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에 치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 맞붙을 예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꾸리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대선에서 승리한 뒤 정권 인수 작업을 맡을 조직을 만들기 시작한 것인데요. ‘미국 대선 ABC’, 오늘은 ‘미국의 대통령직 인수제도’ 네 번째 시간으로 ‘인수위원회 없는 대통령직 인수’와 관련해 ‘해리 트루먼 대통령’ 사례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이후 미국에서 인수위원회 없이 대통령직을 넘겨받은 사람은 모두 3명입니다.
바로 해리 트루먼, 린든 존슨, 그리고 제럴드 포드 대통령입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1945년 4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갑자기 서거하면서 부통령이 된 지 82일 만에 대통령이 됐습니다.
4선에 오른 루스벨트 대통령의 건강 악화설은 공공연한 사실로 파다했지만, 트루먼 부통령은 대통령직 승계를 전혀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역사학자들은 여기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첫째, 당시 루스벨트 참모들이 2차 세계대전 중에 관련 정보를 트루먼 부통령과 공유하지 않을 정도로 당시 부통령의 권한과 지위는 매우 낮았습니다.
둘째, 트루먼 부통령 자신 역시 부통령직을 행정부 소속이라기보다는 의회 소속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통령 업무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전임 대통령 서거로 갑자기 대통령 자리를 물려받은 트루먼 대통령이 첫 번째로 한 일은 연방 의회 연설에서 전임자의 국내정책과 대외정책을 변함없이 계승하겠다고 밝힌 것이었습니다.
그는 먼저 전임 루스벨트 대통령이 희망했던 대로 국제연합(UN) 창설에 매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대통령 서거로 국내⋅외에 퍼진 불안감을 불식하고, 국정 연속성에 대한 믿음을 줘야 할 필요성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고위직 인사의 경우엔 전임자 흔적을 과감하게 지워나갔습니다. 그는 대통령이 된 지 3개월 만에 장관 10명 가운데 6명을 교체한 것입니다.
하지만, 백악관 비서실의 경우엔 전임자 밑에서 일하던 고위직을 대부분 유임시켰습니다. 대신 자기 고향인 미주리주 출신 인사들을 대거 불러들여 전임자들과 협력하도록 했습니다.
갑자기 대통령직에 오른 트루먼 대통령의 우선 과제는 국정의 연속성을 확보해 국내외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전임자의 정책을 충실히 계승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의 이런 자세는 1948년 재선에 성공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