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신종 코로나 대유행 분류...아프간 정부, 탈레반 포로 순차적 석방 결정

10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근교의 커클랜드 노인 요양원에서 의료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환자를 구급차로 이송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현상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미국 등 전 세계로 바이러스가 계속 퍼지면서 현재까지 12만 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나오고, 4천3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평화협상 일환으로 탈레반 포로들을 순차적으로 석방하기로 했습니다.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원유 생산량을 크게 늘린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오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소식부터 살펴보겠는데요. WHO가 드디어 현 사태를 '팬데믹'으로 선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WHO는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고 있다는 뜻인 '팬데믹'으로 분류했습니다.

진행자) 현 사태를 팬데믹으로 규정하면 특별하게 달라지는 것이 있습니까?

기자) 그런 건 아닙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제까지 WHO가 권고한 방안에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현 상황을 바꾸기 위해 각 나라에 긴급하고 공격적인 대책을 주문한다면서, 몇몇 나라가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전 세계적으로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피해 상황이 어떻게 됩니까?

기자) 11일 현재, 전 세계 117개국에서 확진자는 11만9천여 명, 사망자는 4천300여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 중 중국 확진자가 8천 명 이상이고 사망자도 3천200여 명이 중국에서 나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금은 중국 아닌 다른 지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 양상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초 지난해 연말, 처음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한 이래 중국은 걷잡을 수 없이 감염자와 사망자가 쏟아져나왔는데요. 지금은 이탈리아와 미국 등 다른 나라들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곳 미국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지난달 서부 워싱턴주에서 첫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가 나온 이래 11일 현재, 적어도 37개 주와 수도 워싱턴 D.C.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미국 내 확진자는 1천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현재까지 31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진행자) 미국도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 추세가 빠른 편이군요?

기자) 네, 지금은 다소 진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는 중국이나 한국, 또 현재 가파른 상승 속도를 보이고 있는 이탈리아와는 비교되지 않지만, 미국에서도 10일 하루 동안 260명 가깝게 확진자가 늘었습니다. 사망자도 이날 하루 4명이 추가됐습니다.

진행자) 특히 이탈리아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요?

기자) 네, 이탈리아는 중국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피해가 가장 심각한데요.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섰고요. 10일 하루 동안 사망자도 168명이 늘면서 총 누적 사망자가 631명에 달하고 있는데요. 이탈리아는 노령층 인구 비율이 4명 중 1명 정도로 매우 높기 때문에 사망률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사태가 너무 심각해서 지금 이탈리아 정부가 전국에 이동제한령을 발동한 상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처음 밀라노, 베네치아 등 북부 15개 지역에 내린 조처를 전국으로 확대했는데요. 다음 달 3일까지 유지됩니다. 3주 이상 이탈리아 전체가 거의 정지 상태가 된다는 건데요. 특히 이탈리아의 경제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탈리아는 유럽연합 공동 화폐인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 중 경제 규모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상황도 한 번 볼까요?

기자) 네. 중국은 10일 하루 동안 24명이 추가 감염되고 22명이 숨졌습니다. 지난달 하루가 멀다하고 몇백 명씩 감염자가 나오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진정세를 보이는 건데요. 하지만 전날에는 사망자와 확진자 모두 10명대였습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외부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들어오는 이른바 '역유입'을 막기 위해 강력 대응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조처를 취하고 있습니까?

기자) 중국 당국은 모든 입국자에게 건강신고서를 작성하고 체온 검사와 여행 이력 검사 등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일부 지방 정부는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 온 입국자에게는 14일간의 의무적 자가격리를 요구하는 등 중앙정부의 지침보다 훨씬 강력한 조처를 취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우한시는 이제 평상으로 돌아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요?

기자) 네,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우한시에서 집단 감염자가 쏟아져 나오자 우한시와 인근 지역을 봉쇄하는 초강수를 두었는데요. 시진핑 국가주석이 우한시를 방문한 바로 다음 날인 11일, 우한 시민들에게 일터로 복귀할 수 있다는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한 지 석 달 만에 처음으로 10일 이 지역을 찾았습니다.

진행자) 우한시는 중국 중부에 있는 주요 산업도시죠?

기자) 그렇습니다. 후베이성의 주도로, 인구 1천100만 명의 산업도시입니다. 특히 주요 자동차 산업 도시로,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자동차의 10%가 우한시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우한 시민들까지 일터로 복귀하면서 중국 전역의 제조 공장들이 서서히 평상을 되찾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포로로 잡은 반군들을 이송하는 아프간 정부군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포로들을 석방하기로 했군요?

기자) 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11일, 아프간 무장단체 '탈레반' 포로 1천500명을 석방하는 '대통령령(Presidential decree)'을 발표했습니다. 아프간 정부 대변인은 이는 탈레반과의 평화 협상을 위한 우호적 조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1천500명이 한꺼번에 다 석방되는 겁니까?

기자) 그건 아닙니다. 아프간 정부에 따르면 14일부터 보름간, 매일 100명씩 순차적으로 석방됩니다. 현재 아프간 정부는 약 5천 명의 탈레반 포로들을 수용하고 있는데요. 나머지 3천500명에 대해서는 협상을 하면서 2주일마다 500명씩 풀어주겠다는 방침입니다.

