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의 해양방류 방침을 확정했습니다.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데요.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나토 동맹국들과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다시 유럽을 찾았습니다. 중국 군용기들이 12일 대거 타이완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가 13일 각료회의를 열고, 경제산업성 산하 전문가 소위원회가 최상의 방안으로 제시한 ‘해양방류’를 결정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방식을 논의하기 시작했는데요. 8년여 만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진행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문제가 된 게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사고 때문이죠?
기자) 맞습니다. 당시 일본 동북부 해저에서 규모 9 정도의 대지진이 발생했는데요. 곧바로 지진해일(쓰나미)이 동북부 일대를 덮치면서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났습니다. 이때 후쿠시마 제1 원전에 있던 원자로들도 냉각장치가 망가지면서 수소 폭발을 일으켰는데요. 원자로를 냉각시키기 위해 들이부운 물과 이후 빗물, 지하수 등이 유입되면서 문제가 계속 커졌습니다.
진행자) 그럼 그동안 일본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왔습니까?
기자) 원전 단지에 저장 탱크를 만들어 보관해왔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에 따르면 원전 안에는 이런 탱크가 1천여 기 있는데요. 전체 저장용량이 137만t 정도라고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왜 해양에 방류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저장 용량의 한계치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지난달 중순 기준으로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는 약 125만t으로 전체 용량의 90%가 찬 상태인데요. 지금도 하루 평균 140t의 오염수가 발생해 이르면 내년 가을, 탱크가 다 찰 거라고 도쿄전력 측은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125만t이면 어느 정도 양인지 감이 좀 안 오는데요?
기자) 올림픽 규격 수영장 500개를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대기방출과 해양방류 두 가지를 놓고 고심해왔는데요. 비용과 기술 등의 문제로 해양방류 쪽으로 최종 선택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 많은 오염수를 어떤 식으로 바다에 방류하는 겁니까?
기자)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배출하기 전에,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 정화 장치를 이용해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충분히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핵종제거설비로도 처리해도 삼중수소(트리튬)라는 방사성 물질은 그대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우려에 대해 일본 정부는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삼중수소(트리튬)가 함유된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서 오염 농도를 국제기준치의 40분의 1로 낮춰 방류하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일본 정부는 또 원전을 운영하는 다른 나라들도 기준치 이하의 삼중수소 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력하에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국내외에 공유하고, 방사성 농도를 감시하는 감독 체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은 이렇게 처리한 물을 ‘오염수(contaminated water)가 아니라 ‘처리수(treated water)’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언제부터 방류하는 겁니까?
기자) 이르면 2023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부는 지금부터 2년 뒤를 목표로,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방류에 필요한 관련 시설 공사 등 해양 방류를 준비할 방침입니다. 해양 방류는 30년에서 40년에 걸쳐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하지만 일본 정부가 해양방류를 결정했다는 소식에 일본 어민들과 시민, 환경 단체들은 일제히 우려와 비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일본의 결정에 주변국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그동안 일본의 오염수 처리 결정을 주시하고 있던 한국, 중국 등 주변국도 일본의 결정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한국 정부는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 대사를 초치해 일본 정부의 결정에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고요. 중국도 일본이 국제사회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오염수 처리를 결정했다며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미국도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습니까?
기자) 일본의 해양방류 결정은 국제 안전기준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국무부는 12일,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놨는데요.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와 긴밀히 협력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속처리를 결정했으며, 국제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핵 안전기준에 따른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 국무장관이 벨기에를 방문중이군요?
기자) 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과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15일까지 브뤼셀에 머무는데요. 13일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의 회담을 시작으로 나토 동맹국들과 양자, 또는 다자회담을 진행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블링컨 장관이 얼마 전에도 브뤼셀을 찾지 않았나요?
기자) 맞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하순, 처음으로 유럽을 찾아, 나토 동맹국들과 현안을 논의했는데요. 이번 방문은 약 3주 만에 이뤄지는 것입니다.
진행자) 블링컨 장관이 3주 만에 또다시 브뤼셀을 찾게 만든 긴급 현안이 있습니까?
