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주 취임 100일을 맞습니다. 미국민들의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인 것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오는데요.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오스카 시상식(The Oscar Awards)에서 중국인 클로이 자오 감독이 감독상, 한국 배우 윤여정 씨가 여우조연상을 탔습니다. 이어서, 재택근무에 따르는 직장인들의 부담도 적지 않다는 보고서 내용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주 취임 100일을 맞는군요?
기자) 네. 지난 1월 20일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주 중요한 시간표를 맞습니다. 취임 당일부터 계산해서 오는 29일로 100일째가 되는데요. 임기 초반 직무 수행에 대해, 미국민 과반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각종 여론조사 결과 나타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민 과반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조사 결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죠.
기자) 25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와 ABC 뉴스 공동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52%에 이르렀습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2%에 머물렀는데요. 같은 날(25일) NBC 뉴스가 발표한 조사에서는 ‘지지한다’가 53%로 조금 더 높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39%로 더 낮게 나왔습니다. 역시 같은 날 나온 CBS 뉴스 조사에서는 ‘지지한다’가 58%에 이르렀고요, ‘지지하지 않는다’는 42%를 기록했습니다.
진행자)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기자) 직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비하면 훨씬 좋은 성적입니다. 워싱턴포스트 조사를 기준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0일 시점에 ‘지지한다’는 응답이 42%에 불과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52%로 나왔으니까 10%P나 높은 겁니다. 하지만, 그 이전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모자란 수치입니다.
진행자) 그 이전 대통령들은 취임 100일 시점 지지도가 훨씬 높았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69%였는데요. 52%인 바이든 대통령보다 17%P 높았습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63%,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59%를 기록했었는데요. ‘아버지 부시’라고 불리는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은 71%,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73%까지 올라갔습니다.
진행자) 현안에 관해서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죠.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걸 잘하고, 어떤 걸 못했다고 미국민들이 평가하고 있습니까?
기자) ‘코로나 사태 대응’과 ‘경제’, 그리고 ‘국민 통합’에는 평가가 좋습니다. 우선, 코로나 대응에 관해 워싱턴포스트 조사에서는 64%, NBC 뉴스 조사에서는 69%가 ‘지지한다’고 답했고요. 경제는 워싱턴포스트 조사 52%, NBC 뉴스 조사에서도 52%로 과반 지지율이 집계됐습니다. 국민 통합의 경우 NBC 뉴스 조사 응답자 52%가 ‘지지한다’고 답했는데요. 반면 ‘남부 국경 이주자’ 문제, ‘세금과 정부 지출’, ‘총기 현안’ 등은 불만족스럽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진행자) 불만족스럽다는 응답이 나온 분야들도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죠.
기자) ‘남부 국경 문제’를 잘못 처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가장 두드러집니다. 최근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몰려드는 이주자가 급증하는 사태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특히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자들이 열악한 환경에 수용돼 있는 게 시급한 현안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해당 사안에 관한 지지율이 워싱턴포스트 조사에서는 37%, NBC뉴스 조사의 경우 33%로 더 낮게 나왔는데요. 이 문제는 지난달 말 진행한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최대 쟁점이었습니다. 이후 주요 당국자들은 관련 사안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잘못한 부분을 지금 고쳐나가는 상황이라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 밖에 지지율이 낮은 분야는 어떤 것들인가요?
기자) ‘총기 현안’에 대해 지지율이 34%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NBC 뉴스 조사에 나타났습니다. 최근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규제 행정 조치들을 발표했는데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 여론과 총기 소유 자유를 옹호하는 여론, 양쪽 모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같은 조사에서 ‘세금 문제와 정부 지출’에 관한 지지율도 44%로 절반에 못 미쳤습니다.
진행자) ‘세금 문제와 정부 지출’은 구체적으로 어떤 게 현안인가요?
기자) 대기업과 고소득자들이 ‘공정한 몫(fair share)’을 부담하게 하겠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습니다. 크게 두 가지 방향인데요. 첫째, 트럼프 행정부에서 크게 내린 법인세율을 다시 올리고, 둘째, 연간 소득 4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공화당의 반대가 완강한 상황이라 의회에서 관련 입법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데요. 증세를 하더라도 폭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주당 내 중도파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제안한 2조 달러 규모 사회 기간시설(infrastructureㆍ인프라) 투자 계획의 재원 마련과 연계된 사안이라, 특히 관심이 높습니다.
진행자) 대외 관계에 대한 평가는 없습니까?
기자)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국 관계를 처리하는 방식을 지지하는지 NBC 뉴스 조사에서 물었는데요. ‘지지한다’는 응답이 35%에 머물러,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습니다.
진행자) 야당인 공화당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100일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기자) “(나라를) 매우 불안정하게 만드는 대통령이었다고 본다”고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평가했습니다. 25일 ‘폭스뉴스 선데이(Fox News Sunday)’에 출연해서 한 말인데요. 특히 대외 정책은 “재앙”이었고, 경제에는 “젖은 담요”를 던져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젖은 담요(wet blanket)’라는 표현은 무언가를 ‘망치는 사람’을 뜻합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 시점의 이런 평가들에 관해,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조만간 구체적인 입장과 향후 계획 등 밝힐 예정입니다. 오는 28일 상ㆍ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데요.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입니다. 대내적으로는 인프라 투자 계획과 총기 규제 등 근거 입법에 관한 정치권의 협조를 다시 한번 요청할 것으로 보이고요. 대외적으로는 기후 변화 현안 등에 대한 국제 공조 등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올해 오스카 시상식이 거행됐군요?
