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서울통신’, VOA 도성민 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정부가 에볼라 긴급구호대 파견 일정을 정했군요. 오늘은 이 소식부터 들어보겠습니다.
기자) 어제는 약 2주간의 활동을 마친 선발대가 시에라리온과 영국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온 데 이어 오늘 에볼라구호인력 본대 파견 일정이 발표됐습니다. 한국은 다음달 13일부터 3차례에 걸쳐 30명의 의료진을 파견할 계획입니다. 외교부 오영주 개발협력국장입니다.
[녹취: 오영주, 외교부 개발협력국장] “ 먼저 우리 보건인력은 에볼라 위기 대응 긴급구호대 형식으로 파견될 예정이며.. 파견의 규모와 관련하여 정부는 복지부와 국방부가 공모를 통해서 선발한 의사 4명, 간호사 6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되는 긴급구호대의 1진 파견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
진행자) 한국은 영국의료진과 함께 구호활동을 하게 된다고 하더군요.
기자)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에 영국이 건설하고 있는 에볼라치료소(ETC)가 있습니다. 100개 병상 규모로 다음달 주순쯤 완공될 곳인데요. 이곳에서 활동할 영국과 미국, 이탈리아, 호주 출신 의료진과 같이 활동을 하게 되고, 시에라리온 현지에 합류하기 전 영국 런던 인근에 있는 에볼라대응훈련소에서 안전교육을 받게 됩니다. 다른 나라 의료진의 경우는 한번 들어가면 통상 6주~12주 정도 현지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한국의 에볼라구호대가 어느 정도 기간으로 현지 구호활동을 하게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만약의 경우, 한국 의료진이 에볼라에 감염될 경우도 대비해야 할 텐데, 계획이 나왔습니까?
기자) 미국 국무부가 운영하고 있는 민간항공기를 이용하는 방안이 미-한 MOU를 통해 확보되어 있고, 선발대 파견을 통해 EU 패키지를 추가로 확보했습니다. 한국 보건인력이 에볼라에 감염됐을 경우, 영국 등 제 3국으로 후송, 한국으로의 후송도 감안하고 있는 것인데요. 한국까지는 장시간의 후송으로 환자 상태가 나빠질 가능성이 많아, 유럽지역의 에볼라 치료시설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방안을 중심으로 대책을 간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활동을 마친 보건인력은 한국으로 복귀해서 21일간 안전지역에서 격리 관찰한다는 계획입니다
진행자) 한국사회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서울통신, 함께 하고 있습니다. 다음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기자) 최근 한국 은행에서는 거액의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는 29일부터 금융실명제법 개정안 일명 ‘차명거래 금지법’이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차명거래 금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은행거래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인가요?
기자) 불법으로 획득한 재산을 숨기거나 자금 세탁, 탈세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목적으로 차명거래를 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미화 4만5천달러 상당)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되는데요. 1993년에 도입됐던 금융실명제를 더 강하게 단속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 동안은 허명(虛名)이나 가명(假名)에 의한 거래는 규제해왔지만,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돈을 넣어두는 차명거래를 허용해 왔었는데, 앞으로는 이 부분을 강하게 금지한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은행 계좌를 만들어둔 경우라면 자금을 옮길 수 밖에 없는 것이군요?
기자) 예를 들자면, 거액의 돈을 자녀나 가족의 이름으로 예치해둔 경우, 불법도박자금을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에 숨겨둔 경우, 세금추징을 피하려고 재산을 숨긴 경우가 모두 해당합니다. 한국에서는 연간 2000만원 이상의 이자나 배당소득이 있을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증여세 등을 부과하고 있는데. 돈 많은 자산가들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 보통 가족이나 친지 명의의 통장에 돈을 분산 예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차명계좌거래금지법’ 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지난 5월. 이후 10월까지 5달 동안 한국의 주요은행에서 빠져나간 거액의 돈이 484조5468억원 (4377억달러 규모)가 된다고 합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9조원(805억달러) 정도가 더 빠져나간 것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상당한 돈인데, 은행에서 빠져 나온 현금들 다 어디로 갔을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일단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 자산을 현금화한 것이 아닐까 보고 있습니다. 계좌에서 돈을 빼낸 뒤 세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진행자) 차명계좌의 돈을 그대로 두면 어떻게 됩니까?
