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슈퍼컴퓨터 관련 7곳 제재…이란, 한국 선박·선장 석방 

미국 워싱턴 연방 상무부 건물의 문장.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 정부가 중국 슈퍼컴퓨터 기업과 연구소 등 7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 미 상원에서도 중국을 견제하는 초당적 법안이 발의됐는데요. 자세한 소식 살펴봅니다. 이란에 90일 넘게 억류돼 있던 한국인 선장과 선적이 풀려났습니다. 영국 정부가 홍콩 민주화 운동가인 네이선 로 씨의 망명을 허용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국이 중국 기업들에 제재를 단행했다고요?

기자) 네. 미국 상무부가 8일, 중국의 슈퍼컴퓨팅 기업과 연구소 7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

진행자) 미국 상무부가 제재를 단행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지나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이 제재를 발표하며 성명을 내놨는데요. 이들 기업과 연구소들이 중국의 군사 활동에 사용되는 슈퍼컴퓨터 구축이나 불안정을 야기하는 군사현대화 노력,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등에 관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슈퍼컴퓨터라는 게 뭐죠?

기자) 쉽게 말해 초고속, 대용량의 초강력 컴퓨터입니다.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첨단과학기술이나 무기 개발에는 필수적인데요. 현재 전 세계 슈퍼컴퓨터 강국으로는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과 연구소들이 제재 명단에 올랐는지 짚어보죠.

기자) 네. 톈진 피튬 정보기술(Tianjin Phytium Information Technology)과 상하이 고성능집적회로설계센터(Shanghai High-Performance Integrated Circuit Design Center),선웨이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unway Microelectronics)등 중국의 유명 반도체 기업, 그리고 지난, 선전, 우시, 장저우 등 4곳에 있는 국가 슈퍼컴퓨터 센터(National Supercomputing Center)입니다.

진행자) 레이몬도 장관이 또 어떤 말을 했습니까?

기자) 네. 레이몬도 장관은 슈퍼컴퓨팅 능력은 핵무기나 극초음속 무기 같은 현대 무기와 국가보안시스템 개발에 필수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군사현대화를 위해 미국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들 기업과 연구소는 앞으로 어떤 제재를 받게 되는 겁니까?

기자) 이들 7곳은 미국 기업과 거래하려면 반드시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슈퍼컴퓨터 개발과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미국 반도체와 부품, 기술 등을 획득하기 힘들어지는데요. 이번 조처는 이미 수송 중인 제품을 제외하고는 즉시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진행자) 전임 트럼프 행정부도 중국의 여러 기업을 제재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도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됐거나 기술 절취 등, 미국의 국가안보와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중국 최대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사를 비롯해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SMIC, 드론제조업체인 SZ DJT 사 등 수십 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는데요. 바이든 정부도 지난달, 화웨이사에 대한 수출 제한 조처를 강화하는 등 대중국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미국의 이번 조처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견제하고 억누른다고 해서 중국의 과학기술발전 행진을 막을 수는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기업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에서도 중국과 관련해 초당적인 움직임이 있다고요?

기자) 네. 상원 외교위원회, 상원 상무위원회에서 잇따라 중국을 견제하는 초당적인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스 의원과 공화당 제임스 리시 의원이 중국의 인권유린과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대응, 중국의 군사력 감시, 타이완과의 협력 증대, 한국, 일본 등 동맹 역할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고요. 상원 상무위원회도 미국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하며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강경 행보에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이 두 법안은 각각 다음 주 소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입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해양 오염 문제로 지난달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 오만 인근 해역에서 나포한 한국 유조선 '한국케미'호가 이란의 반다르아바스항에 억류돼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란에 억류됐던 한국인 선장과 선박이 풀려났군요?

기자) 네. 90일 넘게 이란에 억류돼 있던 한국의 화학 운반선인 ‘한국케미’호와 한국인 선장이 95일 만에 석방됐습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알려주는 민간 웹사이트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은 한국케미호가 9일 아침, 이란 반다르압바스항에서 출항한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의 발표가 있었습니까?

기자) 네. 한국 외교부는 이란이 지난 1월부터 억류하고 있던 화학 운반선과 선장을 석방했다고 확인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한국 케미호가 행정 절차를 마치고 현지 시간으로 9일 아침 6시경, 이란 항구를 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란 정부는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이란 외무부도 한국 정부의 발표 후에 석방 사실을 확인했는데요. 사이드 하티브자데 외무부 대변인은 한국 정부와 선주의 요청과 검찰의 석방 명령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지난 5일, 사건과 관련한 조사가 선장과 선박을 돕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혀 석방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한국케미호가 왜 그동안 이란에 억류돼 있었던 건지, 배경을 좀 들어볼까요?

