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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두만강기술전문학교 폐쇄 배경


두만강기술전문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진 지난해 가을학기 입학식 기념사진.
두만강기술전문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진 지난해 가을학기 입학식 기념사진.

중국 투먼에서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도주의 활동을 벌여온 두만강기술전문학교가 갑자기 폐쇄되고 관련자들이 조사를 받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현지 실태와 조사 배경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학교 폐쇄와 중국 당국의 조사 관련 소식 간단히 정리해 주시죠.

기자) 지난 2002년부터 북-중 접경지역인 투먼에서 두만강기술전문학교를 운영하던 한덕수 교장과 일부 교직원이 적어도 3주째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학교는 현지에서 활발하게 조선족 사회를 도울 뿐아니라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도 매우 왕성하게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왜 학교가 폐쇄되고 관련자들이 조사를 받고 있는 건가요?

기자) 중국 당국은 이유는커녕 조사 사실 자체도 확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지의 한 관계자는 지난 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학교 폐쇄만 확인할 뿐 더 이상 언급하기를 꺼려했습니다.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아 전화로 얘기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현지에 정통한 기독교계 관계자들은 몇 가지 가능성을 지적하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진행자) 어떤 배경인가요?

기자) 첫째는 북한과 관련해 일부 직원들이 문제를 야기했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 학교 교직원 가운데는 미국과 한국,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온 기독교인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학교에 적을 두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대북 사업에 관심이 많아서 별도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서 사고가 터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한 소식통은 일부 교직원이 외부에 나와 민감한 대북 사업 얘기를 공개적으로 해서 우려가 컸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또 다른 가능성은 뭔가요?

기자) 북한과 관계없이 중국 당국이 학교를 강제인수 하려는 의도란 지적입니다. 복수의 소식통은 중국 개방 이후 한국인 등 외국인들이 연변에 세운 의료와 복지 시설, 학교 등 상당수가 중국 당국에 반강제로 이관된 전례를 지적했습니다. 이번 움직임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일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진행자) 왜 그런 건가요?

기자) 중국 정부는 의료와 복지, 교육은 외국인에게 맡길 수 없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처음에 외국인들이 이런 분야에 투자할 때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듯 하다가 건물이 완성되고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 여러 불합리한 이유를 내세워 조사를 강행한 뒤 서서히 국유화 시킨다는 거죠. 소식통들에 따르면 연길에 있는 모 복지원, 장애인 학교, 양로원, 병원 등 지금까지 크고 작은 수 십 개의 시설들이 이런 이유로 중국 당국에 넘어갔습니다. 최근에는 연변 지역의 대표적인 외국 투자학교인 연변과학기술대학이 중국 교육당국에 이관될 것이란 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두만강기술전문학교도 그런 절차를 밟아 교육 당국에 넘어갈 공산이 있다는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학교는 투먼의 중심가에 있을 뿐아니라 지난 12년 동안 건물도 크게 확장하고 교육시설도 매우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밖에 다른 일부 소식통은 시진핑 정부의 부패 척결과 기독교 탄압이 지방에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진행자)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기자) 시진핑 국가주석이 관리들의 부패 척결을 강조하면서 지방의 말단 관리들이 상당히 경직돼 있다는 겁니다. 한 소식통은 “최근 몇 달 동안 중앙정부의 사정을 피하기 위해 지역 관리들이 불법 활동이나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를 없애는데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 지적이 두만강기술학교와 어떤 연관이 있는 건가요?

기자) 중국에서 활동하는 기독교 선교사나 인도주의 단체 관계자들은 대개 사업이나 유학 비자를 받고 입국합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대북 사업은 비자 본연의 목적과 거리가 있어 사실상 불법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 당국의 기독교 탄압이 최근 전국적으로 더욱 강화되면서 기독교인들이 운영하는 이 학교가 표적이 됐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북-중 접경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독교 관계자들이 얼마나 되나요?

기자) 북한 접경지역인 단둥과 연길, 투먼, 훈춘 지역에만 적어도 수 백 명의 선교사들이 ‘선교로서의 사업’(Business as Mission-BAM)으로 들어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복음을 직접 전하기 힘든 곳에 사업가로 들어간 뒤 간접적으로, 또 삶으로 먼저 복음을 전하는 거죠. 이들은 학교나 사업체, 공장, 식당 등 다양한 업체를 운영하거나 적을 두고 북한에 직. 간접적으로 간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당국도 실태를 잘 알고 있다는 지적이 있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지 소식통들은 중국 안전부와 공안당국이 실체를 잘 파악하고 있고 활동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가 탈북자 지원이나 밀수로를 통한 지원 등 중국의 정책에 반하는 활동을 할 경우 가차없이 추방하거나 비자 갱신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거죠. 한 소식통은 연변 지역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비자 갱신을 받지 못해 본국으로 돌아간 선교사들이 상당수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기독교인들이 북한과 관련해 현지에서 어떤 활동을 하나요?

기자) 매우 다양합니다. 한덕수 교장처럼 라선 등에 빵공장이나 국수공장, 비료공장, 농장, 의료시설을 세워 지원하는 것부터 가내 수공업을 북한 주민들에게 맡겨서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물품을 중국이나 외국에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 중고 옷이나 겨울 방한복 지원, 북한전문 여행사, 북한 파견 근로자 고용, 전통적인 식량 지원 등 매우 다양합니다. 또 일부는 북한의 지하교회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소식통들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한 소식통은 거의 한 달째 스마트폰(컴퓨터전화기)을 통해 메시지를 교환하는 한국의 카카오톡 프로그램이 제대로 열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뭔가 중국 당국의 계획적인 단속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지난주에는 단둥에서 6년째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며 대북 지원활동을 해온 캐나다인 선교사가 국가기밀 절취 혐의로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내 기독교 선교사들이 타격을 받으면 북한 쪽에서도 피해가 늘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예고 없이 물품과 자금 지원이 끊기기 때문에 수혜 대상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한 소식통은 선교사들이 하는 사업은 대개 소규모이기 때문에 북한 정부에 큰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장 두만강기술전문학교를 통해 도움을 받던 라선의 많은 주민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두만강기술전문학교가 폐쇄된 배경과 현지 분위기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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