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하원 국내시장법안 통과에 EU 반발…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사태 격화 

영국 하원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가 국내시장법안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영국 하원이 논란 많은 국내시장법안을 최종 가결했습니다. 유럽연합(EU)은 법적 대응을 경고하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태가 점점 더 격화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캐나다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제재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영국 하원이 ‘국내시장법안(The Internal Market Bill)’을 통과시킨 소식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네. 논란 많은 영국의 국내시장법안이 29일, 영국 하원의 최종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영국 하원은 이날 밤 국내시장법안을 찬성 340표, 반대 256표로 통과시키고 상원으로 넘겼습니다.

진행자) 국내시장법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기자) 네. 현재 영국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상태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전환 기간을 갖고 있습니다. 이 전환 기간이 올해 12월로 끝나는데요. 국내시장법안은 전환기 이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 등 영국 4개 지역의 교역에 대한 규제 내용과 지침을 담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국내시장법안이 왜 논란이 되는 건가요?

기자)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체결한 ‘브렉시트(Brexit)’ 협정 내용과 국내시장법안의 일부 내용이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유럽연합(EU)은 영국 정부가 이달 말까지 국내시장법안 중 문제의 내용을 삭제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해왔습니다.

진행자) 어떤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죠?

기자) 북아일랜드 지역에 대한 부분입니다. 아일랜드섬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로 되어 있는데요.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면서 이 지역의 교역, 통관 문제 등이 복잡해졌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양측이 그 부분에 합의하지 않았나요?

기자) 맞습니다. 영국과 EU는 민족 분쟁 재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이 지역에 물리적 국경을 설치하지 않기로 합의했었습니다. 그런데 국내시장법안에는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 간의 통관 수속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진행자)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 간 통관 수속을 하지 않는 게 왜 문제가 되는 거죠?

기자) 브렉시트 협정을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아일랜드 상품이 북아일랜드를 통해 영국 본토로 들어올 수 있고, 반대로 영국산 상품이 아일랜드로 들어갈 수도 있게 된다는 건데요. 그렇게 되면 국제법인 ‘브렉시트 협정’에 위배된다는 비판입니다.

진행자) 영국 정부는 이런 비판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나요?

기자) 보리스 존슨 총리는 국내시장법안은 영국의 통합을 위한 것이며 안전망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금 영국과 EU는 미래 관계에 관한 협상을 하고 있는데요. 존슨 총리는 만일 이 협상이 잘 되지 않으면 EU가 과거 협정을 극단적으로 해석해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교역 국경을 세울 수도 있다며, 이같은 재앙에서 영국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영국 국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고 하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야권은 물론, 집권 보수당 안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요. 존 메이저, 토니 블레어, 테레사 메이, 데이비드 캐머런, 고든 브라운 등 영국의 전직 총리들도 일제히 국내시장법안에 반대하거나 우려의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법안이 상원으로 넘어갔는데, 상원에서의 일정은 잡혔습니까?

기자) 아직 상원의 토론이나 표결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는데요, 만약 이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한 뒤 여왕의 ‘재가’를 얻으면,법률로 효력을 갖게 됩니다.

진행자) 지금 영국과 유럽연합(EU) 간의 미래 협상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기자) 브뤼셀에서 29일부터 9차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영국 하원이 같은 날 국내시장법안을 전격 통과시키면서 협상 전망은 더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당초 이번 9차 협상은 양측의 마지막 협상으로서 10월 2일 최종 마무리할 예정이었는데요. 하지만 15일과 16일에 있을 EU 정상회의까지도 협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30일 아르메니아 군인들이 아제르바이잔 접경 분쟁 지역을 지키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태가 점점 더 격화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지난 27일 나고르로-카라바흐 지역에서 시작된 두 나라 간 전투가 나흘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터키군이 개입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사태가 더 격화하는 양상입니다.

진행자)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구소련권 국가들이죠?

기자) 맞습니다. 두 나라 모두 구소련 공화국이었다가 1990년대 초 각각 독립했습니다. 카스피해 연안에 있는 아제르바이잔은 이슬람 국가고요. 내륙국으로 터키와 붙어 있는 아르메니아는 그리스 정교 국가입니다.

