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개헌안 78% 찬성, 푸틴 장기 집권 길 열려…USMCA 협정 발효

1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헌법 개정의 찬반을 묻는 국민 투표에 참석해 표를 던지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러시아 개헌투표 결과 78%의 찬성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의 길이 열렸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할 새로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USMCA)’이 1일부터 발효됐습니다. 프랑스가 터키와의 갈등 속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지중해 작전 임무를 잠정 중단한 소식 ,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러시아 개헌 투표 결과가 나왔군요?

기자) 네. 러시아에서 1일 헌법 개정에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됐는데요. 2일 오전 100% 개표가 완료됐습니다. 러시아 중앙 선거관리 위원회는 최종 개표 결과, 개헌안이 77.9%의 찬성을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투표율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기자) 러시아 선관위는 65%였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헌안 국민투표는 투표율 기준이 따로 없고,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의 절반 이상만 찬성하면 통과되는 겁니다.

진행자) 그건 왜 그런 거죠?

기자) 개헌안이 이미 지난 3월 러시아 연방의회에서 통과되고, 헌법재판소의 승인까지 받아 국민투표 자체가 개헌에 필수적이지는 않은데요.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국민투표에서 지지를 얻을 때만 개헌안이 발효될 것이라고 강조해왔습니다. 정당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개헌안이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었으니 이제 푸틴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갈 수 있게 된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다시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중을 밝힌 바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달, 러시아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개헌안이 통과되고 자신에게 재출마의 길이 열린다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진행자) 이제 헌법이 개정돼 대통령의 이전 수행 횟수가 전면 백지화됐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기자) 맞습니다. 개정 이전의 러시아 헌법은 동일한 인물이 두 차례 이상 대통령직을 연임하지 못하게 돼 있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번 수행하고, 총리로 물러났다가 다시 2012년부터 지금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번째 수행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임기까지 포함하면 20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건데요. 앞으로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2024년, 5기 집권에 다시 도전해 성공하고, 2030년 선거에서도 승리한다면, 푸틴 대통령은 30년 이상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진행자) 이번 개헌안 국민투표는 사실상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신임을 묻는 거라고 할 수 있는데, 개헌안에 대한 지지율이 상당히 높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선관위는 반대표는 고작 21% 정도라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투표와 개표 과정은 모두 매우 투명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야권에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야권은 다른 주장을 하나 보군요?

기자) 네.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 씨는 개표 직후 동영상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투표 결과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나발니 씨는 2일에도 또 페이스북에 러시아 곳곳에서 불법, 편법 투표가 자행됐다며 이번 개표 결과는 러시아 국민의 의견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최근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기자) 네. 러시아 최고 독립 조사기관인 ‘레바다 첸트르’에 따르면 지난 5월, 푸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59%였습니다. 이는 푸틴 대통령 집권 이래 최저 수준인데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을 때는 85%까지 올라간 적도 있습니다.

진행자) 전의 대선 결과는 어떻습니까?

기자) 지난 2018년 대선 때는 약 77%, 2012년 때는 64% 정도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크렘린궁은 앞서 이번 개헌안에 대한 지지율이 70% 이상이길 기대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정부 당국이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다고 하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자동차, 아파트 등 경품까지 내걸고 투표 참여를 독려했는데요. 야권은 표를 매수하는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또 러시아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투표 기간을 연장해 총 7일간 투표를 진행했는데요. 이 역시 투표율을 높이려는 편법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9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서명한 뒤 서명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USMCA)’이 발효됐군요?

기자) 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할 새로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USMCA)’이 1일부터 공식 발효됐습니다. 이로써 이들 3개국은 지난 26년간의 NAFTA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무역 시대를 열게 됐습니다.

진행자) 세 나라가 꽤 오랫동안 무역협정을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NAFTA가 미국이 체결한 협정 가운데 최악의 하나라고 비판하면서, 취임 직후부터 캐나다, 멕시코와 새로운 무역협정을 맺을 것을 요구했는데요. 협상과 수정을 거듭한 끝에 결국 각국 의회의 비준을 끝내고 이날 공식 발효된 겁니다.

진행자)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USMCA)’의 주요 내용이 뭐죠?

기자)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USMCA)’에서 특히 강조하고 있는 내용은 자동차 무역과 멕시코 노동환경 개선, 에너지 부문 등입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에서 각각 2위, 3위의 교역상대국으로 이들 나라와의 교역이 미국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난데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 측의 요구가 많이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가장 눈에 띄는 분야가 자동차 산업 부문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USMCA는 북미산 자동차 부품의 이용률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75%까지 쓴 자동차에 대해서만 관세를 매기지 않기로 했는데요. 기존 NAFTA의 경우, 62.5%였습니다.

진행자) 무관세 자동차 수출 할당량도 정해졌다고요?

