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 21일 사실상 만장일치로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 혐의를 가릴 조사위원회 설립을 결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지난 1991년 유엔 가입 이후 국제사회의 가장 강력한 조사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저희 VOA는 조사위원회 설립이 현실화 된 배경과 앞으로의 전망에 관해 살펴보는 세 차례 특집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조사위원회 설립에 추동력을 불어넣은 인물들과 그 배경에 관해 전해 드리겠습니다. 김영권 기자입니다.
2012년 봄, 미국 서점가에 이례적으로 북한과 관련한 책 한 권이 돌풍을 일으키며 가장 많이 팔리는 책 대열에 오릅니다.
책의 제목은 ‘14호 관리소에서의 탈출.’ 미 유력지 ‘워싱턴포스트’ 신문의 중견 기자 출신인 블레인 하든 씨가 14호 개천관리소에서 태어나 자란 뒤 탈북한 신동혁 씨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겁니다.
이 책은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됐고, 독일에서는 ‘캠프 14’란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돼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신동혁 씨가 관리소에서 겪은 끔찍한 이야기들과 그의 몸에 새겨진 고문의 흔적들은 전세계 유명 매체들을 타고 국제사회에 자세히 소개됐습니다.
신 씨는 당시 책 출간을 앞두고 ‘VOA’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북한 정권을 압박해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하는 게 유일한 소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동혁] “내 이름으로 내 스토리로 책 나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책을 통해서 하루빨리 정치범 수용소라는 게 알려져야 하기 때문에, 그 게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해결은 안되더라도 많은 미국 사람들, 전세계 사람들이 북한에 이런 수용소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동혁 씨로 인한 파장은 상당했습니다. 북한의 끔찍한 인권 유린을 조사해 가해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미국과 유럽의 고위 관리들은 책을 읽은 뒤 신 씨와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통영의 딸’ 구명운동으로 잘 알려진 오길남 씨 역시 유엔 조사위원회 설립 결의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인권단체들은 지적합니다.
[녹취: 오길남 박사]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습니다. 북행을 결정한 건 정말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어리석고 바보 같은 짓이었습니다…”
오길남 씨는 1980년대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북한 당국의 교수직 제의에 속아 가족과 함께 북한에 들어갔던 한국인입니다.
하지만 대남방송에 강제 투입되고 유럽에서 한국 유학생들을 포섭하라는 지시를 받은 뒤 탈출했지만 아내 신숙자 씨와 두 딸은 15호 요덕관리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숙자 씨의 고향인 경상남도 통영 시민들이 처음 시작한 ‘통영의 딸’ 구명운동은 외신을 타고 전세계로 확산돼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녹취: 오길남 박사] “혜원이, 규원이, 그리고 아내 신숙자가 이 한국 땅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나를 북한으로 보내고 맞바꿔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세계 여러분들이 저희 가족을 해방시켜주는데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음악)”
26년 넘게 가족과 생이별한 한 남자의 고통이 납북자, 정치범 수용소 등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 혐의와 직결되면서 미국과 독일 등 여러 나라 관리들과 유엔 관계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오길남 씨의 사연이 눈을 뗄 수 없는 강렬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SR 2-COI/NK ACT 5 YKK 3/29>[녹취: 플레이크 소장] “ There are very few stories that is compelling..
유엔은 지난 해 5월 오길남 씨 가족이 북한 당국에 임의적으로 구금됐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 발표 뒤 오 씨는 유엔인권이사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아내와 딸의 석방을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신동혁 씨와 오길남 씨 등을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유린에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유엔의 인권 수장이 직접 나섰습니다.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지난 6월 20차 유엔 인권이사회 개막연설에서 북한 정부에 1차 경고를 보냈습니다.
[녹취: 필레이 대표] “The situation in the DPRK remains of serious concern particularly the issue of political camps, public execution…”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와 공개처형, 만성적인 식량난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며, 북한 정부는 유엔과 국제기구의 독립적인 조사를 허용하라고 촉구한 겁니다.
