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척 헤이글 국방장관의 후임으로 애슈턴 카터 전 국방부 부장관을 지명했습니다. 카터 지명자는 과거 북한을 두 차례 방문하는 등 북한 문제에 정통하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대해 단호하고 강경한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5일 카터 전 국방부 부장관을 국방장관으로 지명하면서 그가 "전략적 관점과 기술적 노하우를 고루 갖춘 인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미국 언론들도 카터 지명자에 대해 `국방 무기체계와 예산, 국제 군사 분야에 해박한 전문가'라고 평가했습니다. 그가 학계와 관계에서 오랫동안 국방 분야를 전문으로 다룬 경험을 지적한 것입니다.
실제로 카터 지명자는 명문 하버드대학 교수를 거쳐 빌 클린턴 대통령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보에 이어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국방부 차관과 부장관을 지내 국방 분야 이론과 실무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고 의견을 밝혀 왔습니다.
카터 지명자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지난 1998년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함께 미-북 관계 정상화를 포함한 북 핵 문제의 포괄적 해법을 담은 페리 보고서를 공동 작성했었습니다.
카터 지명자는 북한에 대해 단호한 정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지난 2006년에 주장한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타격론 입니다.
카터 지명자는 당시 ‘워싱턴포스트’신문에 페리 전 국방장관과 공동으로 기고한 글에서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무장을 용인할 수 없다며, 당시 부시 행정부에 미사일 기지 선제타격 의지를 북한 정권에 분명히 과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런 강한 대북관은 지난 200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 선언과 영변 핵시설 재가동으로 위기가 고조됐을 때 언급한 발언에서도 자세히 엿볼 수 있습니다.
카터 지명자는 당시 공영방송인 ‘P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이 붕괴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옛 소련의 체르노빌처럼 심각한 방사선 노출을 야기하지 않고 영변의 핵시설을 정밀타격할 능력이 있고, 북한 정권이 무력으로 반발할 경우 몇 주 안에 북한 군과 정권을 파괴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카터 지명자는 정밀타격에 대한 북한의 무력 대응은 곧 정권의 종말을 야기하기 때문에 선택권이 북한 정권에 있다며 강경책에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카터 지명자는 또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의 속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개혁개방이나 비핵화에 나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은 외부 세계에 적대적인 주체사상을 기조로 삼고, 내부적으로는 압제정권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 편입하라는 구호는 그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카터 지명자는 미국 정부가 북 핵을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금지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카터 지명자는 지난 2011년 상원 군사위원회의 국방부 부장관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미 본토와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해 2월 열린 청문회에서는 미국의 핵 억제력 강화를 강조하며 북한의 핵 개발을 가장 먼저 언급했습니다.
[녹취: 카터 지명자] “because look at what the North Koreans are doing today and so forth. We really have to have a safe, secure, and reliable nuclear deterrent.”
북한 정권의 핵무기 개발을 고려할 때 미국은 안전하고 확실하며 신뢰할 수 있는 핵 억제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겁니다.
카터 지명자는 그러나 국방부 부장관 재임 중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시리아 사태에 집중하면서 북한과 관련해서는 발언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워싱턴 소식통들은 카터 지명자가 지난해까지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한 점을 들어 기존의 대북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