기자) 네. 멕시코와 캐나다가 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는 자동차 수를 각각 260만 대로 제한했습니다.

진행자) 멕시코의 노동 환경 문제도 협상 과정에서 주요 걸림돌의 하나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줄곧 협상 과정에서 멕시코가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는데요. 특히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멕시코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인권 위반 의혹 사례들을 지적하며, 지난 2018년 10월 도출된 첫 합의안에 반대하며 최종 합의안에는 더욱 강력한 규제조항이 삽입되어야 한다고 요구했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감독관을 파견한다는 이야기도 나와서 한때 시끄러웠던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미국이 하원에 보낸 비준안 초안에 멕시코의 노동 개혁 준수 여부를 살피기 위해 미국 관리들을 파견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는데요. 멕시코는 주권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이에 미국 정부는 ‘노동감독관’을 파견하는 것이 아니고, 멕시코의 노동 규정 준수는 미국과 멕시코인이 포함된 독립 전문가 패널이 할 거라고 밝혀 일단락됐습니다.

진행자)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USMCA 출범을 환영하는 발언을 했군요?

기자) 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USTR) 대표가 그간 USMCA 협상도 진두지휘해왔는데요.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날 (1일) 비디오 동영상에서 USMCA를 극찬했습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USMCA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유익하며, 현대적인 무역협정이라면서 미국 제조업에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네. 지금 3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몇 달째 경제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3국의 교역량은 통상적으로 연간 1조2천억 달러에 달하는데요. 하지만 4월의 교역량이 급감하면서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USMCA가 출범하면서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USMCA가 3국 간에 더 높은 무역장벽만 만들고 갈등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프랑스 남부 드라몽 해변 인근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알아보겠습니다. 프랑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 나토)’의 지중해 작전 임무를 전격 중단했군요.?

기자) 네. 프랑스 국방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주요 임무 중 하나인 ‘바다의 수호자 작전(Operation Sea Guardian)’ 참여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바다의 수호자 작전’은 지중해의 안보와 테러 대응 등을 목적으로 나토가 운용하고 있는 공동 해상작전입니다.

진행자) 프랑스가 작전 참여를 잠정 중단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터키와의 갈등 때문입니다. 나토의 두 주요 회원국인 프랑스와 터키는 리비아 문제를 둘러싸고 최근 갈등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갈등을 빚고 있는 거죠?

기자) 프랑스는 터키가 리비아에 대한 유엔 무기 금수 조치를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터키가 유엔의 무기 금수를 어기고 있는데 그걸 감시하는 해상작전에 프랑스군 자산을 배치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인데요. 터키는 프랑스의 주장 일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최근 지중해상에서 일촉즉발의 상황도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6월 10일 지중해상에서 프랑스 해군 함정이 리비아로 향하는 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탄자니아 국적 화물선을 적발하고 조사하려고 했는데요. 화물선을 호위하던 터키 해군 군함이 프랑스 해군 함정에 3차례 레이더를 조준했다고 프랑스 측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프랑스 해군 함정은 화물선 조사를 포기하고 뒤로 물러났습니다. 프랑스는 터키 측의 행위가 나토의 기준에 따라 ‘적대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는데요. 현재 나토는 프랑스의 요구로 이 문제를 조사 중입니다.

진행자) 터키 측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터키는 군함을 공격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프랑스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터키 측은 탄자니아 선박이 의약품을 싣고 있었다고 주장했는데요.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2일, 프랑스가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터키에 대응했다고 말했습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또 프랑스가 리비아에서 잘못된 편을 지지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프랑스가 리비아에서 잘못된 편을 들고 있다는 게 무슨 이야기입니까?

기자) 지금 리비아는 지난 2011년 무아마르 가다피 정권이 붕괴된 이래 계속 내전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4년 동부의 군벌인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이 이끄는 반군인 ‘리비아국민군(LNA)’이 세를 확산하면서 서부를 통제하는 ‘리비아 통합정부(GNA)’ 간에 본격적인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나토 회원국 간에도 서로 지지하는 세력이 달라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터키와 프랑스도 다른가 보군요?

기자) 네. 터키는 국제 사회가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있는 GNA를 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세속주의 군벌인 하프타르 장군이 이끄는 LNA를 후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요. 프랑스는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여기에 러시아까지 개입해 더욱 혼란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는 하프타르 장군의 LNA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유엔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사설 보안 업체인 ‘와그너그룹’이 리비아에 수백 명의 용병을 파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와그너그룹은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운영하는 업체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지금 리비아 사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지난달, GNA가 터키의 지원에 힘입어 수도 트리폴리를 완전히 재장악하는 데 성공했고요. LNA는 수도 외곽으로 퇴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와그너그룹의 용병들이 리비아에서 철수 중이라는 보도도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