기자) 네.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세계적인 영화상, 오스카 시상식(The Oscar Awards)이 25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됐습니다. 가장 관심을 끈 작품상은 ‘노매드랜드(Nomadland)’가 차지했는데요. 쇠락한 기업 도시에 살던 여성이 홀로 자동차를 타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이번 시상식은 93회째를 맞은 오스카 역사에서 가장 다양성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째서 다양성이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옵니까?
기자) 유색인종과 여성들이 주요 분야 수상자가 됐습니다. 우선, 감독상을 중국인 여성 영화인, 클로이 자오 감독이 차지했는데요. ‘노매드랜드’를 만든 사람입니다. 오스카 감독상을 여성이 받은 것은 자오 감독이 두 번째인데요. 유색인종 여성의 경우 최초입니다. 아울러, 한국인 배우 윤여정 씨가 여우조연상을 탔습니다. 한국인이 오스카 연기 분야 수상자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작년 오스카 시상식에서도 한국 영화인들이 주목받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기생충’이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비롯해 4개 부분을 석권하면서, 봉준호 감독 등이 화제의 중심에 섰는데요. 연기 분야에는 후보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윤여정 씨가 여우조연상을 받으면서, 한국인 최초 기록을 세운 건데요. 1957년 열린 제30회 시상식 이후 아시아 출신 여자 배우가 오스카상을 탄 것도 처음입니다.
진행자) 윤여정 씨가 어떤 인물이고, 어느 작품의 연기로 상을 받은 건가요?
기자) 윤 씨는 만 73세로, 현재 북한 지역인 개성 태생입니다. 한국에서 다양한 연기와 방송 활동을 해온 인물인데요. 결혼 후 10여 년간 미국에 살기도 했습니다. 현재도 아들들이 미국에 거주 중인데요. 최근에는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번에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 역할을 연기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아 오스카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진행자) '미나리'는 어떤 영화입니까?
기자) 과거 미국 아칸소주로 이주한 한인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삭 정 감독의 자전적 작품인데요. 스티븐 연 씨 등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미국 이민 가정들이 겪는 현실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노매드랜드’에 밀려 수상에는 실패했습니다.
진행자) 윤여정 씨는 어떤 수상 소감을 밝혔나요?
기자) “운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시상식 직후 로스앤젤레스 주재 한국 총영사 관저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밝힌 소감인데요. 1등만을 원하는 경쟁은 원치 않는다고 털어놨습니다. 윤여정 씨가 이 과정에서, 자신과 이름이 같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김여정 부부장 이야기가 왜 나온 겁니까?
기자)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오스카상을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한 겁니다. 농담조였는데요. 김여정 부부장이 북한에서는 영향력이 큰 인물이니까, 자신이 오스카상을 탔다고 갑자기 대단한 사람이 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앞으로 특별한 계획은 없다면서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하다가 죽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직장인들의 재택근무가 많이 늘었는데요. 여기에 따르는 비용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요?
기자) 네.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근무하는 재택근무는 긴 통근 시간을 줄이고 비용 절감 등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원격 근무에 숨은 비용이 따른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는데요.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주거비 등 원격 근무로 인해 늘어나는 비용을 분석해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원격 근무로 주거비 부담이 어떻게 늘어난다는 겁니까?
기자) 사람들이 집에서 일하려면 집 안에 작업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큰 집을 찾는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지난 2013년에서 2017년 인구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가족 구성원 가운데 원격근무자가 한 명이라도 있는 경우, 가계 지출에서 집 대출금이나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적으로 더 많았다고 분석했는데요. 보고서 공동 저자인 크리스토퍼 스탠턴 하버드경영전문대학교 교수는 집 월세를 1천 달러를 낸다고 치면, 집에 원격 근무자가 있는 경우 월세가 약 1천70달러로, 평균 약 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보통 가계 지출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꽤 높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따라서 소득이 적은 가정에선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인데요. 스탠턴 교수는 집에 원격 근무자가 있을 경우 원격 근무자가 없는 가정과 비교했을 때 주거비가 20% 이상 더 들 수 있다며 평균 소득이 절반 하위에 속하는 사람들에겐 꽤 큰 지출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숨어 있는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기자) 보고서는 직장 측에서 보조해주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직원들의 재택근무로 절감된 사무실 운영비 등을 직원들의 주거비 지원금으로 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스탠턴 교수는 설명했는데요. 장기적으로 직원들의 근무환경이 좋을 때 생산성도 좋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원격 근무가 코로나 사태로 새로 생겨난 근무 형태는 아니죠?
기자) 아닙니다. 원격근무는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를 포함해, 직장이 아닌 외부장소에서 일하는 모든 근무 방식을 포함하는데요. 이전부터 조금씩 확산해가다가 코로나 사태로 대중화가 이뤄지게 됐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미국에서 원격근무를 하는 직장인은 약 500만 명으로 집계됐는데요. 약 1년 만에 재택근무자의 숫자는 7천50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진행자)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 원격 근무자들이 다 현장 복귀를 하게 될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뉴욕 렌셀러폴리테크닉대학교의 티머시 골든 교수는 팬데믹은 사람들의 원격근무에 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며, 지난 1년간 원격근무의 효율성이 입증되면서 원격근무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포드자동차 등은 팬데믹이 끝나도 원격근무를 고수할 방침을 밝힌 바 있는데요. 필수직원들은 현장 근무를 하고 다른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는 식의 혼합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고 골든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반면에 재택근무가 증가하는 데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없습니까?
기자) 물론 있습니다. 플로리다국제대학의 라비 가젠드란 교수는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고, 새 팀을 꾸리고, 함께 일해보지 않은 사람들과 일을 할 때 재택근무는 큰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원격 근무를 하면 기업들이 타지역이나 해외에서 더 적은 비용으로 인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노동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요. 가젠드란 교수는 또 기업들이 현장 사무실을 축소함으로써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