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추진했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올해 마무리되지만, 북한 당국이 계속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제 성과가 매우 부진하고 미래마저 불확실하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언급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이상훈 / 영상편집: 조명수)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16년, 36년 만에 처음 개최한 7차 당 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난 2016년)
“(5개년 전략은) 인민 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경제 부문 사이 균형을 보장해 나라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북한 수뇌부는 이후 신년사 등 국가 중요 행사에서 5개년 전략을 최대 과업으로 내세우면서 북한 사회주의 국가 경제 운영의 상징이자 핵심축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올해 신년사를 대신한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는 5개년 전략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인민 생활 향상 구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중앙위 보고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부강, 자력번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집권 초기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했던 말을 뒤집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제롬 소바쥬 /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
“잊지 마세요. 김정은은 2012년 집권 초기에 다시는 인민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중대한 약속이었죠. 그러니 인민생활의 향상은 없고 상황은 더 악화됐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5개년 전략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겁니다.”

옛 동독 출신으로 김일성종합대에서 유학했던 오스트리아 빈대학의 루디거 프랭크 교수는 최근 강연에서 북한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은 10월 당 창건 75주년에 맞춰 마무리돼야 하지만 아무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제14기 3차회의 내각사업보고에서 예산과 관련해 심중한 결함들이 나타났다고 밝혀 이전에 없던 경제 문제를 암시하는 대목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5개년 전략의 핵심축으로 내세웠던 전력과 석탄, 금속, 철도운수 등 4대 선행부문은 대부분 20~30년 전과 비교해 진전이 없거나 퇴보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수출액은 지난해 2억 6천 100만 달러로, 45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던 4년 전보다 17배가 줄었습니다.

김정은 정권 초기에 대대적으로 발표했던 경제특구도 투자 유치를 거의 하지 못한 채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북중 국경 폐쇄는 물론
폐쇄적인 계획경제와 후진적인 자급자족적 생산구조가 경제 위기를 더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 조지타운대 교수
“지난 1월의 메시지는 매우 엇갈린 메시지였습니다. 한편으로는 당의 통제가 더 필요하다고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율을 더 부여한다고 했습니다.”

미 전문가들은 핵무력을 틀어쥐고 경제도 발전시키겠다는 김 위원장의 무리한 전략이 북한 경제를 더 피폐하게 만들면서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은 언제든 5개년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올해 안에 인민생활을 향상시키겠다고 한 목표는 불가능하다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