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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전문가들 "북한의 공세적 외교 성과 적을것"


북한 강석주 노동당 국제비서가 지난 26일 안토니오 라찌 이탈리아 국회 외교위원회 의원 등 이탈리아 국회의원 대표단을 만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북한 강석주 노동당 국제비서가 지난 26일 안토니오 라찌 이탈리아 국회 외교위원회 의원 등 이탈리아 국회의원 대표단을 만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강석주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의 유럽 방문 계획이 알려지면서 최근 공세적 외교를 펼치는 북한 정부의 의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등 서방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6일부터 시작되는 강석주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의 유럽 순방은 이달 말로 예정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뉴욕 방문, 그리고 미국 당국자의 최근 평양 방문과 맞물려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2일 ‘VOA’에 북한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그레그 전 대사] “I think it is positive development…”

강석주 비서는 북한이 정상국가로 나아가기 원한다는 메시지를 유럽에 보내며 대화채널을 구축하려 한다는 겁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이 궁극적으로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이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미-북 간 공식 대화로 재개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최근 적극적인 외교적 움직임을 `고립을 탈피하고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는 한편 핵 보유국 지위도 인정 받으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회장은 강석주 비서의 유럽 방문 목적은 외교적 고립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자누지 회장] “He is looking to try to break North’s diplomatic isolation……”

북한이 유럽 나라들과 관계 강화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세계에 과시하며 정치적,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를 시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자누지 회장은 그러나 북한 정부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한 이런 행보에 큰 성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외교적 돌파구 뿐아니라 유럽의 경제 지원을 얻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그린 전 보좌관은 특히 강석주 비서의 유럽 방문 중 미-북 간 대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그린 전 보좌관] “I think it is possible. I think Obama administration…”

오바마 행정부가 미-북 대화를 통해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말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 정부에 보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린 전 보좌관은 그러나 북한의 행동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는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성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한 외교채널이 닫히면 다른 채널을 여는 북한의 과거 행태가 다시 반복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As North Korea often does it want to find the closed……”

남북한과 미-북 간 창구는 거의 닫혀 있고 북-중 관계는 예전 같지 않은데다 북-일 협상은 납북자 사안에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유럽으로 눈을 돌려 경제 지원을 받으려 한다는 겁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어 북한이 지금까지 희망적 신호를 보낸 뒤 보상을 받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행태를 반복했다며,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신중하게 대처해야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의회의 데이비드 앨튼 상원의원도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의 움직임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하고 더 많은 지원을 얻기 위한 외교 공세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아무 도움도 필요 없는데 유럽에 접근할 이유는 없다”는 겁니다.

영국 의회 내 영국-북한 그룹을 이끌고 있는 앨튼 의원은 북한이 보상을 얻기 위해 유화적 자세를 취한 뒤 돌변하는 과거의 행태를 반복할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럽은 “북한을 둘러싼 환경과 북한 정권이 과거 어떤 행태를 보였는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일부에서는 미 당국자의 최근 북한 방문에 이어 미-북 간 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라인 교체 움직임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이런 배경을 지적하며 매우 흥미로운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레그 전 대사] “This is very interesting time. There is a new team. There are rumors…

새로운 대북 라인이 들어서고 미국 당국자의 방북설과 북한 당국의 억류 미국인들에 대한 언론 인터뷰 허용 등 여러 희망적인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맨드필드재단의 자누지 회장은 현 상황에서는 어떤 성과도 기대하기 힘들다며, 미국이 수동적 자세를 버리고 북한과 인내심을 갖고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의 새로운 대북 라인으로 거론되는 성 김 주한 미국대사나 시드니 사일러 백악관 보좌관 모두 새로운 인물이 아니란 점을 지적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한 현재의 정책을 바꿔서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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