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연방 대법원 조직 개편 논의가 공론화됐습니다. 대법관을 기존 아홉 명에서 열세 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15일 공개했는데요. 하지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위원회 연구가 끝날 때까지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세한 상황 살펴보겠습니다. 흑인 노예 후손들에게 배상하는 조치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투표권 제한 정책에 반대하는 기업들의 움직임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대법관 증원 논의가 공론화됐다고요?
기자) 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대법관 증원 법안을 공개했습니다. 15일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 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발표했는데요. 오래도록 유지된 대법원 조직의 근간을 바꾸는 내용이라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사법부 전반을 개혁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 공약의 일환이기도 한데요. 얼마 전, 학자 중심으로 구성된 초당적 사법부 개혁 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마련한 법안,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대법관 수를 네 명 늘리는 게 핵심입니다. 현재 아홉 명인 것을 총 열세 명으로 확대하는 건데요. 에드 마키 상원의원, 제리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 등 민주당 상ㆍ하원 중진의원들이 법안 작성을 주도했습니다. 아울러 행크 존슨, 먼데어 존스 하원의원 등이 공동 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마키 상원의원은 “공화당이 (작년에)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을 임명함으로서 대법원의 다수파를 훔쳤다”고 이날(15일)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이 정치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이런 흐름에서 탈피하려면, 인적 구성을 새롭게 하는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대법관 정원 아홉 명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돼온 겁니까?
기자) 150년 넘도록 변함이 없습니다. 남북 전쟁 당시였던 1869년 이래 아홉 명으로 유지하고 있는데요. 그전에는 정원이 늘었다 줄었다 했습니다. 2대 존 애덤스 대통령 재임 당시에는 대법관이 다섯 명이었던 적이 있고요. 16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시절에는 열 명까지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법에 따라 대법관 정원을 변경할 수 있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헌법에 대법관 수를 몇 명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지 않아서요. 관계 법령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법관 수를 정하는 권한은 의회에 있는 건데요. 연방 대법원이 공식 출범한 게 1789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대법관 여섯 명으로 시작했는데요. 의회에서 만들어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서명한 ‘사법부 구성에 관한 법’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진행자) 150년 넘도록 아홉 명으로 유지된 대법관 수를 민주당 쪽에서 왜 늘리려는 겁니까?
기자) 대법원의 ‘이념 쏠림’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현재 총 아홉 명 가운데 보수 성향 여섯 명, 진보 성향 세 명입니다. 보수 쪽에 크게 기운 상태인데요. 이민 문제와 보건 관련 사안, 그리고 임신 중절 같이 보수-진보 양측의 이견이 팽팽한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작년부터 대법관 증원(court-packing) 요구가 민주당과 진보 진영에서 고조됐는데요. 대법관 전체 인원을 늘려서, 진보 성향 대법관이 더 들어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들자는 겁니다.
진행자) 지난해부터 대법관 증원 요구가 고조된 계기는 뭔가요?
기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타계가 직접적 계기였습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진보의 아이콘(iconㆍ상징)’으로 불리던 인물인데요. 대선을 채 두 달도 안 남긴 9월에 세상을 떠나면서, 대법원에 공석이 생겼습니다. 그러자 민주당은 대선 이후로 후임자 인선을 미루자고 했습니다. 대선에서 나올 민심을 반영해, 차기 대통령이 지명권을 행사하도록 하자는 주장이었는데요.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보수 성향인 배럿 연방판사를 지명했습니다. 당시 상원 다수당이었던 공화당은 즉각 배럿 신임 대법관을 인준했는데요. 긴즈버그 대법관 생존 당시 ‘보수 5대 진보 4’였던 구도가 ‘보수 6대 진보 3’으로 바뀌게 된 겁니다.
진행자) 현재 아홉 명 안에서 인적 구성을 바꿀 방법은 없는 겁니까?
기자) 사실상 없습니다. 대법관 지명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고, 상원의 인준을 받아 임명하는데요. 한 번 임명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사망 시까지 재직하는 종신직입니다.
진행자) 그럼, 이번에 공개한 대법관 증원 법안이 조만간 채택될까요?
