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린치(lynch)’ 행위를 연방 범죄로 다루는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됐습니다.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고요. 연방 법무부가 시민권 사기를 조사하는 전담 부서를 만들었습니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있는 한 맥주 공장에서 총기 난사로 6명이 숨졌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린치’를 연방 범죄로 규정한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됐다고요?
기자) 네. 26일 하원 본회의에서 ‘에밋 틸 반린치 법안(Emmett Till Antilynching Act)’을 찬성 410 대 반대 4표, 초당적인 지지로 가결했습니다. 주요 언론이 일제히 ‘역사적’ 조치로 평가하고 있는데요. 흑인을 비롯한 소수계 사회와 주요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습니다.
진행자) 우선, ‘린치’가 뭡니까?
기자) 법에 근거하지 않은, 사적인 처벌 행위를 가리킵니다. 과거에 주로 백인들이 흑인들에게 했던 행동인데요. 1955년 미시시피에서 발생한 ‘에밋 틸’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틸은 당시 14살 소년이었는데요. 백인 여성을 붙잡고 휘파람을 불었다는 이유로, 폭행당해 숨졌습니다. 이 사건은 곧바로 미국 전역에 충격을 줬는데요. 대대적인 민권운동의 기폭제가 됐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 ‘에밋 틸’이라는 이름이 붙었군요?
기자) 맞습니다. ‘에밋 틸’ 사건 이후 65년 만에, 틸의 이름이 붙은 반린치 법안을 하원이 채택한 건데요. “얼마나 오래 걸렸든 간에, 정의가 실현되도록 한 것은 늦지 않은 일”이라고, 베니 톰슨 의원이 이날(26일) 강조했습니다. 톰슨 의원은 에밋 틸 사건 현장인 미시시피 출신입니다.
진행자) ‘에밋 틸’ 사건 당시에는, 그런 일이 많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는 인종차별 금지 법규가 체계화되기 전인데요. 1882년부터 1968년까지 린치 희생자가 4천 명이 넘은 것으로, 터스키지대학교 통계에 나와있습니다. 희생자 대다수가 흑인이었고요. 흑인 인구가 많은 남부 지역에 사건이 몰렸습니다. 미시시피, 앨라배마, 루이지애나, 조지아, 텍사스주 등지에서 그런 일이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진행자) 그럼 지금까지 아무런 입법 노력이 없었던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여러 번 관련 입법이 추진됐는데요. 1900년 처음 반린치 법안이 발의된 이래, 200차례 가까이 비슷한 법안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입법’이라는 반대 주장 때문에 처리되지 못했는데요. 이번 ‘에밋 틸 법안’도 작년 1월 초에 하원에 발의됐다가, 1년여 만에 비로소 채택한 겁니다.
진행자) ‘과도한 입법’이라고 봤던 근거는 뭔가요?
기자) 각 주의 형법에 보면, 린치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죄목들이 이미 여러 개 있기 때문입니다. 살인이나 폭행죄를 비롯해, 납치죄 등을 각각 린치 행위에 적용할 수도 있고요. 이런 죄목들을 병합 처벌할 수 도 있는데요. 린치 행위를 특정해서 ‘연방 범죄’로 만드는 것은 지나치다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 표결에서도 반대 4표가 나왔습니다.
진행자) 반대한 의원 4명이 누굽니까?
기자) 공화당 3명과 무소속 1명입니다. 공화당의 테드 요호, 루이 고머트, 토머스 매시 의원, 그리고 무소속 저스틴 아마쉬 의원인데요. 아마쉬 의원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찬성하기 위해 탈당했기 때문에, 공화당 계열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계열 의원들의 반대 의견을 들어보죠.
기자) 이번 조치는 각 주의 사법행정에 대한, 연방 차원의 지나친 간섭(overreach)이라고, 테드 요호 의원이 성명을 통해 주장했습니다. 다만 “린치를 비롯한 혐오 범죄(hate crime) 행위들은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받아야 할 사안이 맞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렇더라도, 처벌 권한은 각 주에 남겨둬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각 주에서 자체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요호 의원은 플로리다주 출신인데요. “플로리다에서 린치 행위는 이미 사형까지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반대한 4명 중에 다른 의원들의 의견도 같습니까?
기자) 비슷합니다. 이른바 ‘혐오 범죄’에 대해 가중 처벌을 하게 되면, ‘표현의 자유’ 같은 다른 자율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토머스 매시 의원이 성명을 통해 주장했는데요. “미국 헌법에는 연방 범죄로 다룰 수 있는 사항을 소수로 특정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각 주의 재량권으로 남겨두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그럼, 민주당은 이번 법안 통과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기자) 적극 환영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이날(26일) 표결 현장에서 입장을 밝혔는데요. “이번 조치로 린치와 인종 폭력의 흔적을 모두 지울 순 없겠지만, 우리나라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은 미래로 가는 빛을 비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됐는데, 앞으로 어떤 절차가 남았나요?
기자) 상원에서 법안을 처리해야 합니다. 상원에 3명뿐인 흑인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인데요. 민주당 대선 주자였던 카말라 해리스, 코리 부커, 그리고 팀 스캇 의원입니다. 이들은 이날(26일) 일제히 ‘에밋 틸 반린치 법안’ 하원 통과를 환영하고, 상원의 후속 조치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시민권 사기를 전담하는 조직이 연방 정부 안에 만들어졌군요?
