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사태 관련 미 정치권 비판 고조…'멕시코 잔류 정책' 복원 명령

조 바이든 대통령이 16일 백악관에서 아프간 상황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아프간 사태를 두고 미 연방 의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도 행정부의 미군 철수에 쓴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미 연방 법원이 ‘멕시코 잔류 정책’ 복원을 명령했습니다. 이어서 미국에서 가짜 ‘백신 증명서’ 수천 장이 적발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정권을 재탈환하자 미국 내에서 미군 철수 결정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이 16일 대국민 연설에서 “미군 철수는 국익을 위한 철수”였다고 강조했지만, 여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연방 의회에서도 공화당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도 과연 대통령이 옳은 결정을 했는지,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의원들이 어떤 점에서 미군 철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걸까요?

기자) 바이든 행정부가 철군을 매끄럽게 하지 못했고 또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아프간 정부군이 방어 능력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주를 이룹니다. 공화당 소속인 리차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은 “나는 대통령의 아프간 철군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라며 “전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이번 행정부도 철군에 따르는 결과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데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철군 결정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길 바랐다는 건가요?

기자) 버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권리를 이행하면서, 의회와 미 국민에게 계획을 제시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습니다. 버 의원은 하지만 결국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는 게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고요?

진행자) 네.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장은 정부 대응이 미흡했다고 평가했는데요. 워너 의원은 “최악의 시나리오, 그러니까 아프간 정부와 정부군이 급속도로 붕괴되는 상황 등에 대해 우리가 왜 더 잘 대비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묻기 위해, 의회 내 다른 위원회와 함께 일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또 민주당 소속으로 미 하원 감독∙조사 소위원회 소속인 테드 리우 의원은 아프간 재건을 위해 800억 달러가 넘는 미국인의 세금을 쏟아부었는데도 왜 아프간 정부군이 며칠 만에 붕괴했는지에 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의회 차원의 조사가 있을 수 있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한편,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세스 몰튼 민주당 의원은 해병대 대장 출신인데요. 15일 카불에서 일어난 일은 ‘재앙’이었다고 비판하면서 “아프간에 우리가 주둔할지 토론할 시간은 이미 지났지만, 우리의 후퇴를 어떻게 관리할지 논의할 시간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습니다. 몰튼 의원은 지난 20년간 미군이나 정보기관, 미 대사관을 위해 일한 아프간 국민들을 위한 ‘특별이민비자(SIV)’를 가속화할 것을 촉구하는 의원 가운데 한 명입니다.

진행자)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아프간 사태에 대해 언급을 했다고요?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있기 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짤막한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했는데요. 만약 자신이 계속 대통령직에 있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2월, 탈레반과의 협상을 통해 미군과 동맹군의 철군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아프간 철군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 내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철군을 지지하는 미국인이 더 많습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시카고카운슬’이 지난달 미국민 2천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는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를 지지했고요. 민주당 성향 응답자의 비율이 더 높긴 하지만, 지지 정당에 따른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진행자) 미국 내 아프간 출신 이민자들은 이번 사태를 보는 시각이 좀 다를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 주말에 이어 16일에도, 일부 아프간 이민자들은 백악관 앞에서 미국의 철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아프간 출신인 프레시타 타입 씨는 VOA에 카불에 아프간 국기 대신에 다른 깃발이 걸리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찢어졌다며, 탈레반이 아프간을 대표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고요. 또 다른 이민자인 모즈간 아로코자이 씨는 국제 사회와 미국이 아프간 국민들을 구조해주고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민자 보호 의정서(MPP: Migrant Protection Protocols)’에 따라 미국에 망명신청을 하려는 이민자들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입국하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올해 초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후 여러 전임 행정부 정책을 폐기했습니다. 망명 희망자들에 대한 ‘멕시코 잔류 정책’도 그 가운데 하나였는데요. 이를 복원해야 한다고 연방 법원이 명령했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텍사스 북부 연방 지방 법원이 지난 13일 국토안보부가 트럼프 전 행정부의 ‘멕시코 잔류 정책’을 폐기하기 전 몇 가지 중요한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이를 복원해야 한다고 명령했습니다.

진행자) 먼저 ‘멕시코 잔류 정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정책인가요?

기자) ‘멕시코 잔류 정책’의 정식 명칭은 ‘이민자 보호 의정서(MPP: Migrant Protection Protocols)’입니다. 이는 지난 2019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한 정책으로 핵심은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이민자들이 심사 기간 멕시코에서 대기하도록 한 데 있습니다. 이 전에는 일단 미국 국경 내에 들어와서 심사를 기다리도록 했다면 이 정책을 시행한 뒤에는 이들의 미국 입국을 제한한 겁니다.

진행자)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고 얼마 안 돼서 이 정책을 폐기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국토안보부는 1월 21일부터 이민자 보호 의정서 프로그램의 신규 등록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국토안보부는 지난 6월 1일 이 정책을 공식 폐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왜 폐기하기로 한 겁니까?