필레이 대표는 또 탈북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주민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며 오히려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민생보다 선군 통치에 계속 집중했고, 국경경비와 체제단속을 강화해 탈북자 수는 크게 줄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선명한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 내 5-6개 관리소가 대부분 확장 또는 통폐합됐다는 인권단체들의 발표가 잇따르자 북한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습니다.
결국 나비 필레이 대표는 지난 12월 신동혁 씨와 18호 북창관리소 출신 탈북자 김혜숙 씨를 만나 증언을 들은 뒤 올 1월 강력한 내용의 특별성명을 발표합니다. “북한의 심각한 인권 범죄에 대해 서둘러 독립적인 국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한 겁니다.
유엔의 인권 수장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자 일본과 유럽연합, 호주, 캐나다, 미국이 차례로 조사기구 설립에 지지를 밝혔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특사] “We believe the establishment of the Commission of Inquiry…”
미국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에도 근본적인 인권 개선이 없다며, 미국은 조사위원회 설립 결의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47개 이사국은 마침내 지난 21일 조사위원회 설립을 골자로 한 북한인권 결의안을 표결없이 사실상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녹취: 헨첼 이사회 의장] “May we adopt it without vote? It is so decided!”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조사위원회 결의가 다양한 차원에서의 단결된 노력의 결실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We have testimonies from so many North Korean defectors…”
탈북자들의 증언과 위성자료를 통한 증거, 민간단체들의 헌신적인 노력, 그리고 인권 유린에 대해 행동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조사위원회 결의를 이끌어 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인권운동가 출신인 한국 국회의 새누리당 소속 하태경 의원은 조사위원회 결의의 가장 큰 공헌자는 역설적으로 북한 정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태경 의원] “북한 자신입니다. 북한에 대한 유엔 결의안이 매년 채택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변화가,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유엔의 요구에 대해 전혀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유엔 입장에서는 강도를 더욱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지난 2003년 유엔이 북한인권 결의안을 처음 채택한 지 10년만에 조사위원회가 출범하게 됐습니다.
이제 국제사회의 시선은 조사를 통한 반인도적 범죄와 가해자 규명, 이에 따른 처벌 여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2012년 봄, 미국 서점가에 이례적으로 북한과 관련한 책 한 권이 돌풍을 일으키며 가장 많이 팔리는 책 대열에 오릅니다.
책의 제목은 ‘14호 관리소에서의 탈출.’ 미 유력지 ‘워싱턴포스트’ 신문의 중견 기자 출신인 블레인 하든 씨가 14호 개천관리소에서 태어나 자란 뒤 탈북한 신동혁 씨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겁니다.
이 책은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됐고, 독일에서는 ‘캠프 14’란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돼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신동혁 씨가 관리소에서 겪은 끔찍한 이야기들과 그의 몸에 새겨진 고문의 흔적들은 전세계 유명 매체들을 타고 국제사회에 자세히 소개됐습니다.
신 씨는 당시 책 출간을 앞두고 ‘VOA’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북한 정권을 압박해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하는 게 유일한 소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동혁] “내 이름으로 내 스토리로 책 나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책을 통해서 하루빨리 정치범 수용소라는 게 알려져야 하기 때문에, 그 게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해결은 안되더라도 많은 미국 사람들, 전세계 사람들이 북한에 이런 수용소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동혁 씨로 인한 파장은 상당했습니다. 북한의 끔찍한 인권 유린을 조사해 가해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미국과 유럽의 고위 관리들은 책을 읽은 뒤 신 씨와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통영의 딸’ 구명운동으로 잘 알려진 오길남 씨 역시 유엔 조사위원회 설립 결의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인권단체들은 지적합니다.
[녹취: 오길남 박사]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습니다. 북행을 결정한 건 정말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어리석고 바보 같은 짓이었습니다…”
오길남 씨는 1980년대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북한 당국의 교수직 제의에 속아 가족과 함께 북한에 들어갔던 한국인입니다.
