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외교 관계 정상화에 전격 합의했습니다. 중동 지형에 어떤 새로운 판도가 그려질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자금 지원을 받는 미국 내 공자학원을 외국 사절단으로 지정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 간의 평화협상이 다음 주 시작될 거라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관계 정상화 합의 소식부터 살펴보죠?
기자) 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13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전격 합의했습니다. 이로써 UAE는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최초의 걸프 아랍 국가가 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이 이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렸군요?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측의 협상을 중재해왔다고 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제일 먼저 이날(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가 관계 정상화를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합의 내용이 담긴 성명도 공개했고요. 또 백악관 집무실에서 관계자들과 함께 합의 진행 과정 등에 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양측 합의의 주요 내용 좀 소개해 주시죠?
기자) 네. 이스라엘은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 합병 계획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또 UAE와 이스라엘, 미국이 중동 지역 최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 이란에 맞서 공고히 협력하기로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진행자) 외교 관계 정상화를 위한 수순도 밟겠죠?
기자) 네, 양국은 관계 정상화 협정 체결 후, 곧바로 외교 관계 정상화의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대사관을 각각 설치하고 대사도 파견할 계획입니다. 또 투자, IT 기술협력, 관광, 직항노선 등에 대한 논의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진행자) 그럼 협정 서명식은 언제 열리는 거죠?
기자)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요. 장소는 미국 백악관이 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국 지도자는 이 협정을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 모두 조상으로 간주하는 “에이브러햄 협정”이라고 부르면서, 역사적인 이 협정이 중동 평화를 위한 거대한 돌파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그동안 중동 국가들 가운데 이스라엘이 외교 관계를 수립한 나라는 하나도 없었나요?
기자) 이집트와 요르단이 있습니다. 중동 지역에는 20여 개의 아랍 국가가 있는데요. 이 가운데 아라비아반도와 이란 사이의 걸프만 일대에 있는 7개 국가를 가리켜 따로 ‘걸프아랍국’이라고 칭합니다. 걸프아랍국에는 UAE외에,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예멘, 오만,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가 속해 있는데요. 이들 국가 가운데 제일 처음 UAE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맺기로 한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스라엘 측에서 합의 내용에 대한 해석이 좀 다르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네요?
기자) 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13일) 자국 TV에서 UAE와의 전면적인 외교 관계 수립 소식을 알렸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다른 아랍 국가들에도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며 아랍권 국가들과의 관계 확대를 기대하는 발언도 했는데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요르단강 서안 합병 계획을 “잠정 유예(temporarily hold)”한 것이며 합병 계획은 여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에 대해 아랍에미리트 쪽에서는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양측의 합의는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 지역의 더 이상 합병을 “중단(stop)”하기로 한 것이라고 강조해 논란의 소지를 드러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관계 정상화 소식에 미국 정치권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이스라엘 합병 계획에 반대해온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양국이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환영했는데요. 그러면서 자신이 당선되면 중동 평화 과정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올바른 길을 향한 역사적 진전이라며 중동이 안정되고 평화로울 수 있는 역사적 기회라고 평가했습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역사적 합의를 중재한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국제 사회 반응도 살펴보죠?
기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양국의 결정을 환영하며, 이번 합의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각각 독립국으로 공존하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유럽연합(EU)과 프랑스 등도 성명을 내고 역사적 합의를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팔레스타인은 이 합의 소식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반역이고 모반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번 합의에 대한 항의 표시로 UAE에 내보냈던 대사를 자국으로 불러들였고요. 이란, 그리고 시아파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일부 아랍 국가도 반발했습니다. UAE와 같은 걸프 아랍국인 오만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반면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현재 침묵하고 있고요. 터키는 UAE와의 단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가 중국 공자학원에 제재를 단행했군요?
기자) 네. 미국 국무부가 13일, 중국 정부의 자금을 지원받는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을 외국 사절단으로 지정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공자학원은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공산당 사상을 전파, 선전하기 위한 기구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공자학원’이라는 게 정확히 뭔가요?
기자) ‘공자’는 중국의 대표적 사상가로 유교를 체계화한 인물이죠. 그의 이름을 딴 ‘공자학원’은 전 세계 각국의 교육기관과 연계해 중국어를 배우게 하고, 유교를 비롯한 중국의 문화와 풍습을 홍보, 전파하는 학술 교육기관입니다.
진행자) 그럼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을 운영하고 있나요?
기자) 당초에는 중국 교육부 산하 교육기관이 직접 관리 운영했는데요. 하지만 공자학원에 대한 정체성 논란이 일면서 현재는 비영리 민간 단체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운영 자금을 대고 있어 명목상 학술기관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미국에는 이런 공자학원들이 얼마나 있습니까?
