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중국과 러시아, 쿠바가 ‘유엔인권이사회(UNHRC)’ 의석 확보에 성공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실패했습니다.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 키르기스스탄 의회가 사디르 자파로프 야권 지도자를 총리로 선출했습니다. 유럽연합(EU)이 미국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유엔 인권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의 새 이사국이 결정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엔 총회 193개 회원국이 13일 표결을 통해 유엔 인권이사회 일부 이사국을 새로 선출했는데요. 국제 인권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 쿠바가 의석 확보에 성공했습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실패했습니다.
진행자) 유엔 인권이사회 전체 의석이 몇 석이나 되죠?
기자) 총 47개 이사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역 안배를 위해, 아프리카, 아시아 ·태평양, 동유럽,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서유럽·기타 지역 등 5개로 나눠 의석을 분배하고 있고요. 이사국의 임기는 3년입니다.
진행자) 그럼 이번에 선출한 의석은 몇 석이죠?
기자) 모두 15석입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4석을 새로 선출해야 했고요. 아프리카 4석, 동유럽 2석, 라틴아메리카 3석, 그리고 서유럽 2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시아· 태평양지역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은 이사국 선정에 이견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거의 미리 정해져 있었습니다.
진행자) 아시아· 태평양지역은 상황이 좀 달랐나 보군요?
진행자) 그렇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4개 자리를 놓고 파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네팔, 중국, 사우디아라비아의 5파전이 벌어졌습니다.
진행자)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이사국은 전체 193개 회원국의 비밀 투표를 통해 과반 득표를 얻어야 하고, 배분 의석수에 따라 상위 득표를 얻은 나라가 선출되는데요. 파키스탄이 169표, 우즈베키스탄이 164표, 네팔 150표, 중국은 139표를 얻었고요. 사우디아라비아는 90표에 그쳐 탈락했습니다.
진행자) 사우디아라비아가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인권 문제로 비판을 받아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여러 개혁 정책을 발표했지만 ‘휴먼라이츠워치’를 비롯한 여러 국제 인권단체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인권 이사국이 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해왔습니다.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인권운동가, 재야 정치인, 여성 운동가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자말 카쇼기 씨 사건도 있었고요.
기자) 맞습니다. 2년 전,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이자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였던 자말 카쇼기 씨가 터키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잔혹하게 피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국제 인권단체들은 사우디 정부가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해왔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번에 뽑힌 나라들은 어떤 나라들이죠?
기자) 네. 아프리카에서는 코트디부아르, 말라위, 세네갈, 가봉이, 동유럽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뽑혔고요. 중남미·카리브해 국가들 가운데는 멕시코와 쿠바, 볼리비아가 의석을 얻었습니다. 서유럽에서는 영국과 프랑스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 네팔,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이렇게 네 나라가 진출하게 됐는데요. 이들은 내년 1월 1일부터 업무에 들어가게 됩니다.
진행자) 사우디는 실패했지만, 국제 인권단체들이 반대했던 또 다른 나라들은 의석을 차지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참혹한 인권 탄압 전력을 들어, 중국과 러시아, 쿠바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를 표명해왔는데요. 표결 후 루이 샤르보노 ‘휴먼라이츠워치’ 유엔 담당 이사는 사우디의 사례를 들며, 앞으로 유엔 대표직 선출은 더욱 경쟁을 통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더 많은 후보국이 나오게 되면 투표를 통해 부적격한 나라를 탈락시킬 수 있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샤르보노 이사는 만일 다른 후보 국가들이 더 있었더라면 중국, 쿠바, 러시아도 선출되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이런 자격 없는 나라들이 추가됐다고 해서, 폭력을 막고 희생자들을 대변하는 유엔인권이사회의 업무가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탈퇴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2년 전, 미국은 인권이사회가 인권 문제에 관해 위선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며 탈퇴를 선언했는데요. 당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인권이사회가 특히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처우 조사에 치중하며 정치적 편견과 모순으로 가득 찼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표결에 대해 미국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13일 성명을 내놨는데요. 미국은 이사회 탈퇴를 결정하기 전에도, 또 이후에도 계속 인권이사회의 개혁을 촉구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요구들은 무시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그 결과 러시아, 중국, 쿠바 같은 끔찍한 인권탄압 전력이 있는 국가들이 인권 이사국이 되는 이런 결과가 발생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중앙아시아 국가 키르기스스탄 정국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키르기스스탄 의회가 신임 총리를 선출했군요?