기자) 당시 국토안보부는 폐기 결정을 발표하면서 ‘멕시코 잔류 정책’이 이민자들을 돌려보내 대기하도록 하는 데 따른 비용과 운영 부담 등이 발생하는데, 이는 이 정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효과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여러 단체도 해당 정책으로 인해 망명 신청자들이 멕시코 북부 국경지대에서 체류하며 납치를 비롯해 각종 폭력에 그대로 노출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연방 법원이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가 폐기 결정한 정책을 다시 복원할 것을 명령한 이유는 어떤 것들이 있죠?

기자)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번 결정이 정책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중요한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인데요. 그 가운데 하나가 정책이 가지고 있는 불법 이주 억제 효과를 간과했다는 겁니다. 매튜 캐스매릭 판사는 53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에서 국토안보부가 해당 정책이 거짓 사유로 망명을 신청하는 이들이나 망명 신청을 이유로 입국한 뒤 몰래 사라지는 불법 이민 등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불법 이민자들이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경고를 국토안보부가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부분도 함께 지적했고요. 캐스매릭 판사는 이어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이 자의적이고 변덕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몇 명이 이 프로그램에 등록되어 있나요?

기자) 이와 관련해 미 CBS 방송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요. ‘멕시코 잔류 정책’에 등록된 망명 신청자 약 7만 명이 멕시코로 돌아갔습니다. 멕시코인들이 아니라 다른 중미 국가에서 온 사람들인데요. 바이든 행정부는 이후 이 가운데 약 1만 3천 명에 대해서 미국에 입국한 뒤 망명 심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렸다는 것은 이 정책 폐기 결정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으니 이를 해결해 달라고 주장하는 당사자들의 소송이 있었다는 말인데, 이번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은 누구죠?

기자)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텍사스주와 미주리주입니다. 캐스매릭 판사는 미국으로 풀려나온 이민자들이 이 지역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운전면허를 신청할 것이며 또 자녀들이 미국 학교에 다닐 것이기 때문에 이 지역 사람들이 이번 정책 폐기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진행자) 정책 복원은 이번 연방법원 판결 이후 곧바로 적용된 건가요?

기자) 캐스매릭 판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항소에 긴급 구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7일의 유예기간을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발급하는 백신 접종 카드 (자료사진)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에서 가짜 백신 접종 카드가 대거 적발됐군요?

기자) 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올 한해 적발한 가짜 백신 접종 카드가 3천 장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CBP는 남부 테네시주 멤피스 항에서 ‘가짜 백신 증명서’ 3천여 장을 적발해 압수했다고 밝혔는데요. 발신지는 중국으로 미국 내 여러 도시로 향하던 소포들이었다고 CBP는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 많은 가짜 백신 증명서가 어떻게 적발된 겁니까?

기자) 가짜 백신 접종 증명서는 120여 개의 소포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CBP 설명에 따르면 내용물을 적는 칸에는 대체로 ‘종이’나 ‘종이 축하 카드’로 적혀 있었고요. 소포 안에는 20장이나 50여 장 또는 100장 묶음으로 가짜 백신 증명서가 들어가 있었는데요. CBP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나 의료기관이 해당 증명서를 수입한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해당 증명서가 가짜임을 알아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코로나 백신을 맞으면 CDC가 발급하는 백신 접종 종이 카드를 받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가짜 접종 카드도 CDC 카드를 그대로 본떠 만들었는데요. 이름과 생년월일, 백신 제조사, 백신 접종 장소 등을 적는 칸이 있고 우측 상단에 CDC의 로고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카드에는 오타나 철자를 완성하지 못한 미완성 단어 등 오류가 많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진행자) 이렇게 가짜 백신 카드까지 수입하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미국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다중 이용시설을 출입하는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 카드를 요구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미국의 최대도시 뉴욕의 경우도 술집과 식당 이용자의 백신 접종을 곧 의무화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그렇다고 가짜 백신 증명서를 내는 건 범죄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가짜 백신을 구매 또는 판매, 사용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라고 경고했습니다. CDC나 미 보건후생부가 연방 정부 기관인 만큼 정부 기관의 인장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방법 위반이라는 설명인데요. 이런 행위는 벌금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가짜 접종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범죄 행위이지만, 공공의 안전을 해칠 수도 있는 행위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마이클 니퍼트 CBP 멤피스 항만국장은 성명에서 “만약 여러분이 백신을 맞지 않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여러분의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위조 증명서를 주문해 우리의 시간을 낭비하고, 법을 어기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진행자) 백신을 안 맞으려고 멀리 중국에서 가짜 백신 증명서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편, 정부는 국민들이 더 많이 백신을 맞도록 새로운 방침을 내놓을 예정이라고요?

기자) 네. 미 보건당국이 조만간 모든 국민에게 코로나 백신 ‘부스터샷’, 즉 추가 접종을 권고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언론들은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대다수 국민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8개월 뒤 부스터샷을 맞아야 한다는 권고를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부스터샷은 고령층과 의료계 종사자가 우선 접종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미 언론은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백신을 맞아도 감염되는 ‘돌파 감염’을 막기 위해 미 정부가 방침을 정한 것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