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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당국, 북한 외교관 주류밀매 수사


파키스탄 세관 당국이 지난 1월 카라치에서 불법 밀매 단속 중 압수한 주류를 태우고 있다. (자료사진)
파키스탄 세관 당국이 지난 1월 카라치에서 불법 밀매 단속 중 압수한 주류를 태우고 있다. (자료사진)
파키스탄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현지에서 암암리에 술을 팔다 적발됐습니다. 파키스탄 당국은 이들이 현지 브로커들과 연계해 조직적으로 주류 밀매 활동을 벌인 사실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파키스탄의 최대 도시인 카라치.

정파, 종파 갈등으로 인한 테러가 빈발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로 꼽히는 곳입니다.

바로 이 곳에서 현지 북한 외교관들이 조직적으로 주류밀매 활동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파키스탄 주재 한국대사관 측은 25일 ‘VOA’에, 카라치의 북한 무역참사부 주재원들이 현지 주민과 외국인들에게 술을 팔다 적발돼 파키스탄 당국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대사관 측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 외교관들의 주류 밀매 활동은 카라치의 대규모 주택단지 DHA(Defense Housing Authority)를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외교관 특권을 이용해 면세점에서 술을 싼 값에 구입해 기득권층 거주지인 이 지역에서 각지로 술을 공급한 겁니다.

이런 정황은 주류 밀매를 목격한 현지 주민들이 지난 1월 DHA 주택관리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불거졌습니다.

DHA 주택관리청은 북한 외교관들이 민간인들에게 술을 판다는 주민들의 진술을 토대로 감사에 나섰으며,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키스탄은 이슬람 원칙에 따라 주류 판매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이들이 남긴 차액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면세점에서 35 달러 정도에 판매되는 맥주 한 박스가 이 곳에선 5배가 넘는 2백 달러에 거래되고, 역시 35 달러 수준인 양주 한 병이 1백20 달러에서 1백30 달러 선에 팔리기 때문입니다.

카라치의 한 소식통은 ‘VOA’에, 북한 외교관들이 현지 공관 운영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주류 밀매 사업을 벌여왔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공관과 숙소를 주류보관소로, 외교관 차량을 배달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주요 고객인 현지 민간인들과 식당, 외국인 학교에 근무하는 외국인 등에게 술을 공급해 왔다는 겁니다.

이 소식통은 북한 외교관들의 주류 밀매 규모가 카라치 내 주류 공급의 약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크다고 전했습니다.

또 북한 외교관들이 이 과정에서 주류 밀매를 전문으로 하는 현지 브로커들과 결탁해 수입을 절반씩 나눠왔으며, 브로커들이 카라치 공관의 공과금까지 대납해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현지 주재 한국대사관은 ‘VOA’에, 파키스탄 DHA 주택관리청이 지난 달 이 문제와 관련해 북한 공관이 아닌 한국대사관에 시정 조치를 요구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파키스탄 당국이 한국과 북한을 혼동해 큰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겁니다.

한국대사관은 이에 대해 파키스탄 외교부에 정식으로 항의했으며, 사과공문을 전달 받았다고 한국대사관 측은 밝혔습니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파키스탄 당국에 북한 외교관들의 주류 밀매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수사를 요청했다며, 1~2 주일 안에 공식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VOA'는 북한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슬라바마드 주재 북한대사관에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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