기자) 당분간은 입법화되지 못할 전망입니다. 일단, 민주당 지도부가 시점상 부적절하다며,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딕 더빈 상원 법사위원장이 이날(15일) 공동 성명을 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앞서 출범시킨 사법부 개혁위원회에서 연구가 끝날 때까지 관련 법안을 표결하지 않겠다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공화당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관련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대법관 정원 확대 시도를 하지 말라고,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가 여러 차례 민주당 측에 경고해왔는데요. 대법원의 체계가 오랜 전통을 통해 잘 자리 잡아 왔기 때문에 “사법부의 구조나 운영에 관해 연구가 필요한 사항은 없다”고 매코넬 대표는 주장했습니다. 만일 민주당 측이 이런 상황을 바꾸려고 하면, 극심한 정치적 논쟁과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은 대법관 증원 법안 처리에 협조할 의사가 없다는 말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매코넬 대표가 지난주에 관련 성명도 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대선) 선거운동 당시 (정치적 논쟁의) 온도를 낮추고, 분열된 나라를 통합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상기시켰습니다. 이어서 “그게 진심이라면, 위험하고 한물간 (대법관 증원) 구상에 산소를 주입하는 행위를 멈추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대법관 증원에 대해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not a fan)”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과 사법부 체계 전반을 개혁할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따라 지난 9일, 위원회 구성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위원회는 180일 동안 활동하면서, 대법관 ‘정원 확대’ 외에 ‘종신제 폐지’ 등을 연구하는데요. 공청회 등을 열어 의견 수렴도 하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흑인 노예 후손들에게 배상하는 조치가 추진 중이라고요?
기자) 네. ‘흑인 노예 후손 배상 연구법안(H.R. 40)’이 14일 하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찬성 25표, 반대 17표로 가결돼 본회의에 송부됐는데요. 배상 문제를 연구할 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입니다. 제리 내들러 법사위원장은 “오래전에 입법돼야 했던 사안”이라면서, 앞으로 위원회 구성을 통해 “국가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합니까?
기자) “노예제도 시행 시절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들이 받아온 잘못된 처우, 그리고 ‘짐 크로(Jim Crow) 분리정책’을 비롯한 구조적 인종차별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영향”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내들러 위원장은 말했는데요. 열세 명으로 구성되는 위원회는 해당 논의의 결과물과 치유 방안 등에 관한 제안을 의회에 제출하게 됩니다.
진행자) 그런데 찬성이 25표, 반대가 17표였으면 반대 의견도 상당히 있었네요?
기자) 맞습니다. 공화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해서, 이날(14일) 밤늦게까지 안건 토론이 이어졌는데요. 공화당에서는 표결에 참여한 전원이 반대했습니다. 짐 조던 공화당 간사는 국민 세금이 투입될 배상 논의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는데요. “노예 제도의 악행에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일반 주민)들의 돈을 거둬서, 노예 제도의 악행을 전혀 겪지 않은 사람(후손)들에게 주자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때늦은 움직이라는 게 공화당의 시각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역사적 맥락에서 정부의 책임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고 반박했는데요. “단지 수표(배상금)에 관한 게 아니”라고, 법안 작성을 주도한 실라 잭슨 리 의원이 강조했습니다. “역사와 사리 분별에 관한 것”이라며, “(흑인 사회의) 고통을 무시하지 말라”고 말했는데요. 리 의원은 흑인 여성 정치인입니다.
진행자) 공화당의 시각에 따르면, 왜 이렇게 때늦은 움직임이 진행되는 겁니까?
기자) 입법 요구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지난 1989년 처음으로 존 코니어스 하원의원이 관련 법안을 제안했는데요. 지금까지 32년 동안 상임위원회 표결 과정도 거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상임위에서 표결하고, 통과가 된 건데요. 지난해 조지 플로이드 씨 사망 사건 이후 흑인과 소수인종 사회에서 고조된 ‘조직적 인종 차별’ 철폐 요구가 뒷받침된 것으로 주요 언론이 해설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최종 입법이 될까요?