하지만 대남방송에 강제 투입되고 유럽에서 한국 유학생들을 포섭하라는 지시를 받은 뒤 탈출했지만 아내 신숙자 씨와 두 딸은 15호 요덕관리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숙자 씨의 고향인 경상남도 통영 시민들이 처음 시작한 ‘통영의 딸’ 구명운동은 외신을 타고 전세계로 확산돼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녹취: 오길남 박사] “혜원이, 규원이, 그리고 아내 신숙자가 이 한국 땅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나를 북한으로 보내고 맞바꿔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세계 여러분들이 저희 가족을 해방시켜주는데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음악)”
26년 넘게 가족과 생이별한 한 남자의 고통이 납북자, 정치범 수용소 등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 혐의와 직결되면서 미국과 독일 등 여러 나라 관리들과 유엔 관계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오길남 씨의 사연이 눈을 뗄 수 없는 강렬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SR 2-COI/NK ACT 5 YKK 3/29>[녹취: 플레이크 소장] “ There are very few stories that is compelling..
유엔은 지난 해 5월 오길남 씨 가족이 북한 당국에 임의적으로 구금됐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 발표 뒤 오 씨는 유엔인권이사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아내와 딸의 석방을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신동혁 씨와 오길남 씨 등을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유린에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유엔의 인권 수장이 직접 나섰습니다.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지난 6월 20차 유엔 인권이사회 개막연설에서 북한 정부에 1차 경고를 보냈습니다.
[녹취: 필레이 대표] “The situation in the DPRK remains of serious concern particularly the issue of political camps, public execution…”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와 공개처형, 만성적인 식량난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며, 북한 정부는 유엔과 국제기구의 독립적인 조사를 허용하라고 촉구한 겁니다.
필레이 대표는 또 탈북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주민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며 오히려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민생보다 선군 통치에 계속 집중했고, 국경경비와 체제단속을 강화해 탈북자 수는 크게 줄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선명한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 내 5-6개 관리소가 대부분 확장 또는 통폐합됐다는 인권단체들의 발표가 잇따르자 북한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습니다.
결국 나비 필레이 대표는 지난 12월 신동혁 씨와 18호 북창관리소 출신 탈북자 김혜숙 씨를 만나 증언을 들은 뒤 올 1월 강력한 내용의 특별성명을 발표합니다. “북한의 심각한 인권 범죄에 대해 서둘러 독립적인 국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한 겁니다.
유엔의 인권 수장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자 일본과 유럽연합, 호주, 캐나다, 미국이 차례로 조사기구 설립에 지지를 밝혔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특사] “We believe the establishment of the Commission of Inquiry…”
미국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에도 근본적인 인권 개선이 없다며, 미국은 조사위원회 설립 결의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47개 이사국은 마침내 지난 21일 조사위원회 설립을 골자로 한 북한인권 결의안을 표결없이 사실상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녹취: 헨첼 이사회 의장] “May we adopt it without vote? It is so decided!”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조사위원회 결의가 다양한 차원에서의 단결된 노력의 결실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We have testimonies from so many North Korean defectors…”
탈북자들의 증언과 위성자료를 통한 증거, 민간단체들의 헌신적인 노력, 그리고 인권 유린에 대해 행동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조사위원회 결의를 이끌어 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인권운동가 출신인 한국 국회의 새누리당 소속 하태경 의원은 조사위원회 결의의 가장 큰 공헌자는 역설적으로 북한 정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태경 의원] “북한 자신입니다. 북한에 대한 유엔 결의안이 매년 채택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변화가,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유엔의 요구에 대해 전혀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유엔 입장에서는 강도를 더욱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지난 2003년 유엔이 북한인권 결의안을 처음 채택한 지 10년만에 조사위원회가 출범하게 됐습니다.
이제 국제사회의 시선은 조사를 통한 반인도적 범죄와 가해자 규명, 이에 따른 처벌 여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