기자) 네. 한국케미호는 지난 1월 4일, 호르무즈해협 인근 해역을 항해하다 이란혁명수비대에 나포됐습니다. 이유는 기름유출로 해상환경을 오염시켰다는 것이었는데요. 당시 선박에는 선장 등 한국인 5명을 포함해 20명이 있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들이 모두 지금까지 억류돼 있었던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이란 정부는 지난 2월 초, 선원 19명은 석방했습니다. 하지만 해양오염에 대한 법적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선장과 선박은 풀어주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한국케미 측은 이란의 나포 이유를 인정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한국케미 측은 실제로 기름이 유출돼 해양오염이 발생했으면 추후 방제 작업 등의 조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다면서 이란의 주장을 부인했고요. 이란도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양국 모두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이 나포의 주된 원인이라는 데 무게가 실렸습니다.

진행자) 한국이 이란 자금을 동결한 건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따른 조처죠?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한국의 은행들에는 이란 자금 약 70억 달러가 동결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란은 동결 자금을 해제하라고 압박을 가해왔고요. 양국은 이 가운데 일부 자금을 이란이 연체하고 있는 유엔 분담금으로 대납하는 식의 방안을 논의해 왔습니다.

진행자) 그럼 두 나라 사이에 동결 자금에 관해 어떤 합의가 이뤄진 겁니까?

기자) 특별한 발표는 없었습니다.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석방을 발표하면서, 동결자금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 아니었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장과 선박이 과거 역내에서 환경법을 위반한 전력이 없어 석방을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AP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한국 외교부의 한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동결 자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석방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이란 정부가 이란 핵 합의 복원과 관련해서도 한국의 동결 자금을 거론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이번 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주요 6개국과 이란 간에 이란 핵 합의,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복원을 위한 회담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란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압바스 아락치 외무부 차관이 미국이 회의 시작 전에, 이란이 우라늄 20% 농축 활동을 중단하면 그 대가로 한국에 동결된 자금 10억 달러를 해제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이란은 부정적인 입장이라고요?

기자) 네. 아락치 차관은 미국의 제안을 터무니없다고 일축하고, 이란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주요 6개국과 이란은 9일 회담을 재개해 핵 합의 복원 문제를 논의하는데요. 미국은 이란의 거부로 간접회담 형식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 네이선 로.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인 네이선 로 씨의 망명을 영국 정부가 승인했군요?

기자) 네. 로 씨는 지난 7일 인터넷 트위터에 “지난 넉 달 동안 몇 차례 면접한 뒤에 영국 정부가 내 망명 신청이 승인됐음을 알려왔다”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로 씨가 지난해 영국에 들어간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로 씨는 중국이 이른바 ‘홍콩보안법’을 제정하자 지난해 7월 영국으로 들어와서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습니다. 로 씨는 7일 트위터에 “내가 홍콩보안법에 따라 수배됐다는 사실은 내가 심각한 정치적 처벌에 노출돼 있고 위험 없이 홍콩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참고로 홍콩보안법은 홍콩 체제를 비판하는 것을 일절 금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영국은 홍콩보안법을 반대한 바 있죠?

기자) 네. 영국은 홍콩보안법 제정과 최근 단행된 홍콩 선거제도 개편이 지난 1997년 자신들이 홍콩을 중국에 돌려주면서 맺었던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이런 중국 조처들이 홍콩 자치권을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영국이 로 씨 망명을 승인한 것에 관해 중국 정부는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영국 정부가 국제법을 어겼고 홍콩 사법제도에 개입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또 “영국 측은 즉각 잘못을 시정하고 홍콩 문제와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중단하라”라고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정치적으로 홍콩을 압박하자 영국으로 이주하려는 홍콩인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요. 영국 정부가 이들을 도우려는 조처를 내놓았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영국 정부는 홍콩보안법 시행에 맞서, 지난 1월 31일부터 홍콩인들의 영국 정착을 확대하는 조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여권을 발급해주는 건데요.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 BNO)’ 여권을 가지고 있는 홍콩 주민들은 5년간 영국에서 살고 일할 수 있도록 했고요. 나중에는 영국 시민권 신청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진행자) 이전과 비교해서 어떻게 달라진 겁니까?

기자) 과거 BNO 여권이 있는 사람들은 영국에 최대 6개월 동안 체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체류 기간이 길어졌고요. 이전에는 일하거나 영구 정착할 수 없었는데, 이제 영국 시민권까지 딸 수 있는 길이 열린 겁니다.

진행자) 그럼 앞으로 얼마나 많은 홍콩 주민이 영국으로 들어올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네. 영국 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홍콩 주민 약 30만 명 이상이 영국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정부는 8일 영국으로 들어오는 홍콩인들이 일자리와 집, 학교를 찾는 것을 돕는 데 약 6천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