기자) 돈에 대한 출처를 명확히 하고, 정당한 세금을 내야 합니다. 계좌 명의자가 돈의 소유를 주장할 경우, 명의자 것의 됩니다. 실소유주가 소유권을 주장하려면 소송을 해야 하는데요. 불법 목적을 알고도 명의를 빌려줬다면 명의대여자도 공범으로 처벌받게 되구요. 은행 등 금융회사 종사자가 이를 알선하거나 중개해도 법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단, 선의의 차명거래, 가족이나 동창회 등 친목을 위한 회비를 모으기 위한 계좌거래와 배우자 명의로 6억원(54만달러 상당), 자녀 명의로 5000만원(4만5천달러), 부모 명의로 3000만원(2만7천달러)까지 증여세를 물지 않아도 되는 금액의 차명계좌 예금은 이번 차명거래금지법 처벌을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진행자) 서울통신 오늘 마지막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기자) 요즘 한국에서 화제를 낳고 있는 TV드라마가 있습니다. ‘미생’이라는 제목으로 케이블방송사에서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인데,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한 청년이 직장에 들어가면서 부딪히는 좌충우돌 생존기, 직장처세학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진행자) 바둑판 승부의 세계를 직장생활에 비유한 드라마…. 주위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한국의 직장인들이 이 드라마에 크게 공감한다고 하더라구요.
진행자) 지난 달 중순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2화가 방송됐는데, 직장인들 사이에 드라마의 내용이 회자 될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구요. 드라마의 원작인 만화 ‘미생’ 역시 올해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얹고 있습니다.
진행자) 얼마나 팔린 겁니까?
기자) 인터넷 만화인 웹툰을 시작으로 9권으로 책으로도 출간이 됐는데, 오늘 200만부를 돌파했습니다. 올해 한국에서 최고로 많이 팔린 책, 밀리언셀러가 된 것인데요.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까지는 90만부가 판매됐었는데, 방송시작과 함께 10만부가 팔려나갔고, 한달 사이에 다시 100만부가 팔린 겁니다.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출판시장에서 ‘만화’라는 쟝르에서 만들어진 200만부 판매는 기록적인 현상입니다.
진행자) 드라마의 인기로 다시 조명 받고 있는 만화. 한국사람들이 ‘미생’에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만큼 매력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기자) 88만원 세대라고 표현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현재 모습을 현실감 있게 담아낸 탄탄한 내용구성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웹툰이 연재될 때, 만화로 출간됐을 때에도 조용한 인기 정도였고, 드라마로 만들어진 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과연 만화 속의 그 행간의 묘미를 살려낼 수 있을까 반신반의한 사람들도 많았다는데, 평범한 직장인으로 분해 울고 웃는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더해져 상승효과를 낸 것입니다. 지상파 방송도 아니고 케이블방송사에서 6% 정도의 시청률은 대단한 것인데요. 드라마 시청자들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 것 같고, 원작인 만화를 다시 보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여성들도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진행자)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북한에도 곧 드라마 ‘미생’ 만화 ‘미생’이 이야기 돌지 않을까 싶은데요.
기자) 만약 그렇다면 한국의 정말 현실적인 직장인들의 생활을 알게 될 것 같습니다. 밑바닥부터 온몸으로 사회와 조직을 배워나가는 신입사원, 리더십 있는 상사, 술 한잔 나누며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선배, 돈에 눈이 멀어 스스로 무너져 내리고 마는 또 다른 조직의 일원 등 한국 사회의 일면을 이해하는데 좋은 드라마, 만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