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현행 회계연도 난민 수용 상한선을 기존 1만5천 명에서 6만2천500명으로 높인다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했습니다. 원래 기존 숫자를 유지하려다가 비판이 고조되자 방침을 바꾼 건데요.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패배가 “큰 사기”라고 또다시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대형 아시아계 미국인 단체 발족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난민 수용 한도를 크게 늘린다고요?
기자) 네. “이번 회계연도 미국의 연간 난민 수용 상한선을 6만2천500명으로 수정한다”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3일 성명을 통해 밝혔습니다. 기존 1만5천 명이었던 걸 네 배로 늘린 숫자인데요. “이전 행정부가 설정한, 역사적으로 낮은 숫자를 철폐하는 것”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1만5천 명 기존 상한선은 “난민을 환영하고 지원하는 미국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이날(3일) 이런 성명을 낸 배경은 뭡니까?
기자) 원래 기존 숫자 1만5천 명을 유지하겠다고 했다가, 이민 단체와 민주당 의원 일부 등이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약 2주 전인 지난달 16일, 바이든 대통령이 현행 2021 회계 연도에 난민 수용 상한선 1만5천 명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큰 논란이 일었는데요. 1만 5천 명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설정한 규모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진행자) 이민 단체와 민주당 의원 일부가 뭐라면서 반발했습니까?
기자) ‘약속 위반’이라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바이든(대통령)은 이민을 환영한다고 약속했다. 국민은 그 약속에 기반해 그에게 투표한 것”이라고, 민주당 내 대표적 진보 정치인인 알렉산드라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이 강조했는데요. 일한 오마르 의원도 같은 입장을 밝혔고요. 딕 더빈 상원 법사위원장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습니다.
진행자) ‘약속 위반’이라면, 바이든 대통령이 난민 수용과 관련해 어떤 약속을 했었나요?
기자) 난민 수용을 크게 늘리겠다고 대선 과정에서 공약했습니다. 지난 2월, 차기 회계연도 난민 수용 상한선을 12만5천 명으로 높이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는데요. 그러나, 이번 회계연도에는 기존 행정부가 설정한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던 겁니다.
기자) 당초 기존 숫자를 유지하기로 했던 것은 왜 그랬다고 합니까?
기자) 이전 정부 난민 정책 시행 과정에 문제점이 많아서, 점검할 시간을 버는 차원으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난달 ABC 인터뷰에서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이민 분야에서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난민 수용)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파악한 “난민 시스템은 많은 사람이 기대하던 자원, 방법, 효과적인 절차 면에서 제대로 남은 게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하지만 이번에 방침을 바꾼 것은, 기존 결정이 잘못됐다고 정부가 인정한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정당한 판단이었지만, “옳지 않은 메시지”를 줬다고 백악관 관계자들이 언론에 밝혔는데요.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이 새롭게 내놓은 발표는 “난민 수용이 미국의 세계적 입지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 점을 강조했는데요. 이날(3일) 성명에서 “세계 곳곳에서 고통받는 난민들이 새로운 삶의 시작을 고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들의 마음속에서 의문을 제거해주는 행동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발표에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민주당에선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습니다. “난민들을 보호하고 재정착을 제공하는 우리(미국)의 자랑스럽고 초당적인 전통을 유지해나가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이 이날(3일) 평가했는데요. 주요 이민단체들도 지지 성명을 잇달아 내놨습니다.
진행자) 야당인 공화당에선 뭐라고 합니까?
기자)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화당 내 보수 하원의원 모임인 ‘공화 연구위원회(RSC)’가 트위터에 입장문을 올렸는데요. 현재 “20년 만에 가장 많은 불법 이주자가 몰려드는" 상황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와중에 바이든 대통령은 난민 수용 한도를 400% 올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스스로 초래한 위기”가 명백하다면서 “확실히 의도적”이라고 적었습니다.
진행자) 현행 회계연도에 새로 설정한 6만2천500명 상한선을 채울 수 있을까요?
기자)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9월 말에 마감하는 회계연도가 불과 다섯 달도 채 안 남았기 때문인데요. “이번 발표가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에 나왔다”고 진보 정책 연구기관인 ‘케이토 연구소(Cato Institute)’ 측이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발표 시점이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의 입장은 뭡니까?
기자) 정부에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슬픈 현실은 (이번 회계연도 남은 시간에) 6만2천500명 수용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3일) 성명에서 밝혔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상한선을 제시한 것은 “미국의 난민 수용 능력 확장으로 가는 길을 여는 것”이고, “다음 회계연도에 계획한 12만5천 명 목표를 성취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번 회계연도에 난민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지 전망치가 나온 게 있습니까?
기자) “6만2천500명 상한선에서 4분의 1이라도 채우면 행운일 것”이라고 케이토 연구소 측은 내다봤습니다. 그러니까, 기존 상한선이었던 1만 5천 명보다 낮은 숫자가 될 거라고 전망하는 건데요. “난민 수속에 관여하는 기구들의 업무가 이미 가중된 상황”이어서, 수용을 늘리려면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 관해 언급했군요?
기자) 네. “2020년 실시된 부정 대선은 오늘부터 앞으로 ‘큰 사기(THE BIG LIE!)’로 기억될 것”이라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일 성명을 통해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작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했지만,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크게 패했는데요. 투ㆍ개표 과정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부정행위가 벌어졌다면서,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다시 한번 그런 입장을 확인한 겁니다.
진행자) 작년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되짚어보죠.
