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예루살렘' 갈등 격화…EU, 코로나 백신 특허 면제 반대

동예루살렘 '알아크사사원'에서 이스라엘 경찰과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충돌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예루살렘을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경찰 진압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2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자세한 소식 살펴봅니다. 주요 유럽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특허권 면제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영국과 프랑스 간에 조업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먼저 중동으로 가보겠습니다. 예루살렘 지역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이스라엘 경찰의 충돌이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10일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의 날’을 맞아, 알아크사 사원 안팎에서 양측이 격렬히 충돌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예루살렘의 날’이 무슨 날이죠?

기자) 지난 1967년, 이른바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하면서 당시 요르단 영토였던 예루살렘의 동쪽 지역을 뺏은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입니다. 이스라엘로서는 전승기념일이지만, 팔레스타인이나 아랍권에서는 치욕스러운 날인 셈입니다.

진행자) 예루살렘은 항상 양측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민감 지역인데요. 이번에 충돌이 벌어진 특별한 도화선이 있습니까?

기자) 네. 양측의 갈등은 지난달부터 시작된 라마단 기간 내내 고조돼 왔습니다. 라마단은 이슬람권 국가들의 금식성월인데요. 이스라엘 당국은 이 기간 동예루살렘에 있는 ‘다마스쿠스광장’을 폐쇄했습니다. 다마스쿠스 광장은 이슬람 신자들이 라마단 기간, 금식 시간이 끝나는 저녁에 모여 주로 음식과 술을 마시는 곳인데요.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신앙생활을 탄압한다고 반발했습니다. 여기에 또 최근 팔레스타인 주민 퇴거 문제까지 겹치면서 갈등이 더 커졌습니다.

진행자) 팔레스타인 주민 퇴거 문제라는 게 뭔가요?

기자) 네. 현재 동예루살렘 ‘셰이크자라’라는 지역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이곳에 정착한 유대인 주민들 간의 주거 갈등으로 오랜 법정 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급 법원에서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패소했는데요. 이스라엘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퇴거 여부가 판가름 날 예정입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대법원의 판결이 언제 나옵니까?

기자) 당초 10일 대법원의 심리가 있을 예정이었는데요. 하지만 이스라엘 법무부는 하루 전날인 9일, 재판 일정을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알아크사’ 사원은 이슬람권 국가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죠?

기자) 맞습니다. 동예루살렘의 야트막한 언덕인 ‘성전산(Temple Mount)’에 있는 이슬람 사원인데요. 알아크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메카, 메디나와 함께 이슬람교의 3대 성지로 여겨지는 곳입니다. 하지만 유대교와 기독교도 이 성전산을 솔로몬의 성전 터로 여기기 때문에, 3대 종교가 서로 성지라고 주장하는 화약고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그럼 예루살렘의 날을 맞아 유대인들도 많이 찾았습니까?

기자) 예년에는 전쟁 승리를 기념하며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성전산을 찾는 긴 유대인 행렬을 볼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올해는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시위대와의 충돌을 우려해 이날 하루 동안 성전산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알아크사 사원 시위 현장이 상당히 격렬했다고요?

기자) 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알아크사 사원에 대규모 집결해 돌을 던지며 이스라엘 당국의 조처에 항의했는데요. 이에 이스라엘 경찰들은 최루탄과 섬광탄, 고무탄 등을 발사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습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측은 180명 이상 다쳤다고 전했는데요. 일부 언론은 200명 넘는 부상자가 나왔다고 전하는 등 부상자 수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상자도 많은가요?

기자) 현재 정확한 집계는 어려운데요.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이 적어도 100명은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1명은 위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황도 심상치 않다고요?

기자) 네.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가자지구의 무장 정파 ‘하마스’가 9일에 이어 10일에도 이스라엘 쪽으로 최소한 3발의 로켓 공격을 했다고 이스라엘 군 당국이 밝혔습니다. 이스라엘도 전날 가자지구 내 하마스 군사시설을 공격하는 등 무력 충돌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국제사회는 이런 상황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 백악관은 9일 성명을 내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메이르 벤샤바트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 정부의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자제를 촉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9일 성명을 내고 현재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고요. 프란치스코 교황도 9일 미사에서 예루살렘이 폭력의 장소가 아니라 만남과 기도, 평화의 장소가 되길 바란다며 폭력 중단을 호소했습니다.

진행자) 전임 트럼프 행정부는 예루살렘 전체를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했는데요. 바이든 행정부는 어떻습니까?

기자) 바이든 행정부도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 제2의 도시 텔아비브에 있던 미국 대사관도 예루살렘으로 이전했는데요. 바이든 행정부는 대사관 재이전 계획도 현재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지식 재산권 유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요?

