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첫 연방 정부 예산안 개요를 공개했습니다. 약 1조 5천억 달러로, 현행 예산보다 8.4% 증가한 규모인데요. 정부 정책 우선순위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대법관 증원 문제 등을 검토할 사법부 개혁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이어서, 지난해 자살이 크게 줄었다는 소식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예산안 개요를 내놨군요?
기자) 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총액 1조 5천억 달러 규모 2022 회계연도 예산안 개요를 9일 공개했습니다. 지난 1월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연방 정부 예산안을 구상해 내놓은 것인데요. 이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예산 운용과 극적으로 다른 양상이라, 주목받고 있습니다. ‘더힐(The Hill)’을 비롯한 정치 전문 매체들은 긴축 재정 시대가 가고 “큰 정부가 온 것”이라는 진단을 공통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큰 정부’가 왔다고 진단하는 근거는 뭡니까?
기자) 열다섯 개 각료급 부처 가운데, 열 한 곳의 예산이 10% 이상 늘었습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작년 2월에 내놨던 2021 회계연도 예산안 개요와 방향이 완전히 다른데요. 당시에는 10% 이상 증액된 곳이 항공우주국(NASAㆍ나사)과 보훈처, 두 곳밖에 없었고요. 대다수 부처의 지출을 감축시켰습니다. 상무부의 경우, 이전(2020) 회계연도 대비 37%나 감액 배정됐었는데요. 그 밖에 환경보호청(EPA) 27%, 국무부와 국제개발처(USAID)도 21% 줄여 잡았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번에 나온 새 예산안 개요에서 어떤 부처의 예산이 얼마나 늘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죠.
기자) 교육부 예산이 41%나 증액됐습니다. 이어서 상무부 28%, 보건후생부 23%, 환경보호청(EPA) 21%씩 증가율을 기록했는데요. 주택도시개발부(HUD) 15%, 국무부ㆍ국제개발처(USAID) 12%, 에너지부 10% 증액도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코로나 대응과 학교 정상화, 환경 보호, 저소득층 복지, 다자 외교와 국제 지원에 쓸 돈을 크게 늘린 겁니다.
진행자) 그 밖에 주목할 부분은 뭡니까?
기자) 국방 분야는 크게 늘지 않았습니다. 국방 예산은 미 연방 정부 예산의 절반을 차지하는데요. 이번 예산안 개요에서는 증가율이 2%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놓고,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 양쪽에서 동시에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양쪽에서 어떤 비판을 하고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기자) 진보 진영에서는 ‘여전히 많다’고 하고요, 공화당과 보수 진영에서는 ‘너무 적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대표적 진보 정치인인 버니 샌더스 의원이 상원 예산위원장인데요. 국방 분야 요구액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내놨습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방위 지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인데요. “그다음 열두 개 나라를 모두 합친 액수보다 (미국의 방위 지출이) 여전히 많다”고 샌더스 의원은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국방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국방 예산의 “과다 집행과 부정 등으로 펜타곤(국방부)에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을 진지하게 들여다볼 시점”이라고 샌더스 의원은 말했는데요. 민주당의 마크 포컨 하원의원도 “(국제 정세에서) 상대적으로 평화가 빠르게 증진되는 지금, 130억 달러 국방 예산 증액은 과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의 시각도 구체적으로 들어보죠.
기자) 반대로, 국방 예산 증액이 너무 적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가 소관 상임위원회 중진 의원들과 공동 성명을 내놨는데요. 2%에 못 미치는 증가율은 물가 상승과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삭감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베이징(중국 정부)과 모스크바(러시아 정부)의 적들뿐만 아니라, 우리 동맹과 동반자들에게도 안 좋은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공개한 게 예산안의 ‘개요’라고 하셨는데, 정식 예산안이 아니라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해당 예산을 어떤 사업에 얼마나 배정할지, 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자세한 세입·세출 계획은 이번에 제시하지 않았는데요. 그런 내용까지 담은 공식 예산안은 늦봄쯤에 나올 거라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사법부 개혁 위원회가 출범했다고요?
기자) 네. 연방 대법원과 사법부 전반의 개혁 방향을 연구할 위원회 구성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시했습니다. 9일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요. 사법부 개혁 위원회 운영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당시 주요 공약 사항 가운데 하나입니다. 앞으로 180일 동안 활동하면서, 공청회 등을 열어 의견 수렴도 하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180일 동안 연구할 의제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기자) ‘대법관 정원 확대’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의제로 꼽힙니다. 현재 아홉 명인데요. 인원을 늘릴 필요가 있는지 연구하는 겁니다. 그리고 ‘대법관 종신제 폐지’도 논의할 전망입니다. 현재 대법관은 한번 임명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사망 시까지 재직하는데요. 임기를 두는 방안을 살펴보게 되는 겁니다.
진행자) 위원회에는 어떤 사람들이 참가합니까?