진행자) 그럼 탈레반 측에서도 상응하는 조처가 나왔나요?

기자) 탈레반은 지난달 말 미국과 체결한 평화 합의에서 약 1천 명에 달하는 정부군을 아프간 정부에 넘기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아프간 정부는 포로 교환 문제는 탈레반과 직접 협상할 사안이라며 이와 관련해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의 이번 포로 석방 결정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아프간 정부의 조건부 석방은 미국과 탈레반 간 평화 합의와 어긋난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탈레반 대변인은 11일, 5천 명 수감자 전원이 풀려나지 않으면 아프간 정부와 대화를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양측은 당초 10일부터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었는데요. 포로 교환 문제로 갈등을 겪으면서 협상 자체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18년 이상 개입하고 있는 아프간 전쟁을 끝내기 위해 1년 넘게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벌여왔는데요. 이 협상에 아프간 정부는 참여하지 않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는 미국의 꼭두각시라며 함께 협상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는데요. 그래서 미국과 탈레반이 먼저 협상을 시작하고 이어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가 협상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금 아프간 정부 안에서는 누가 협상 주체가 될지 의견이 분분하다고요?

기자) 네, 지금 아프간은 대통령이 2명 있는 양상입니다. 아프간은 지난해 9월 대선을 치렀는데요. 가니 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며 연임됐지만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최고행정관이 부정선거라며 불복을 선언했고요. 지난 9일 두 사람 모두 대통령 취임식을 거행하는 등 정국 혼란으로 탈레반과의 평화협상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국과 독일, 캐나다 등 주요국 사절단은 가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대표성을 인정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지금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가 진행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탈레반과의 평화 합의에 따라 9일부터 순차적으로 철수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탈레반은 일차적으로 현 1만3천 명 수준의 미군을 8천600명 수준으로 축소하고, 탈레반이 합의를 제대로 지키면 14개월 안에 나머지 병력을 철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 정부가 탈레반이 여전히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고 경고했군요?

기자) 네, 국무부가 10일 성명을 냈는데요. 평화 합의 이후에도 여전히 민간인 등을 대상으로 한 탈레반의 폭력이 늘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은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국무부는 성명에서, 폭력 사태는 양측의 평화를 약화시킬 위험성이 있다면서 평화협정이 유지되려면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우디 국영 아람코 소유 저유소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중동 나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 생산을 크게 늘린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두 나라 가운데 먼저 사우디아라비아 쪽 발표가 나왔는데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Aramco)’는 4월까지 하루 산유량을 크게 늘릴 것이라고 10일 발표했습니다. 이어 다음날인 11일에는 UAE 국영석유회사 ‘ANDOC’도 증산 계획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산유량을 얼마나 늘리겠다는 겁니까?

기자) 네. 아람코는 4월까지 하루 산유량을 약 1천300만 배럴까지 늘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건 2월 산유량보다 27% 큰 규모입니다. 한편 ANDOC는 4월까지 일일 산유량을 400만 배럴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럼 4월 들어 두 나라가 추가로 생산할 양이 얼마나 되나요?

기자) 이 계획대로라면 두 나라가 합쳐서 매일 360만 배럴을 추가로 시장에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건 세계 전체 공급량 가운데 3.6%를 차지합니다.

진행자) 두 나라가 이렇게 일일 산유량을 대폭 늘리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회원국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또 러시아 등 비OPEC 회원국이 합의했던 감산 조처가 3월로 끝이 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합의가 만료되는 것을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가 공격적인 증산으로 시장 지배력을 더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산유량을 제한한 이유는 석유 가격을 관리하려는 조처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석유 가격이 너무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산유국들이 합의해서 산유량을 줄였습니다. 그런데 사우디는 합의한 산유량을 종종 지키지 않은 러시아에 그간 강하게 불만을 나타낸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조처와 관련해서 자꾸 러시아가 언급되는데, 러시아 쪽은 어떻게 반응했나요?

기자) 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증산 결정이 좋은 방안이 아닌 것으로 믿는다고 11일 밝혔습니다. 노박 장관은 그간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들과 감산 합의를 유지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도 원유가 중요한 자원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원유 수출이 러시아에 중요한 수입원입니다. 그래서 러시아는 석유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는 조처에 반대해 왔습니다.

진행자) 산유량 증산이 미국 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양면적인 영향을 줄 겁니다. 하나는 석유 가격이 싸지면 일반 소비자들한테는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미국 석유 업계는 타격을 받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요즘 ‘셰일석유’가 주목받는데, 그럼 셰일석유 업계도 영향받겠죠?

기자) 네. 미국 셰일석유는 국제유가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해 줘야 수지가 맞습니다. 그래서 이번 증산 계획이 달갑지 않을 겁니다. ‘셰일석유’는 암석에서 뽑아내는 석유를 말하는데요. 미국과 캐나다에 엄청나게 많이 매장돼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움직여서 저유가를 유도한다는 말도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원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압박하기 위해서 일부러 저유가를 유도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확인된 주장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