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대선 막판 득표전에 몰두하는 가운데, 양측이 각각 승리할 ‘경우의 수’를 각 캠프와 언론이 계산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몇 년 전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행정부 내 저항 세력’이라고 익명 기고해서 파문을 일으켰던 공직자가 스스로 신원을 밝혔고요. 3분기 경제성장률이 33%에 이른 이야기,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향후 4년 미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죠?
기자) 네. 재선에 도전하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4년 만에 정권교체를 노리는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다음달 3일 대선을 앞두고 막판 집중 유세를 벌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29일 동시에 플로리다주로 향했는데요. “플로리다가 파란색이 되면, 이번 대선은 끝났다”고 바이든 후보는 말했습니다. 파란색은 민주당의 상징 색깔인데요. 플로리다에서 표를 몰아주면,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진행자) 플로리다가 그만큼 중요한 곳이라는 말이군요?
기자) 네. 플로리다는 특정 정당 지지세가 강하지 않아서, 대선 때마다 ‘경합주’로 분류된 곳인데요. 선거인단이 29명으로, 경합주들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대통령 당선 기준인 선거인단 과반 270명 선에 도달하려면, 잃어서는 안 될 숫자인데요. 지난 1996년 대선 이래, 플로리다에서 지고서 당선된 대통령은 없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후보는 플로리다가 파란색이 되도록 해달라고 했는데, 같은 날 그곳에 간 트럼프 대통령은 뭐라고 말했습니까?
기자)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크게 이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켜보라”고 강조했는데요. 현지 여론조사 결과는 초접전 양상입니다. 실시간으로 통계를 종합하는 ‘리얼클리어 폴리틱스(RealClear Politics)’의 30일 자 자료를 보면, 바이든 후보가 약간 앞서고 있는데요. 바이든 후보 48.4%, 트럼프 대통령 47.2%로, 격차는 불과 1.2%P에 불과합니다.
진행자) 전국 지지율 추이는 어떤가요?
기자) 전국 지지율에서는 격차가 좀 더 벌어집니다.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적게는 7~8%P, 크게는 10%P 이상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전국적으로 많이 득표하더라도, 주요 경합주 선거인단을 빼앗기면 대선에 패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바이든 후보는 경합주 지지도 조사 결과를 연일 인터넷 사회연결망에 올리면서, 지지자들에게 “느슨해지면 안 된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경합주 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할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말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두 후보가 각각 승리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29일 워싱턴포스트가 전망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부지역에서 공화당 ‘텃밭’을 지키고 플로리다까지 가져가면 당선 가능성이 커집니다. 플로리다 외에 아이오와, 오하이오 두 곳에서 승리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확보할 선거인단 수는 259명으로, 과반인 270명에 근접하는데요. 이럴 경우, 16명이 배정된 미시간이나 20명이 배정된 펜실베이니아 중 한 곳에서만 이기면 재선이 확정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바이든 후보의 승리 요건은 어떻게 구성할 수 있습니까?
기자) 바이든 후보 쪽에서도 플로리다가 중요합니다. 민주당 ‘텃밭’과 함께, 미네소타, 네바다, 뉴햄프셔 등 우세 지역을 지키면서 플로리다에서 이기면 선거인단 262명을 확보하게 되는데요. 이 경우 애리조나,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중 한 곳에서만 승리해도 바이든 후보가 당선됩니다.
진행자) 이번 대선에 유권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사전 투표가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정도로 관심이 높습니다. 미국 전역과 해외 거주자 중에서 부재자투표와 우편 투표, 조기 투표 등을 통해 이미 선거에 참여한 유권자가 29일까지 8천만 명이 넘는 걸로 추산되는데요. 사전 투표자 8천만 명은 지난 2016년 대선의 전체 투표수의 절반이 넘습니다. 당시 약 1억 3천900만 명이 투표에 참여했었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다음 달 3일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두 사람 모두, 경합 지역 득표 활동에 몰두할 예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미시간과 위스콘신, 미네소타를 순회하는데요. 특히 투표일 직전 48시간 동안에는 11차례 연속 집회를 열 계획입니다. 바이든 후보는 30일 위스콘신으로 향해 유세를 벌입니다. 다음날인 31일에는 미시간으로 이동하는데요. 여기서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합동 유세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후보는 29일 한국의 연합뉴스에 기고문을 보내, 한반도 정책 구상 등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후보의 기고문,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먼저, 동맹 강화를 강조했습니다. 미-한 동맹은 “피로 맺어진 동맹”이자, “강력한 동맹”이라고 말했는데요. 한국을 “갈취(extort)”하지 않겠다고도 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나는 우리의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기보다는 동아시아와 그 이상의 지역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한국과 함께 설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군 감축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는 것을 비판한 겁니다.
진행자) 북한에 대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도 했나요?
기자) 네. “원칙에 입각한 외교에 관여하고, 비핵화한 북한과 통일된 한반도를 향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원칙적 접근’에 충실할 것으로 보여, 대북 정책이 상당히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연합뉴스는 해설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던 익명의 당국자가 스스로 신원을 밝혔다고요?