기자) 대다수가 학자들입니다. 총 36명으로 구성됐는데요. 공동 위원장 두 명이 논의를 이끕니다. 밥 바우어 뉴욕대학교 교수, 그리고 크리스티나 로드리게스 예일대학교 법률전문대학원 교수, 이렇게 남녀 한 명씩인데요. 바우어 교수는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법률 고문으로 재직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사법부 개혁 위원회 구성을 공약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대법원의 ‘이념 쏠림’ 현상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작년 9월, ‘진보의 아이콘(iconㆍ상징)’으로 불리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타계해 공석이 생겼는데요. 민주당에서는 대선 이후로 후임자 인선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격렬한 정치적 논쟁이 벌어졌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 판사를 지명했고요. 상원 다수당이던 공화당이 곧바로 인준 절차를 주도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임 대법관 인준이 진행됐던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배럿 대법관 인준 당시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는데요. 소수당에서 전혀 찬성을 받지 못하고 대법관이 인준된 경우는 150여 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이 일에 관해,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는 취임 후 사법부 개혁 위원회 출범을 공약했습니다. 이후 대법원의 이념 균형(ideological balance)이 보수 쪽으로 크게 쏠렸는데요. 긴즈버그 대법관 생존 당시 ‘보수 5대 진보 4’였던 구도가 ‘보수 6대 진보 3’으로 크게 기울 게 된 겁니다.
진행자) 현재 대법원의 인적 구성이 어떻게 돼 있는지 들여다보죠.
기자) 먼저, 보수 성향은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있고요. 이어서 새뮤얼 얼리토, 클래런스 토머스,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그리고 여성인 배럿 대법관까지 여섯 명입니다. 가장 선임인 토머스 대법관은 조지 H.W. 부시 행정부 당시 임명됐고요. 로버츠 대법원장과 얼리토 대법관은 흔히 ‘아들 부시’로 불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입니다. 나머지 세 명은 직전 행정부인 트럼프 대통령 당시 취임했습니다.
진행자) 진보 성향 대법관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기자) 진보 쪽에서 최선임은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입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당시 취임했는데요. 만 82세로, 전체 대법관 가운데 가장 연장자이기도 합니다. 나머지 두 명,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은 오바마 대통령 당시 임명한 인물들이고요, 둘 다 여성입니다.
진행자) 대법원의 이념 균형을 따지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보수-진보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들이 대법원까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이민과 임신 중절 문제 등 다양한 사건들이 포함되는데요. 현행 대법원의 9인 체제는 남북전쟁 시절 이후 굳어진 상태입니다. 인적 구성의 변화를 주려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미국인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군요?
기자) 네. 지난해 미국에서 자살한 사람이 전년 대비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40년간 가장 큰 감소세를 보인 건데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발표한 예비 보고서에서, 지난해 미국에서 자살한 사람은 4만 5천 명이 안 된다며,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팬데믹 와중에 자살은 오히려 줄어든 거군요?
기자) 네. 많은 전문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자살 인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는데요.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겁니다. 지난해 3월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많은 사업체가 문을 닫았고요. 사람들의 외출도 제한되면서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여러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 사태로 미국인의 불안과 우울감이 고조되고 약물과 알코올 의존도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런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듯 지난해 3월 미국인의 총기 구매율이 무려 85%나 치솟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자살인구는 오히려 왜 더 줄었을까요?
기자) 정확한 원인에 대해선 아직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다만, 자살 급감은 전쟁이나 국가적인 재난 사태의 초기 단계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AP 통신은 미국 자살예방재단의 크리스틴 무티어 최고 의료책임자의 말을 인용해 모든 재난 시기에는 사람들이 서로 연대하고, 함께 한다는 지지의 메시지를 많이 표출하는 ‘영웅적인 단계(heroism phase)’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사람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심리적으로 더 강하게 뭉친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실제로 CDC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봄에 자살이 가장 극적으로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무티어 책임자는 또한, 코로나 사태로 원격 의료 서비스가 확대된 점과 자살 예방을 위한 여러 노력이 자살률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AP 통신에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자살률이 이때까지 어떤 추이를 보였습니까?
기자)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8년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정신 질환 검진 확대 등 자살 예방 노력이 효과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2019년부터 조금씩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자살이 미국인의 사망 원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됩니까?
기자) 이때까지 자살은 미국인이 사망원인 10위를 기록해왔는데요. 작년에는 11위로 떨어졌습니다. 사망자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줬겠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순위 변동이 일어난 겁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최소 34만5천 명으로 미국인의 사망원인 3위를 차지했습니다.
진행자) 지역이나 인종 간에도 차이를 보였습니까?
기자) 이번 보고서는 예비보고서로 아직 구체적인 분석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CDC는 전국적인 자살률이나 주, 연령, 성별 또는 인종에 따른 최종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진행자) 예비 보고서이긴 하지만, 자살하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니 긍정적인 소식이네요.
기자) 네. 하지만 결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무티어 책임자는 전반적으로 자살은 줄었지만, 어린이나 청소년 자살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팬데믹 영향이 뒤늦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는데요. 사람들이 팬데믹 초기의 공포는 이겨냈지만, 코로나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등 팬데믹으로 인한 상실감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겁니다. 무티어 책임자는 따라서 팬데믹이 정신 건강에 미친 영향은 시간이 좀 더 흐른 후에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