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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이노넨 IAEA 전 사무차장] “북 핵 확산 해결 시급…미얀마와도 군사협력 유지 가능성”


지난 2007년 북한과 핵 동결 조치를 협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올리 헤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지난 2007년 북한과 핵 동결 조치를 협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올리 헤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올리 헤이노넨 IAEA 전 사무차장은 북한이 이란 뿐아니라 미얀마와도 수상한 거래를 계속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24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의 확산 활동을 막는 것을 6자회담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을 백성원 기자가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최근 기고문에서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는 데 전병호 전 노동당 군수 담당 비서의 역할을 특히 강조하셨더군요.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전병호는 파키스탄의 핵 전문가인 AQ 칸 박사와의 접촉선이었죠. 하지만 어떤 면에선 칸 박사 이상의 인물이었습니다. 칸 박사는 고농축 우라늄 기술을 이전한 장본인이지만 미사일 설계나 제작까지 한 건 아니었으니까요. 게다가 파키스탄 당국은 1998년 첫 핵실험 당시 칸 박사가 설계한 방식이 아니라 그의 경쟁 상대인 파키스탄원자력위원회 방식을 택했습니다.

기자) 북한과 파키스탄 간 핵 협력 수준은 어디까지 확인 가능한가요?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핵무기 거래 정황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파키스탄은 북한에 원심분리기 기술을, 북한은 파키스탄에 미사일 기술을 넘겼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입니다. 다만 저는 북한이 파키스탄에 우라늄을 판매했을 것으로 봅니다. 또 칸 박사는 이 우라늄을 다시 리비아로 넘기는 역할을 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파키스탄과 했던 그런 협력 방식을 그대로 이란과의 관계에 적용하고 있다는 말씀이죠?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구체적인 증거는 없지만 북한이 똑 같은 사람들을 투입해 이란과 같은 종류의 합의, 같은 종류의 미사일 협력 등을 하고 있다는 정황증거가 많습니다. 사실 이란 뿐 만이 아닙니다. 이번 기고문은 사실 북한과 미얀마 간 수상한 거래도 함께 담으려고 했었습니다.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양국간에 어떤 협력이 오가는 걸로 보입니다.

기자) 미국이 미얀마에 북한과의 군사협력 중단과 대북 제재 이행을 촉구하고 있는데, 여전히 양국이 관계를 끊지 않았다는 건가요?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몇 년 전 미얀마의 미사일 관계자들이 평양을 방문해 각종 행사에 참석했던 적이 있죠. 미얀마에 대한 의심은 IAEA 재직 시절 이란의 수상한 활동을 조사하던 중 갖게 됐습니다. 이란에 이중용도 물품을 판매하는 유럽 업체가 자신들이 비슷한 물건을 미얀마에도 판매했다고 증언하면서 말이죠. 그런 고가의 물건을 사들이는 주체는 다름아닌 미얀마 원자력 부처장이었고, 그는 현재 미얀마 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재직 중입니다.

기자)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북한과 이란 간 접촉을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두 나라 간 협력의 실체가 뭘까요? 이란이 북한과의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이냐는 거죠. 북한을 지지하는 나라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협력은 당연히 아닙니다. 그런 만큼 이란이 무엇을 챙기는지를 눈여겨 봐야 하는 겁니다.

기자) 북한이 P-2 원심분리기 생산 기술을 터득했다고 확신하시는 겁니까?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그렇습니다. 미국의 핵물리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지난 2010년 북한에서 관련 시설을 직접 보고 왔습니다. 기술을 확보하지 않았으면 원심분리기를 그렇게 대규모로 갖춰놓을 수 없습니다. 전 그게 파키스탄에서 기술을 입수한 P-2 원심분리기라는 걸 압니다.

기자) 조슈아 폴락 과학응용국제협회 연구원이 지난해 북한이 핵무기용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원심분리기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는 분석을 했을 때 박사님께서는 거기 의문을 제기하시지 않았습니까?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당시 사용된 장비 등으로는 정확한 현황을 파악할 수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헤커 박사가 직접 목격한 게 분명한 증거라는 얘깁니다.

기자) 북한과 이란 간 기술 이전 등을 막기 위해서 어떤 식의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이건 국제사회 전체의 문제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도 당장 손을 쓸 수가 없는 문제이구요. 저는 우선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에 앉히는 게 순서라고 봅니다. 그리고 회담에서 가장 먼저 다뤄야 할 의제 중 하나가 북한의 확산 활동입니다. 시리아, 리비아와는 어떤 거래를 했는지, 이란과는 어떤 합의를 했는지, 누가 주도하고 있는지 등을 회담 초반에 대답해야 합니다. 북 핵 문제 자체는 확산 활동을 먼저 다룬 뒤 논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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