기자) 전체 득표수에서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700만 표 이상 앞섰습니다.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선거인단 확보 수에서도 격차가 컸는데요. 바이든 당시 후보가 306명을 차지한 반면,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232명에 그쳤습니다. 이런 결과를 지난 1월 6일 연방 의회에서 공식 인증하면서 바이든 당시 후보가 당선인 지위를 확정했는데요. 트럼프 당시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해, 인증을 방해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한번 대선 결과를 부정한 데 대해,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소속 정당인 공화당 내에서 강한 비판이 나왔습니다. “2020년 대선은 도둑맞지 않았다”고 리즈 체니 하원의원이 이날(3일) 트위터에 적었는데요. “누구라도 이 선거가 ‘큰 사기’였다고 퍼뜨리는 사람은 법치 원칙을 배반하는 것이고, 우리의 민주주의 체계에 해악(poisoning)을 끼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비난한 겁니다.
진행자) 체니 의원이 어떤 인물인가요?
기자)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입니다. 서열로 치면 하원에서 당내 3위에 해당하는데요.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맏딸이기도 합니다. 올해 초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 소추안이 하원에서 가결됐을 당시,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 열 명 가운데 한 명인데요. 공화당 강경 보수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 측은 탄핵에 찬성한 체니 의원에게 의원총회 의장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의장직을 사퇴했나요?
기자) 아닙니다. 소속 의원들의 재신임을 받았는데요. 지난 2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진행된 불신임안 표결 결과 찬성 61표, 반대 145표를 기록한 것으로 관계자들이 언론에 밝혔습니다. 표결 결과가 나온 직후 체니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공화당)는 분열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체니 의원은 같은 당 소속이지만, 정치적으로 갈등 관계였다고 볼 수 있겠네요?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체니 의원 낙선운동에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는데요. 공화당에서 체니 의원에게 맞설 예비후보가 나오면, 공식 지지할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공개 발언을 한 게 오래간만인 것 같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로 소통 창구로 활용하던 인터넷 사회연결망 계정들이 의사당 습격 사건 전후, 잇따라 운영 정지되거나 폐쇄당한 영향이 큰데요. ‘폭력 조장 위험’ 때문에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내린 결정입니다. 이 때문에 퇴임 후 가끔 성명을 내고 연설하거나, 언론 인터뷰에서 한 발언만 알려져 왔는데요.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온라인 소통에 다시 나설 수 있을 만한 변화에 기대가 모이는 중입니다.
진행자)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겁니까?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 수 있을지가 조만간 결정됩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게시물을 살피는 독립기구인 ‘감독위원회(Oversight Board)’가 계정 운영 정지 결정에 대한 심사 결과를 오는 5일 발표할 예정인데요. ‘페이스북’ 측은 감독위 결정에 구속력이 있다며, 그대로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에서 5월은 아시아계 문화유산의 달인데요. 때마침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변하는 새로운 단체가 탄생했다고요?
기자) 네. 유명 아시아계 사업가들이 주축이 된 ‘아시아계 미국인 재단(TAAF : The Asian American Foundation)’이 3일 발족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범죄나 혐오 행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더불어 정책적인 변화도 가져오겠다고 재단 측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재단 출범 시기도 그렇지만,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요 ?
기자) 네. ‘아시아계 미국인 재단’이 약속 받은 기부금이 1억 2천 500만 달러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를 지원하는 단체로서는 미 역사상 가장 큰 재정 규모를 자랑하는데요. 이 외에 ‘월마트’나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대형 기업으로부터 1억2천500만 달러의 기부금을 추가로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막대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요?
기자) 재단 이사진이 미국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아시아계 사업가들로 대부분 채워졌기 때문입니다. 재단 회장은 인도 출신의 경제학자인 소날 샤 조지타운대학 경제학과 교수인데요. 이사들 가운데는 투자회사 ‘히말라야 캐피털’의 설립자인 리 루 회장과 타이완계로 세계적인 인터넷업체 ‘야후’의 공동설립자인 제리 양 전 최고경영자(CEO)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사진 가운데 한국계도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 대형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조셉 배 공동대표가 이사진 가운데 한 명이고요. 자문 위원 중에서도 눈에 띄는 한국계가 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배우 대니얼 대 김 씨가 자문위 공동 의장을 맡았습니다. 김 씨는 3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여동생이 아시아계 혐오 범죄 대상이 된 적이 있고, 자신의 자녀들도 혐오 범죄 대상이 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며, 재단의 기금은 우선적으로 아시아계 증오를 멈추는 데 쓰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 혐오 범죄가 특히 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시작된 이후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는데요. 캘리포니아주립대 ‘증오·극단주의연구센터’가 미국 내 주요 도시들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발생한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는 전년도와 비교해 1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미 남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해 아시아인 6명이 사망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 문제는 정책 입안자들은 물론 자선단체들로부터도 외면받아 왔다고 재단 측은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소수 인종보다 아시아계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건가요?
기자) 네. 아시아계가 미국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약 6%에 달하지만, 전체 자선기금 가운데 아시아계에 할애되는 비중은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시아계는 대부분 성공했고 또 부자라는 사회적인 통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데요. 살론 샤 회장은 이런 지속적이고도 강력한 미신 때문에 아시아계에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을 사람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아시아계 미국인 재단’이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될까요?
기자) 우선, 재단과 뜻을 같이하는 정치인들을 후원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치적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시아계는 원래 공화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더 강했지만, 최근 들어 변화를 보이는데요. 지난해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아시아계가 압도적으로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또 출신국을 세분해보면 결과가 달랐는데요. 베트남계 미국인 유권자들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더 높았습니다.
진행자) 정치적 지원 외에 또 어떤 활동을 할 계획입니까?
기자)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PBS 공영방송과 함께 ‘아시아계 미국인’ 방송 시리즈를 공동 제작하고, 미국 역사에서 아시아계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공교육 커리큘럼을 다시 짜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