기자) 네. 키르기스스탄 의회가 14일 재투표를 통해 사디르 자파로프 야권 지도자를 총리로 선출했습니다. 키르기스스탄 의회는 지난 10일에도 사디르 자파로프 씨를 총리로 지명했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키르기스스탄 의회가 총리 지명 투표를 왜 다시 한 거죠?
기자)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대통령이 지난 10일에 나온 의회 표결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며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제엔베코프 대통령은 의회 투표에서 대리투표 등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재투표에서도 자파로프 씨가 다시 총리로 지명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엔베코프 대통령은 의회 표결 직후, 자파로프 씨를 총리로 인준했습니다. 제엔베코프 대통령은 새 내각이 합법적으로 구성되면 자신은 사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줄곧 말해왔는데요. 자파로프 신임 총리는 의회 표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퇴진은 국민의 요구라며, 오늘 대통령을 만나,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자파로프 신임 총리는 어떤 사람인가요?
기자) 민족주의 성향의 야권 정치인인데요. 지난 2013년 벌어진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고위 공직자를 납치한 혐의로 장기 복역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키르기스스탄 법원이 사건을 검토한 후 평결을 무효 처리하면서 풀려났습니다.
진행자) 키르기스스탄의 정국 혼란, 얼마 전 있었던 총선 이후 계속되고 있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키르기스스탄은 지난 4일 총선을 치렀는데요. 총선 결과 친 정부 정당들이 압승을 거두면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야권과 시민들은 재선거를 요구하며 격렬한 반정부 시위에 나섰는데요. 이틀 후 키르기스스탄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결과를 무효로 하고 조만간 재선거 일정을 잡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정부의 주요 인사들도 사임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쿠바트벡 보로노프 총리와 다스탄벡 드주마베코프 국회의장도 6일, 사임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키르기스스탄 수도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황이라고요?
기자) 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총선 이후 시위가 거세지면서, 1천여 명 이상 다치고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시위대가 한때 의사당과 정부 청사를 점거하는 등 시위가 확대되자, 지난 9일 수도 비슈케크에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이에 따라 비슈케크 시민들은 오는 21일까지 야간 통행금지와 여행 규제 등이 적용됩니다.
진행자) 지금 러시아 정부의 고위 관리가 키르기스스탄을 방문 중이라는 이야기도 있네요?
기자) 네. 키르기스스탄은 구소련 공화국으로, 지금도 러시아와는 긴밀한 동맹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키르기스스탄에는 러시아 공군 기지도 있는데요.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의 한 고위 관리가 키르기스스탄의 정치적 교착상태 해소를 위해 현재 키르기스스탄을 방문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키르기스스탄에는 캐나다 소유의 대규모 금광도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유럽연합(EU)이 미국산 상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세계무역기구(WTO)가 13일 이를 허용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보잉사에 보조금을 지급한 것에 대한 징벌적 관세인데요. 관세 규모가 40억 달러에 이릅니다.
진행자) 보잉사라면 미국 비행기 제작업체죠?
기자) 네. 보잉은 유럽의 에어버스와 함께 세계 굴지의 항공기 제작업체입니다. 미국과 EU가 두 업체를 두고 지루한 법적 분쟁을 벌여왔는데요. 미국은 EU가 에어버스에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하고, 반대로 EU는 미국이 보잉에 보조금을 지급했다면서 양측 사이에 16년 동안 분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자국 회사에 나라에서 보조금을 제공한 것을 왜 문제 삼는 건가요?
기자) 네. 보조금을 줘서 제품 경쟁력을 유지함으로써 공정한 경쟁과 무역을 방해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WTO는 EU가 에어버스에 보조금을 지급한 것도 문제 삼았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WTO는 지난 2018년 5월, EU가 에어버스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해서 경쟁 업체인 미국 보잉에 피해를 줬다고 판정한 바 있습니다. 그 뒤 WTO는 지난해 10월 2일 미국 정부에 일부 유럽산 수입품에 징벌적 성격의 관세 부과를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에 따라 실제로 미국이 EU에 보복관세를 부과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미국은 이달 75억 달러 규모의 유럽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진행자) 지난 2017년에 미국에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과 EU가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2018년에 미국이 유럽산 철강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이에 EU가 미국산 공산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무역분쟁이 시작됐습니다.
진행자) 그러면서 뚜렷한 해결책 없이 지금까지 왔는데, 13일 나온 WTO 판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판정으로 갈등이 심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겁니다. 한편 유럽위원회는 미국이 유럽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없애면 상응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WTO 판정에 대해 미국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EU가 보복관세를 부과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보잉사에 대한 세금 혜택이 이미 중단됐다는 설명인데요. EU가 실제로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한다면,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