기자) 네.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고요. 또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과 나토 연합군의 철군 예정일이 다음 달 1일로 다가옴에 따라 이에 대한 조율도 필요합니다. 또 동맹 강화도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과제인데요. 블링컨 장관은 12일, 브뤼셀로 출발하면서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토 동맹국들과 대서양 안보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원을 재확인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 지역에서는 무력 충돌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상황이 다시 격화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친 러시아 성향 분리주의 세력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간 충돌은 계속 있었는데요. 하지만 지난달, 반군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군인 여러 명이 사망한 데 이어, 12일에도 우크라이나 군인 1명이 사망하는 등 불안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병력이 국경 지역으로 대거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도 계속 들리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러시아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강제 병합한 이래 가장 많은 병력을 이 지역에 보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12일,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의 대화에서도 러시아는 휴전 협정을 지키고,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의 무력 증강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이런 병력 이동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러시아는 훈련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도발적인 행동을 한다면 현지 거주 러시아계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개입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블링컨 장관의 이번 나토 방문에서, 또 하나 주요 의제가 아프간 철군 문제라고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아프간 무장 반군 탈레반이 지난 2020년 체결한 평화협정에는 오는 5월 1일, 미군 포함, 나토 연합군이 전면 철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평화협정의 또 다른 합의 사항인 아프간 당사자 간 협상, 즉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협상에 아무런 진전이 없어 시한이 연장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나토는 아프간 철군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지난 2월,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필요 이상 긴 주둔을 원하는 동맹은 없다면서도 올바른 시기가 되기 전에는 아프간을 떠나지 않을 거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며칠 후 아직 확정된 게 없다며 한 걸음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3월 나토 방문 당시, 나토 동맹국들의 의견을 듣고 함께 논의할 것이라면서, 올바른 시점에 동맹국들이 “다 함께 철수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 군용기들이 또 타이완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중군 군용기 25대가 12일 타이완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고 타이완 국방부가 이날 밝혔습니다.
진행자) 25대라면 상당히 많은 숫자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부터 타이완 국방부가 관련 숫자를 주기적으로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일일 진입 대수로는 가장 많았습니다.
진행자) 어떤 종류의 군용기들이 이날 ADIZ에 들어왔습니까?
기자) 네. J-16 전투기 14대, J-10 전투기 4대, 또 4대의 H-6K 폭격기, 대잠초계기 2대, 그리고 조기경보기 1대였습니다. 이 중에서 H-6K 폭격기는 핵폭탄도 탑재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방공식별구역’이란 것이 영공하고는 다른 개념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방공식별구역은 국가안보 목적상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 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해서 필요하면 군사상 위협을 평가한 뒤 대응하기 위해 설정한 임의의 선을 말합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방공식별구역에 들어가도 모두 영공 침범은 아닌 거죠?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외국 군용기가 방공식별구역 안에 들어오더라도 영공을 침범하지 않은 상태라면 격추, 사격 등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요즘 중국 군용기들이 ADIZ에 자주 나타나는군요?
기자) 네. 최근에 자주 중국 군용기들이 진입했는데요. 이들은 주로 ADIZ 남서쪽 구역인 프라타스제도 상공에서 비행합니다. 이렇게 중국 군용기들이 나타나면 타이완 공군기들이 긴급 발진하고 지상 방공 체제가 가동됩니다.
진행자) 중국 군용기들이 ADIZ에 들어오는 것은 일종의 무력시위로 해석되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이 타이완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중국은 ADIZ 진입이 중국 주권을 보호하고 미국과 타이완의 밀착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 지적처럼 최근 미국과 타이완이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미국은 타이완에 대한 첨단 무기 판매를 승인하고 자국 고위 관리들의 타이완 방문이나 타이완 관리와의 만남을 허용하는 등 타이완과 관계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지난 9일 자국 관리들이 타이완 관리를 만나는 것을 좀 더 자유롭게 하는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는 미국과 타이완 사이의 이런 움직임에 강력하게 반발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은 타이완을 자국 영토로 여기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에 매우 민감합니다. 타이완 독립을 획책하는 시도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건데요. 그래서 중국이 타이완을 무력통일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도 타이완 해협에 종종 해군 함정을 보내 대응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