기자)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하원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상원의 관문이 남아있는데요. 미치 매코낼 상원 공화당 대표는 해당 법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앞서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 문제에 대해 일반 여론은 어떤가요?
기자) 현금 배상에는 반대 여론이 높은 실정입니다. 지난 2019년 AP통신이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29%만 찬성했는데요. 인종별로 의견이 크게 갈립니다. 흑인 응답자 가운데서는 찬성률이 74%로 높아졌고요. 백인은 15%에 머물렀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에서 여러 유명 기업이 투표권 제한과 관련해 목소리를 냈다고요?
기자) 네. 수백 개에 달하는 미국 기업이 유권자들의 투표를 힘들게 하는 ‘투표권 제한 움직임’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이들 기업 대표들은 14일 뉴욕타임스(NYT)에 전면 광고를 내고 "민주주의는 아름다운 미국의 이상"이라며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선 모두를 위한 투표권이 보장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기업이 성명에 동참했습니까?
기자) ‘아마존’과 ‘구글’, ‘스타벅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대표들이 대거 동참했습니다. 성명을 주도한 사람은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 경영인 두 명인데요. 금융서비스 기업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를 이끌었던 켄 쉐놀트 전 CEO와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의 켄 프레이저 CEO입니다.
진행자) 기업 CEO들이 성명에서 뭐라고 밝혔습니까?
기자) 성명은 "우리는 모두 투표권을 수호하고, 유권자들이 표를 행사하는 데 있어 공평하고 공정한 기회를 가로막는 차별적인 법안을 반대하는 데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성명은 또한, 특정 정당에 치우치지 않는 ‘초당파적’이라고 밝히면서 투표권 제한 움직임이 일고 있는 특정 지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진행자) 현재 어떤 주에서 투표권 제한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까?
기자) 조지아와 텍사스, 미시건 등에서 공화당 의원들 주도로 투표 요건을 강화하거나 우편 투표를 제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조지아주는 최근 공화당이 장악한 주 의회가 부재자 투표 시 신분증 확인을 강화하고, 부재자 투표 신청 기한을 단축하는 한편, 투표하려고 줄을 선 유권자들에게 음료와 음식 제공을 금지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런 조처가 왜 논란이 되는 겁니까?
진행자) 투표권 제한에 대한 시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선, 공화당과 보수 진영에선 투표를 너무 쉽게 하면, 부정과 불법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정한 선거를 위해 투표를 더 까다롭게 하자는 입장이고요. 반면, 민주당과 진보 진영에서는 우편투표나 부재자투표를 어렵게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흑인이나 중남미계 등 소수계 인종의 투표를 더 힘들게 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소수계 유권자들의 경우, 민주당 지지 성향이 더 강합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민주당에선 투표권 제한에 반대하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런 반대의 목소리가 이제 정계를 넘어 재계까지 확대되고 있는 건데요. 이번 성명에는 기업 CEO들 외에 유명 투자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유명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씨, 그리고 지난해 대선에서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 등도 개인 자격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진행자) 조지아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코카콜라’와 ‘델타항공’, ‘홈디포’ 등은 앞서 조지아주의 투표권 제한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는데요. 이번 성명에 동참했는지요?
기자) 아니오. 이번에는 빠졌습니다. 앞서 이 세 회사는 투표권 제한 반대 입장을 공화당 측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은 바 있는데요. 뉴욕타임스는 이들 기업의 경우 앞서 후폭풍을 경험한 탓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는데요. 이 사안에 대해 다시 입장을 밝힐 필요를 못 느꼈을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기업들이 연대해서 투표권 제한에 반대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기자) 네. 이달 초에는 ‘타켓’과 ‘우버’ 등 100여 개 유명 기업 대표들이 유권자들의 투표권 제한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낸 바 있는데요. 당시 성명을 주도한 ‘시민연대(Civic Alliance)’ 측은 ‘강한 민주주의는 기업들에도 이롭다’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투표권 수호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달에는 흑인 기업인들이 공동 서한을 발표하고, 공화당이 일부 주에서 흑인들의 투표를 의도적으로 제한하려는 시도에 대해 기업인들이 더 강력히 규탄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