기자) 네. 연방 법무부는 시민권 사기를 근절하기 위한 전담 부서를 만들었다고 26일 발표했습니다. 새로 출범한 부서는 주로 미국 시민권을 불법으로 얻은 사람들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불법으로 시민권을 취득한 이민자가 적발되면 어떻게 됩니까?
기자) 네. 현행법은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고 시민권을 얻었거나, 아니면 시민권 취득 과정에서 거짓말한 경우엔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연방 법무부가 26일 성명을 냈는데요. 성명은 신설 부서가 시민권 불법 취득자를 적발하고 이들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연방 정부의 노력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시민권을 박탈당하면 미국에서 그대로 추방되는 건가요?
기자) 자동으로 추방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민권을 박탈당한 사람 신분이 영주권자로 바뀌는데요. 영주권자는 잘못하면 영주권을 뺏기고 추방될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시민권을 박탈하는 절차가 어떻게 됩니까?
기자) 네. 보통 ‘연방 이민국(USCIS)’이 시민권 불법 취득을 적발하면, 이걸 연방 법무부에 넘깁니다. 그럼 법무부는 연방 법원에 불법 행위를 저지른 사람의 시민권을 박탈해 달라는 민사소송을 냅니다.
진행자) 시민권 사기 전담 부서 설치는 역시 불법이민을 근절하려는 트럼프 행정부 노력 가운데 하나로 보이는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연방 정부는 불법으로 귀화한 사람의 시민권을 뺏고 정부가 이들을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이후에 법무부가 시민권을 박탈해 달라고 연방 법원에 요청한 사례가 200% 증가했다는데요. 이 기간 시민권을 뺏긴 사람 중에는 테러분자나 전쟁범죄자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불법이민 근절과 관련해서 26일 연방 법원에서 또 눈길을 끄는 판결이 나왔군요?
기자) 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제2 연방 순회 항소법원이 이른바 ‘피난처 도시’들에 정부 보조금을 주지 않은 연방 정부 조처를 인정했습니다.
진행자) ‘피난처 도시’라면 불법이민자들을 보호하는 도시를 말하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지역들과 대립하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피난처 도시들이 불법이민자 단속에 협력하도록 압박하려고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는데요. 그러자 뉴욕시와 다른 7개 주 정부가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었습니다.
진행자)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제기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제기된 소송은 벌써 2심 판결이 나왔는데요. 시카고와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필라델피아에 있는 연방 항소법원은 연방 정부에 불리하게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맨해튼에 있는 항소법원은 이번에 정부 손을 들어준 겁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밀워키 맥주공장에서 총기 난사가 있었군요?
기자) 네.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있는 주류 생산단지에서 26일 오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유명 맥주회사 ‘몰슨 쿠어스(Molson Coors)’의 공장이 있는 곳인데요. 범인을 포함해 6명이 숨지고, 부상자도 여러 명 나왔습니다. 사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뜻을 밝혔는데요. “사악한 살인범이, 무고한 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이야기인데요. 유가족들과 부상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면서, 이들과 지역사회에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희생자가 5명이고, 범인도 사살된 겁니까?
기자) 범인은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습니다. 공장에서 해고된 51세 남성으로 알려졌는데요. 해고 통보를 받고 공장을 떠난 직후에 총을 갖고 되돌아왔다고, CBS 방송 지역계열사가 보도했습니다. 그리고는 동료의 신분증을 훔쳐 내부로 무단 침입했던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직장 내 총기 사건으로 볼 수 있네요?
기자) 맞습니다.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 가운데, 직장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최근 통계에 나왔는데요. 관련 연구 단체인 ‘바이올런스 프로젝트(The Violence Project)’가 집계한 내용입니다. 지난 1966년부터 작년까지 벌어진 미국 내 총기 난사 사건 장소 중에, 직장이 28%로 집계됐습니다.
진행자) 직장 내에서 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질까요?
기자) 대부분 해고를 비롯한 인사 조치에 앙심을 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번 맥주 공장 사건도 이런 사례에 포함되는 건데요. 한편, 극단주의 사상에 전도된 ‘테러’ 사건도 일부 있었습니다.
진행자) ‘테러’로 분류된 총기 사건은 어떤 게 있었습니까?
기자) 지난 2015년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서, 관공서 직원들의 연말 파티 도중 총기 난사로 10여 명이 숨졌는데요. 범인은 이슬람 극단주의를 신봉하면서, 해외 테러단체와 수차례 연락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보다 앞선 2009년에는 텍사스에 있는 ‘포트후드(Ft. Hood)’ 군 기지에서, 총기 난사로 10여 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부상당했는데요. 이슬람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은 군의관이, 동료ㆍ부하 장병과 군무원 등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이런 직장 내 총기 사건을 예방할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각 직장에서, 근무자들의 정신 건강을 면밀히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바이올런스 프로젝트’가 지적합니다. 범인의 35%가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었고, 18%는 어린 시절 학대받았거나, 학대를 목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특히 범인들은, 대부분 범행 직전에 사전 징후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인데, 총기 입수 과정은 어떻습니까?
기자) 범인의 49%가, 합법적으로 구매한 총기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 등을 근거로,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 일각과 시민 단체 등은 총기 거래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반면 공화당은 국민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쪽입니다. 따라서, 올해 대선에서도 총기 규제 관련 정책은 첨예한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