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미얀마 군인들과 경찰이 시위대에 무력을 사용하면서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은 또 다른 혐의로 추가 기소됐는데요. 미얀마 소식 먼저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어서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주 발생한 이스라엘 화물선 폭발 사고가 이란의 소행이라고 지목하면서 중동 지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소식, 에리트레아 군인들이 에티오피아 민간인 수백 명을 조직적으로 살해했다는 국제 인권단체 보고서 내용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먼저 미얀마로 가보겠습니다. 미얀마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얀마 군인과 경찰이 28일, 실탄 등 무력을 사용해 시위대 강경 진압에 나섰습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이날 하루 동안 적어도 18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래 가장 큰 인명피해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유엔 인권사무소와 주요 외신, 현지 매체의 사상자 집계가 조금씩 다른데요. 20명이 넘는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날 다친 사람들 가운데 중상자도 많아 앞으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사망자들이 모두 실탄에 쓰러진 건가요?
기자) 그건 현재로서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날 시위는 미얀마 전역에서 벌어졌는데요. 미얀마 군인과 경찰은 양곤, 만달레이, 다웨이, 바고 등지에서 실탄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최루탄과 물대포, 고무탄 등을 이용해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기 때문에 이 가운데서 사망자가 여럿 나왔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진행자) 시위 중 체포된 사람도 많습니까?
기자) 네. 미얀마 시민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이날 하루 동안만 1천여 명이 체포됐다고 밝혔습니다. 소셜미디어에는 군인들이 피를 흘리는 시위자들을 차에 강제로 태우는 사진이나 시위자들이 다친 동료 시위자를 보살피는 동영상 같은 게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이 추가 기소됐다는 소식이 있네요?
기자) 네. 1일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의 2차 심리가 미얀마 네피도 법원에서 있었는데요. 법원이 이날, 수치 국가 고문에게 2개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수치 국가 고문의 변호인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혐의죠?
기자) 네. 수치 국가 고문의 변호인에 따르면, 하나는 공포나 불안을 야기하는 정보 공개를 금지한 식민지 시대 형법 조항을 위반한 혐의고요. 또 하나는 장비 등록 규정과 관련한 통신법 위반 혐의라고 합니다.
진행자)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은 이미 다른 혐의도 받고 있죠?
기자) 네. 수치 국가 고문은 지난달 초, 불법 무선통신기기를 소지했다며 수출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나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자연재해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습니다.
진행자) 수치 국가 고문이 이날 법원에 출두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미얀마 법원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이유로 지난달 1차 심리에 이어, 이날 2차 심리도 화상으로 진행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여전히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의 건강이나 근황은 알 수 없는 건가요?
기자) 수치 국가 고문의 변호인들이 이날, 화상으로 수치 국가고문을 접견했습니다. 수치 국가 고문의 요청에 따른 거였다고 하는데요. 한 변호인은 비록 화상을 통해서였지만 수치 국가 고문이 건강해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수치 국가 고문의 다음 심리는 오는 15일 열릴 예정입니다.
진행자) 미얀마 사태를 바라보는 국제 사회의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죠?
기자) 네. 유엔 인권사무소가 쿠데타 이래 최악의 유혈 사태가 벌어진 28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냈는데요. 미얀마에서 시위대를 향한 폭력이 증가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미얀마 군부에 평화로운 시위자들에게 무력을 사용하는 것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국제 사회의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요?
기자) 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도 이날(28일) 트위터에 성명을 내고, 국제 사회의 더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앤드루스 보고관은 미얀마 군부가 국민을 폭력으로 압제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 사회도 대응을 강화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앤드루스 보고관은 유엔 회원국이 취할 수 있는 조처로, 미얀마 수출 금지, 군부 인사들과 군과 연계된 기업에 대한 제재 등을 제시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이미 미얀마 군부에 제재를 단행했죠?
기자) 맞습니다. 미국은 지난달,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비롯해 미얀마 쿠데타에 책임이 있는 전, 현직 장성 10명, 그리고 군부와 연계된 보석 관련 3개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고요. 영국과 캐나다도 비슷한 조처를 단행했는데요. 앤드루스 보고관은 이미 제재를 하고 있는 나라들도 추가 제재를 검토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요구에 각국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은 추가 제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8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얀마 군인과 경찰이 ‘혐오스러운 폭력(Abhorrent Violence)’을 자행했다고 비난하면서, 미국은 모든 관련자에게 폭력의 책임을 계속 물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비무장 민간인을 상대로 총을 쏘는 것은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는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얀마 이웃 나라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까?
기자) 미얀마가 속해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외무장관들과 미얀마 군부가 2일 화상 회의를 열고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아세안은 미얀마 군부 측에, 아세안의 참관 아래 총선을 다시 치르는 방안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미얀마 시위대는 지난해 11월 총선 결과는 미얀마 전체 국민의 뜻이라며 새 총선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스라엘 총리가 화물선 폭발 사건의 책임자로 이란을 지목했다고요?
기자) 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일 이스라엘 공영 방송인 ‘칸’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이스라엘 화물선 폭발 사건을 자행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로써 중동 지역에는 또다시 새로운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화물선 폭발 사건이 어떤 사건인지, 우선 정황을 들어볼까요?