진행자) 그럼 지금 전투를 벌이고 있는 나고르로-카라바흐 지역은 어느 나라 땅인가요?

기자) 국제적으로는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장악하고 있고요.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아르차흐공화국’이라는 나라도 세웠는데요. 국제 사회는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나고르로-카라바흐 지역은 영유권 분쟁 지역인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지난 1992년부터 1994년까지 대규모 전쟁을 벌였는데요. 이 전쟁으로 약 3만 명이 사망하고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이후에도 종종 소규모 교전은 있었는데요. 이번 전투는 1990년대 이래 가장 큰 교전이라는 평가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터키군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요?

기자) 네. 아르메니아 정부 측 발표인데요. 아르메니아 국방부는 터키의 F-16 전투기가 자국의 수호이(SU)-25 전투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아제르바이잔 전투기들이 민간 시설도 폭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터키는 이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터키 정부는 아제르바이잔에 어떠한 무기도 공급하거나 지원하지 않고 있다며 개입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30일, 아제르바이잔의 요청이 있다면 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제르바이잔도 자국은 F-16 전투기를 한 대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반발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구소련 국가들의 이런 대치 상황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이 29일 전화 통화로 이번 사태를 논의했는데요. 파쉬냔 총리는 두 사람이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예 배제하지도 않고 있다고 밝혀 외국의 개입으로 전선이 더 확대될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유엔안보리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요?

기자) 네. 안보리 15개 회원국이 29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이번 사태를 논의했는데요. 안보리는 이날 즉각적인 전투 중단과 평화적 해법을 위한 대화를 촉구하는 언론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27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알렉산드 루카셴코 대통령 재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영국과 캐나다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제재했군요?

기자) 네. 영국과 캐나다가 29일 루카셴코 대통령과 그의 아들, 그리고 대통령 비서실장 등 몇몇 고위 관리를 포함해 모두 8명을 제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조처에 따라 이들은 여행이 제한되고 자산이 동결됩니다.

진행자) 이 사람들을 제재한 이유는 최근 벨라루스 정국과 관련이 있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도미니크 랍 영국 외무장관은 29일 기자들에게 벨라루스인들에게 폭력을 가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랍 장관은 그러면서 폭력적이고 거짓된 루카셴코 정권을 제재함으로써 영국과 캐나다가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벨라루스에서는 장기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죠?

기자) 네. 지난 8월 9일에 대선이 끝난 다음 지금까지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시 대선 결과, 루카셴코 대통령이 압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대는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면서 루카셴코 대통령 사임과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시위가 계속되면서 많은 사람이 체포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지금까지 1만 2천 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시위 진압이나 연행 과정에서 인권 유린 행위가 많았다고 합니다.

진행자) 반정부 시위대가 사임을 요구했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임기를 시작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 지난 23일, 사전통지 없이 취임식을 하고 여섯 번째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이 취임식에는 수백 명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루카셴코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역시 대통령 사임과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랍 영국 외무장관도 29일 조작된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EU가 벨라루스를 제재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EU 차원 제재는 어떻게 됐나요?

기자) 네. EU가 제재를 준비 중이라는 발표가 나왔었는데, 아직 공식 발표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주요 서방 국가들 가운데서는 영국과 캐나다가 처음으로 벨라루스를 제재한 겁니다. ‘로이터 통신’ 등 몇몇 언론은 벨라루스와 인접한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EU가 제재에 조심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죠?

기자) 네. 정치적, 문화적으로 두 나라가 밀접한데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루카셴코 대통령을 지지합니다. 푸틴 대통령은 상황이 나빠지면 예비 경찰병력을 벨라루스에 보낼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영국과 캐나다가 내놓은 제재안에 러시아 측 인사들이 들어갔습니까?

기자) 러시아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랍 영국 외무장관은 푸틴 대통령을 언급했는데요. 루카셴코나 푸틴 대통령 같은 사람들이 인권을 유린하고 선거를 조작하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지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