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ABC] 자연재해와 연방 선거 (2) - 1918년 선거의 교훈

지난 1918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적십자사 관계자들이 스페인 독감 확진자를 이송시키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출처: Library of Congress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많은 지역이 올해 11월에 치를 대통령 선거에서 나갈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를 속속 연기했습니다. 20세기 들어 미국에서는 자연재해가 대통령 선거 같은 연방 선거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는데요. ‘미국 대선 ABC’, 오늘은 ‘자연재해와 연방 선거’ 두 번째 시간으로 ‘1918년 선거가 주는 교훈’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접어든 1918년 미국은 전염병이 창궐한 가운데 중간선거를 치렀습니다.

이해 퍼지기 시작한 ‘스페인 독감’에 전 세계 인구 가운데 3분의 1이 감염됐고, 당시 미국에서만 약 67만 명이 독감에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투표소에 가려면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에 처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현역 의원은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시기에 워싱턴을 떠나 선거운동을 하러 간다는 비난에 직면하자, 편지를 쓰거나 기사를 내보내 유권자들을 원격으로 접촉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차량을 이용해 유세하던 한 후보는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보좌관에게 금관악기인 ‘코넷’을 연주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독감 확산을 막으려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금지하기 전까지 일이었습니다.

결국 선거는 그대로 진행됐고 투표소에 나간 유권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고 줄을 섰습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많은 나라가 도입한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였습니다.

실제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수준은 지역마다 달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령 투표소를 열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연극을 상연하는 등 선거에 나선 후보들과 지역 관리들 사이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네브라스카주에서는 1918년 11월 초 전국적으로 시행되던 공공모임 금지 조처를 해제하고 후보들이 단 5일간 유세하는 것을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해 미국 남성들은 투표소에 나가 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여성들은 투표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해 투표율은 기록적으로 낮았고, 봉쇄 조처를 해제한 여파로 선거가 끝난 뒤 독감 감염자 수가 급증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역대 선거 가운데 최악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는 1918년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유권자 신원 확인 관련 규정을 완화하거나 조기투표나 부재자투표 등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