기자) 네. 지난 2월 26일, 이스라엘 회사 소유의 자동차 운반선인 ‘MV 헬리오스 레이’ 호가 중동 걸프 해역에서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폭발을 일으켰습니다. 선원들 가운데 다친 사람은 없지만 배는 좌, 우 양쪽 흘수선 바로 위에 큰 구멍이 생겼습니다.
진행자) 흘수선이면 선체가 잠기는 한계선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만약 조금만 더 아래쪽이었으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헬리오스 레이’호는 지난 28일 두바이 항구에 들어와 수리 중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네타냐후 총리는 이 폭발 사건을 이란이 저질렀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특별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이란이 저지른 게 분명하다면서 “이란은 이스라엘의 최대 적이다. 나는 그것을 저지하기로 했다. 우리는 전 지역에서 그것을 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란은 이스라엘의 주장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을 “강력히 거부”한다고 일축했습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에 대해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면서, 공포 조장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또 이스라엘이 역내에서 의심스러운 행동을 자행하며 역내 불안정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이 어떤 식으로 역내 불안정을 조장하고 있다는 거죠?
기자) 이스라엘은 지난 몇 년간, 시리아와 이란 국경 지역에 대해 수백 차례 공격을 단행해왔는데요. 이스라엘은 이란과 레바논 헤즈볼라 세력이 이 지역을 거점으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를 무력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언론은 이스라엘군이 28일 밤에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에 미사일 공습을 단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란은 또 지난해 이란 나탄즈 핵 시설 폭발 사건을 비롯해 일련의 공격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 미국은 이란 핵 합의 복귀를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는 이란 핵 합의 여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내 친구 바이든에게도 얘기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란 핵 합의와 관련해 어떻게 좀 진전된 게 있습니까?
기자) 특별한 진전은 없습니다. 지난주 미국은 유럽 국가들이 초대하면 이란과 함께 핵 합의 복귀 문제를 논의할 수도 있다고 밝혔는데요. 단 이란이 그동안 파기했던 핵 합의 조항들을 다시 준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놨습니다. 이에 대해 이란 외무부는 28일,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실패한 정책을 따르고 있다며, 지금은 비공식 회담을 가질 때가 아니라고 본다며 거부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에리트레아 군인들이 에티오피아 민간인을 대거 살해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이 26일 새 보고서를 내놨는데요. 지난해 11월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주의 ‘악숨’이라는 도시에서 에리트레아 군인들이 민간인 ‘수백 명’을 조직적으로 살해했다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티그라이주는 에티오피아 정부군과 내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티그라이주는 에티오피아에서 정치적, 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인데요. 2018년 아비 아흐메드 총리가 집권하면서 중앙 정부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습니다. 아비 총리 정부가 자신들을 정치 중심에서 배제한다는 불만이었는데요. 자체적으로 선거를 실시하며 분리 움직임을 보이자 지난해 11월 정부군이 공격을 단행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지금 현지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지난해 12월 에티오피아 정부군이 티그라이 주도를 장악하면서 승리를 선언했는데요. 하지만 티그라이 무장 정파인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은 계속 투쟁을 다짐하고 있고요. 여전히 산발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에리트레아 군인들이 왜 악숨 지역 주민들을 살해했다는 거죠?
기자) 당시 현지 주민들이 TPLF에 가세해 에리트레아 군인들에게 돌이나 막대기 등을 던지며 저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에리트레아 군인들이 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집단학살’을 자행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보고서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볼까요?
기자) 네. 보고서는 에리트레아 군인들이 지난해 11월 28일과 29일, 약 24시간 동안 거리에서 민간인을 향해 총격을 가하거나 도망치는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군인들은 또 주민들을 줄지어 세워놓고 등 뒤에서 총살하고, 가택수색을 하며 구타와 약탈도 자행했다고 하는데요. 거리에 시신이 즐비했지만, 에리트레아 군인들은 다음 날까지도 주민들이 시신을 수습하도록 허용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진행자)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는 이웃 나라죠?
기자) 맞습니다. 두 나라는 국경을 접하고 있고요. 오랜 앙숙 관계입니다. 두 나라는 1998년 국경 갈등으로 전쟁을 벌인 적도 있는데요. 에리트레아는 아비 총리가 이끄는 에티오피아 정부와는 화해했지만, TPLF와는 계속 대립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비 총리가 에리트레아와의 전쟁을 끝내는 데 기여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아비 총리는 그 공로로 지난 2019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티그라이 지역에 무차별 공습을 단행하면서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에리트레아 정부는 보고서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자국군 병력을 티그라이주에 보낸 적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에리트레아 정부는 완전히 날조된 주장이라고 반발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AP 통신도 현지 주민들과 에티오피아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를 뒷받침하는 보도를 전했습니다.
진행자) 에티오피아 정부는 이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에티오피아 정부도 에리트레아 군인들이 티그라이 지역에 주둔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왔는데요. 하지만 에티오피아 정부 산하 국가인권위원회의 다니엘 베켈레 수석 행정관은 앰네스티 보고서가 나온 후, 이를 심각히 받아들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도 예비 조사에서 정확한 수를 알 수 없는 민간인이 악숨 지역에서 에리트레아 군인들에게 살해된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됐는지 정확히 파악되진 않은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수백 명’은 사망했을 거라는 추측인데요. 그 때문에 유엔 차원의 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