다.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는데요. 한인 희생자 유족들의 건의 사항도 접수했다고 현지 한인사회 관계자가 VOA에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서, 아시아계 주민 대상 폭력과 혐오 사건에 대응할 추가 대책을 관계 당국에 지시했습니다.
진행자) 관계 당국에 바이든 대통령이 지시한 사항,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법무부가 나서, 아시아계 대상 폭력 사건에 대한 관계 기관 활동을 조율하도록 했고요. 일반 국민들을 향한 교육을 위해, 온라인 자료집도 출범시켰습니다. 이 자료집에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백인과 흑인, 원주민, 중남미계와 동등한 미국 역사의 일원임을 밝히는 내용이 담겨있는데요. 미군에서 복무한 한인 안수산 여사와 필립 안, 랠프 안, 삼남매의 이야기 등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들 삼남매는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자녀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정치권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진행됐나요?
기자) 아시아계 대상 혐오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습니다. 지난달 상원 본회의에서 ‘코비드-19 혐오 범죄 법안(COVID-19 Hate Crimes Act)’을 표결에 부쳐, 찬성 94표대 반대 1표, 압도적인 지지로 가결했는데요. 법안 처리를 주도한 민주당 소속 메이지 히로노 의원은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에 감사를 표하면서, “아시아계 사회를 위한 우리(정치권)의 연대를 보여주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이 법안이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연방 법무부 내에 아시아계 대상 혐오 사건 검토를 급행 처리하는 직위를 새로 두도록 했습니다. 또한, 지역 경찰이 관련 사건에 대응하는 것도 법무부가 지원합니다. 혐오 범죄 자료 수집을 촉진하는 조항도 있고요.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핫라인’ 전화도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진행자) 최종 입법까지 어떤 절차가 남아있나요?
기자) 하원에서 관련 법안을 승인하고, 대통령이 서명하면 최종 입법되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관련 입법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하원 통과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정치권에서 예상하고 있는데요. 민주당은 관련 법안 처리에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고요, 공화당도 상원 채택 법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에, 하원에서도 반대할 요인은 특별히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달 중에 관련 법안 처리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동부 지역에서 유류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요?
기자) 동부 해안 지역에서 휘발유와 경유 등 가정용ㆍ산업용 연료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주에서 큰 영향을 받고 있는데요.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는 11일 주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할 조치를 진행하라고 주 정부 산하기관과 각 지역 당국에 지시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식으로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겁니까?
기자) 주유소에 기름이 아예 없거나, 판매량을 제한하는 곳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나마 공급이 원활한 지역에서는 기름값이 크게 오르고 있는데요. 해당 지역 주민들은 생활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주민들이 겪는 불편,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좀 더 자세히 전해주시죠.
기자) 조지아주 주요 도시 애틀랜타에서는 주유소마다 비축량을 소진해 영업을 중단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아직 물량이 있는 주유소라 하더라도, 판매량이 가장 많은 ‘일반유’와 ‘중급유’는 이미 동나고, 가장 비싼 ‘고급유’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마저도 ‘1인당 20달러어치’ 등으로 판매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형 군사기지 ‘포트 브래그’와 인접한, 노스캐롤라이나주 페잇빌 시내에서도 사정이 악화하고 있는데요. 이날(11일) “단골 주유소 서너 곳을 돌아다녔는데도 차에 기름을 넣을 수 없었다”고 군 관계자가 저희 VOA에 알려왔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정부도 비상 대책을 진행 중입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을 연방 정부에서도 파악하고 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관계 부처 장관들이 이날(11일)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 나와 입장을 밝혔는데요. “주유소에서 기름이 바닥나 버릴 것”을 해당 지역 주지사들이 우려하고 있는 걸 알고 있다고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이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런 상황을 틈타 “(유류에) 바가지 가격(price gouging)을 매기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일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 원인을 되짚어 보죠.
기자) 송유관 업체가 전산망 공격을 받은 여파입니다. ‘콜로니얼 파이프라인(Colonial Pipeline)’이라는 회사인데요. 동부 해안지역 주들에서 소비하는 연료 공급의 약 45%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랜섬웨어(ransomware)’ 침투 피해를 확인한 뒤, 주요 관들을 막아놓은 상태인데요. 재가동 결정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요?
기자) 제대로 송유관이 다시 작동하려면 “앞으로 며칠은 걸릴 것”이라고 이날(11일) 그랜홈 장관이 말했습니다. 그때까지는 “힘든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소비자들의 불편도 문제이지만, 산업 각 분야에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도 증가하고 있다”고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동요하지 말고, 사태 수습을 기다려달라고 업계에 당부했습니다.