기자) 네. 지난 2018년 뉴욕타임스에 익명으로 트럼프 대통령 비판 글을 기고해 파문을 일으켰던 정부 고위 당국자의 신원이 알려졌습니다. 국토안보장관 비서실장을 지낸 마일스 테일러 씨인데요. 테일러 전 실장은 29일 “내가 더 이상 익명이 아닌 이유”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려, 익명 기고 당시 상황과 현재 입장 등을 설명했습니다. 지금은 공직을 떠난 상태입니다.
진행자) 2018년 익명 기고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먼저 살펴보죠.
기자) ‘나는 트럼프 행정부 내 저항 세력의 일부’라는 기고문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도덕 관념이 없는 인물로 묘사하면서, 정부 내 많은 고위 관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최악의 결정을 좌절시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주장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정성 때문에 내각에서 수정헌법 25조까지 거론됐다고 적었습니다. 수정헌법 25조는 탄핵 관련 조항입니다.
진행자) 고위 관리가 이런 글을 썼다는 것 때문에, 당시 파문이 컸다고 하셨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반역(treason)’을 언급하면서, 기고자를 색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고위 관리 중에 과연 누가 이런 글을 익명으로 썼는지 추측이 많았습니다. 존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을 언급하는 매체도 있었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일부 언론이 거론했는데요. 당사자들이 모두 부인했습니다.
진행자) 모습을 드러낸 테일러 전 실장, 왜 그런 글을 썼다고 합니까?
기자) 우선 “나는 공화당원이며, 이(트럼프) 대통령이 성공하기를 원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대통령)가 스스로 품격이 없는 사람임을 입증하는 것을 자주 봤고, (대통령) 임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는데요. “모두가 그걸 봤지만, 대부분 보복이 두려워 목소리를 내는 것을 주저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진행자)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익명 기고 당사자가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테일러 전 실장 본인도 선거전 막판에 글을 올린 의도를 숨기지 않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에게) 4년이 더 주어진다면 그는 탄핵 소추 당했던 사유보다 더 권한의 한계를 밀어붙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낙선시켜야 한다는 건데요. “조 바이든 전 부통령(민주당 대통령 후보)은 보수주의자들이 반대하는 진보 의제들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게 현직 대통령이 우리 공화국의 구조에 끼친 피해와 같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결국 선거운동에 관여하는 활동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테일러 전 실장은 ‘트럼프에 반대하는 공화당 유권자들(Republican Voters Against Trump)’이라는 단체가 집행한 선거 광고에도 모습을 나타냈는데요. 지난 8월에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에 얼마나 위험한지 직접 목도했다”는 기고문을 워싱턴포스트에 실명으로 싣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테일러 전 실장이 모습을 드러낸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마일스 테일러가 누구냐”면서 “나는 그를 모르고, 그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이어서, “테일러는 백악관에서 일한 적이 없는 추잡한 사람”이라면서 “기소돼야 한다”고 애리조나 대선 유세 현장에서 말했는데요.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도 테일러 전 실장에 대해 “거짓말쟁이자 겁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의 3분기 경제 성장률이 크게 반등했다고요?
기자) 네, 미 상무부는 29일,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로 33.1%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건데요. 역대 가장 높은 GDP 성장률을 보였던 건 지난 1950년 1분기로, 당시 16.7%를 기록했었습니다. 다만, 이번 발표는 속보치로 앞으로 나올 잠정치나 확정치 발표에서 조정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진행자) 전분기까지만 해도 코로나 사태 여파로 경제 성장률이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 1분기 -5% 성장을 기록하며 11년간 이어온 최장기 호황의 막이 내리게 됐고요. 2분기에는 -31.4%로 지난 1958년 1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제 미국 경제가 코로나 여파에서 회복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아직 그렇게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많아졌기 때문인데요. 현재 미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고요. 고용도 더디게 이뤄지고 있고,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이견으로 정부 차원의 추가 경기부양책도 올해 안에 기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내년 말 정도는 돼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특히 이날(29일) 나온 3분기 경제성장률은 다음 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나온 마지막 주요 경제 지표이지요?
기자) 맞습니다. 따라서 대선 후보들은 상무부 발표에 즉각 반응을 보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이자 최고의 경제 성장률을 보였다”며 “내년에는 환상적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조 바이든 후보가 내놓은 세금 증가 계획은 이 모든 것을 수포가 되게 할 것이라며 11월 3일 이전에 GDP 지표가 나와 매우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네, 바이든 후보는 성명을 내고 지난 분기에 GDP 성장률이 오른 건 맞지만, 빈곤도 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흑인과 중남미계 미국인의 실업률은 두 자릿수를 보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대응이 실패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한편, 이날(29일)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발표됐죠?
기자) 네, 미 노동부는 10월 18일∼24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75만1천 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전주보다 4만 건 줄어든 것으로, 코로나 사태 여파가 시작된 지난 3월 중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데요.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에 평균 21만여 건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세 배가 넘는 겁니다.
진행자)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지난 2주 연속으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하락세를 보인 건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의 재확산과 더불어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들이 외출을 삼가고, 식당이나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만큼 겨울까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