기자) 네. 지난주,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지식재산권 면제를 지지한다고 전격 발표했는데요.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일제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국제적인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진행자) 지난주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있었는데, 거기서 어떤 의견들이 나왔나 보군요?

기자) 맞습니다. 7일과 8일 이틀간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회의를 열고, 역내 현안을 논의했는데요. 가장 큰 화두는 미국의 코로나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 제안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의 제안을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미국의 발표 직후부터 반대를 표명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백신의 품질 하락 가능성과 함께, 특허권 포기가 더 많은 사람이 백신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또 기업의 혁신과 창의성을 위해 특허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독일에는 지금 미국 화이자사와 함께 코로나 백신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 바이오엔테크’ 사를 비롯해 유수의 백신 생산 회사들이 있습니다.

진행자) 당초 프랑스는 백신 특허권 면제에 다소 우호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EU 정상회의를 마치고,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허권을 둘러싼 논쟁은 필요하다면서도 단기적으로 백신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른 조처가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미국과 영국의 협력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미국과 영국의 어떤 협력을 말하는 겁니까?

기자) 미국과 영국은 현재 백신과 백신 원료 수출 제한 조처를 하고 있는데요. 마크롱 대통령은 지식재산권 면제보다는 우선적으로 이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도 일시적으로 특허를 푸는 것은 백신 생산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진행자) 유럽연합(EU) 지도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정상회의 의장 모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샤를 미셸 의장은 특허권 유예가 백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지식재산권 유예로는 사태를 금방 해결할 수 없다면서 EU처럼 다른 나라도 대규모 백신 수출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EU는 지금 백신을 얼마나 수출하고 있습니까?

기자)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유럽에서 생산된 백신의 절반가량이 현재 국제 백신 공급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전 세계 90개국에 전달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한 이래, 백신 제조에 필수적인 재료를 엄격히 통제하면서 미국 내 공급을 우선해왔는데요.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멕시코, 캐나다 등 주변국을 시작으로 인도 등에 백신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6일 저지섬 주변에서 영국의 조업 금지 조치에 항의한 프랑스 어선들이 모여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조업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이후 ‘영국해협(English Channel)’에서 양국 어민들 간에 조업권을 둘러싼 충돌이 자주 벌어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양국은 함정과 순찰함을 파견하는 등 두 나라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영국해협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해협이죠?

기자) 맞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약 560m의 긴 해협을 말합니다. 종종 수영 횡단 소식이 들려오는 ‘도버해협’은 영국 도버와 프랑스 칼레 사이, 불과 45m 폭의 좁은 해협으로 영국해협의 일부입니다.

진행자) 그럼 두 나라 어민들이 주로 어디에서 충돌하고 있는 겁니까?

기자) 영국해협의 가장 큰 섬인 ‘저지(Jersey)’ 섬 근처입니다. 저지섬은 영국의 관할하에 있는 자치령인데요. 하지만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 쪽에 아주 가깝게 붙어 있어 예전부터 프랑스 어민들이 많이 조업해왔고요. 두 나라 어민 간에 종종 마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새로운 조치를 적용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인가요?

기자) 네. 현재 저지섬 자치 당국은 인근 해역에서 계속 조업하려면 그동안 해왔던 조업 활동 내용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조업 허가증을 발급한다는 건데요. 프랑스 어민들은 강화된 규정으로 어떤 어선은 하루아침에 조업할 수 없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글로벌 나우] 영국-프랑스 어부들 조업권 갈등 ‘충돌’ 

진행자) 프랑스 어민들이 해상 시위도 벌였다고요?

기자) 네. 지난주, 프랑스 어민들은 50척 넘는 어선을 동원해 저지섬의 세인트헬리어 항구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프랑스 어민들은 저지섬의 도발에 항의하는 시위라며, 항구를 봉쇄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저지섬 주민들은 프랑스 어민들이 마치 침략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저지섬 당국은 프랑스 어민들의 반발에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프랑스 어선들이 제대로 서류를 갖추지 못해서 허가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조업을 허가하겠다는 건데요. 프랑스가 전력을 중단하겠다고 한 위협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프랑스가 왜 전력을 중단한다는 거죠?

기자) 현재 프랑스는 해저케이블을 이용해 저지섬 전력의 95%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양국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프랑스 정부가 저지섬에 대한 전력 중단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양국 해군이 나서기도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영국은 지난주, 대포와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함정 2척을 저지섬 해역으로 보냈습니다. 여기에 프랑스도 해안 순찰선 2척을 보내며 맞대응하며 갈등이 최고 수위에 달하기도 했는데요. 이후 영국 정부는 상황이 해결됐다며 함정이 본대로 귀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