진행자) 업계에서는 이 상황을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정부의 비상 대책에 따라, 산업용 연료는 철도와 육로 운송을 확대했습니다. 또한 비행기에 넣는 항공유의 경우, 일부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항공 운송해 조달하는 상황이고요. 이 같은 과정에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일부 유류세를 면제하는 등 관계 당국의 지원책도 진행 중입니다.
진행자) 송유관 업체에 전산 공격을 가한 주체는 확인됐습니까?
기자) ‘다크사이드(DarkSide)’라는 집단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습니다. 연방수사국(FBI) 등 관계 당국이 파악한 결과와 일치하는데요. 이 집단은 성명을 통해 “돈을 요구하는 것이지, 정치ㆍ경제ㆍ사회적 혼란이나 불편을 초래할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랜섬웨어’란 전산망을 공격해 중요한 정보를 묶어놓고, 풀어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악성코드를 말하는데요. 이 사건이 국제적인 현안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국제적인 현안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다크사이드’가 러시아에 근거를 둔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백악관 연설에서, 이 사건을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러시아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번 사건은 물론, 앞서 발생한 해커 공격들과도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 북동부에서 대규모 해상 풍력 발전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라고요?
기자) 네. 바이든 행정부가 매사추세츠주 앞바다에 풍력발전기를 신설하는 ‘빈야드 윈드 사업(Vineyard Wind project)’을 11일 승인했습니다. 빈야드 윈드 사업은 화석 에너지에서 청정에너지 자원으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사업으로, 연방 해역에 들어서는 첫 번째 대규모 풍력발전 시설이 될 예정입니다.
진행자)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는 겁니까?
기자) 매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 인근에 있는 섬인 마사스빈야드에서 12해리, 그러니까 약 22km 떨어진 곳에 풍력발전 터빈 총 84개가 세워질 예정입니다. 사업 규모가 30억 달러에 달하는데요. 총 800MW의 전력을 생산해 인근 4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계획입니다.
진행자) 정부가 사업 승인 배경도 설명했습니까?
기자) 뎁 할랜드 내무부 장관은 11일, "빈야드 윈드 사업은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조할 것"이며,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설비용량을 30GW 증설한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에 한 발짝 다가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할랜드 장관은 이어 "이 일자리들은 가족들을 부양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며 기후 불평등 문제도 해결하게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후세대에 청정에너지 일자리와 살기 좋은 지구를 물려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사업이 정부 승인을 받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빈야드 윈드 사업은 10여 년 전 ‘케이프 윈드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이 됐었는데요.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쪽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와 결국 무산됐습니다. 케이프 윈드 사업으로 인한 풍력발전기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바다 경관을 해친다는 비판이 컸는데요. 따라서 빈야드 윈드는 케이프 윈드의 일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터빈의 위치를 해안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변경한 건데요. 하지만, 빈야드 윈드 사업에 대해서도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누가, 무슨 이유로 반대하는 겁니까?
기자) 어업계에서 반발하고 있는데요. 북동부 해역에 풍력 발전 시설을 세우면, 가리비나 바닷가재 같은 가치 있는 해산물을 수확하는 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어업계 단체인 ‘책임 있는 연안 개발을 위한 동맹(RODA)’은 정부의 승인은 일방적인 조처라고 비난하면서, 이번 결정은 "당국이 우리의 환경과 우리 농수산물, 미국 시민보다 다국적 기업과 에너지 정치에 더 신경 쓰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다국적 사업에 더 신경 쓴다니 무슨 얘기입니까?
기자) 빈야드 윈드는 미국 재생 에너지 회사인 ‘아방그리드 리뉴어블즈(Avangrid Renewables)’와 덴마크 풍력 발전 투자업체인 ‘코펜하겐 인프라 파트너스(CIP)’가 합작해서 만든 다국적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빈야드 윈드의 라스 페더슨 최고경영자(CEO)는 "정부의 이번 결정은 하나의 사업이 아닌 새로운 산업의 시작"을 알린다며, 일자리와 경제적 혜택, 그리고 청정에너지 혁명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환경단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큰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청정에너지 연합(ACPA) 측은 정부의 승인은 "청정에너지와 우리나라에 역사적인 날"이라며 "재생 에너지가 미국에서 떠오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는데요. 또 "이제는 풍력 발전을 추진해감으로써 해외 경쟁자들을 따라잡고, 우리 전력망에서 화석 에너지로 인한 탄소를 사라지게 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