기자) 전미학술학회(NAS)에 따르면 올 6월 30일 기준으로 공자학원을 운영하는 곳은 75곳에 달하는데요. 여기에는 60여 개 대학도 포함됩니다. 미주리대학교와 UC데이비스 등 4개 대학은 올해 안에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이밖에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까지 포함하면 약 500개에 달하는 공자교실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전 세계적으로는 얼마나 있는지도 알려졌습니까?
기자) 네. 전 세계 160여 개국에 공자학원은 540여 개, 공자교실은 1천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미국 국무부가 공자학원을 외국 사절단으로 지정했다고 했는데, 그럼 앞으로 이들 학원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외국 사절단으로 지정되면 대사관과 마찬가지로, 국무부에 부동산 소유 현황과 인력 등 운영 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관련 브리핑에서, 공자학원이 미국에서 퇴출당하는 건 아니지만, 미국의 대학들은 그들의 활동을 더욱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미국 정부의 이번 조처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가 양국 관계를 악마화하며 오명을 씌우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공자학원은 세계인들이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을 이해하며 각국의 교육 문화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교량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미국 내 공자학원들은 각 대학이 자발적으로 신청해 설립된 것이며 각 대학의 규정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외에 다른 나라들에서도 공자학원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있다고요?
기자) 네. 최근 몇 년간, 스웨덴, 벨기에, 캐나다 등 북미 유럽 등지에서도 공자학원 퇴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들은 중국에서 파견한 공자학원 교수들이 공산당 사상을 전파하고 공산당을 미화하고 있다며 학문적 교류에 정부가 개입하면 안 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무장세력 간에 평화협상이 곧 시작될 거라는 소식이 있군요?
기자) 네. 아프간 정부의 고위 관리가 12일 밝힌 소식인데요. 아프가니스탄 정부 대표단과 아프간 무장단체 탈레반 협상단이 다음 주 카타르 도하에서 공식 평화협상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진행자) 지금 아프간 정국은 오랜 교착 상태에 빠져 있죠?
기자) 맞습니다. 아프간은 20년 가까이 내전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미국과 탈레반이 평화협정을 전격 체결한 이후로도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의 평화협상이 시작되지 않고 오랫동안 표류해왔는데요. 양측이 조만간 평화협상에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프간 정부가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군요?
기자) 네. 무스타파 마스투르 아프간 경제부 장관은 12일, 파키스탄의 ‘라호르평화연구센터(LCPR)’ 주최로 열린 화상 포럼에서, 이번 평화협상은 오랜 전쟁을 겪은 아프간의 역사에 새 소망의 장을 여는 것이라며 양측 모두 이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아프간 정부는 선의와 적극적인 태도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진행자) 탈레반은 이 평화협상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앞서 탈레반의 수하일 샤힌 대변인은 11일, VOA에 아프간 안정화를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협상에 나설 거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상대도 같은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며 아프간 정부에 불신을 드러냈습니다. 샤힌 대변인은 또 탈레반은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탈레반 평화협정 내용의 골자가 뭔가요?
기자) 크게 몇 가지로 요약되는데요. 아프간에 주둔 중인 미군과 연합군은 2021년 5월까지 철수하고, 어떠한 개인이나 조직도 미국과 동맹국들에 적대행위를 하지 않을 것,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평화협상을 통해 영구적이고 포괄적인 아프간의 정치 로드맵을 도출하고, 아프간을 테러 세력의 거점이 되지 않게 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진행자) 지금 아프간에는 미군 병력이 어느 정도나 되나요?
기자) 협정 서명 당시 약 1만3천 명 규모였는데요. 이미 감축에 들어가 현재 약 8천600명 정도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까지는 5천 명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말해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과 탈레반이 평화협정을 체결한 지 5개월이 넘어가도록 왜 아직까지 양측의 직접 평화협상이 성사되지 않은 건가요?
기자) 당초 양측은 3월부터 평화협상을 하기로 돼 있었는데요. 하지만 전제 조건이었던 포로 교환 문제가 꼬이면서 평화협상도 지연됐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이죠?
기자) 네. 아프간 정부는 5천 명의 탈레반 포로들을 풀어주고, 탈레반은 포로로 잡고 있는 아프간 정부군 1천 명을 석방하기로 했는데요. 이후 탈레반은 정부군 포로 1천 명을 모두 풀어줬지만, 아프간 정부는 내부의 이견이 노출되면서 이를 전면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어떻게 양측이 협상을 하기로 한 건가요?
기자) 지난주, 아프간의 부족 원로회의인 ‘로야 지르가(Loya Jirga)’에서 마지막 남은 탈레반 포로들의 석방을 승인했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남은 약 400명의 포로는 매우 강경한 탈레반 조직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협상이 지연되자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로야 지르가를 소집해 승인을 요청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