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지도자의 암살을 다룬 미국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상영 계획이 취소됐습니다. 영화 제작사인 소니에 대한 사이버 공격과 위협 때문인데요,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공격의 배후에 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동안 북한은 이 영화 상영계획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했는데요,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영화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자마자 전세계의 주목을 받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과의 독점 인터뷰를 위해 북한을 방문한 TV 토크쇼 사회자와 연출가가 미국 중앙정보국의 의뢰를 받아 김 제1위원장 암살작전에 나서면서 좌충우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미국의 인기 코미디언 제임스 프랭코와 세스 로건이 주연했다는 사실 말고도 북한의 격렬한 반발 때문에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웃자고 만든 영화인데, 북한이 이걸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인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작사인 소니가 지난해12월에 촬영을 끝내고 지난 6월 예고편을 공개했는데요, 북한은 최고 존엄을 모욕했다고 판단하고 곧바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6월 발표한 성명에서 영화가 상영될 경우 무자비한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유엔과 백악관에 항의서한도 보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6월 자성남 유엔주재 대사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냈는데요, 주권국가의 현직 수반을 암살하는 내용의 영화가 제작, 배급되도록 허가하는 것은 가장 적나라한 테러 지원이자 전쟁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즉각 이 영화의 제작과 배급을 금지할 것도 촉구했습니다. 북한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미국 백악관에도 항의서한을 보냈습니다.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 명의로 발송됐는데요, 이 영화는 북한 최고 지도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기자) 항의 서한을 받은 사실은 확인하지 않았지만, 미국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영화에서 드러난 시각은 감독과 제작자의 시각이고, 언론과 예술의 자유가 보장되는 미국에서는 정부가 영화제작에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는다는 게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의 설명입니다.
진행자) 영화 제작사인 소니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기자) 소니로서는 북한의 반발 덕분에 자연스럽게 영화가 크게 홍보되는 효과를 봤는데요, 당초 10월로 예정됐던 영화 개봉날짜를 12월 성탄절로 바꿨습니다. 영화의 성공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관객들이 영화를 많이 보는 성수기로 개봉을 미룬 겁니다. 대신 영화에 등장하는 김정은 제1위원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얼굴을 컴퓨터 편집으로 모두 지웠습니다.
진행자) 그러다 소니 해킹 사건이 발생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소니가 지난달말 미국을 시작으로 전세계 63개 나라에서 영화 ‘인터뷰’를 개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 즈음에 소니 영화사의 컴퓨터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완전히 멈췄습니다. 소니가 제작한 5개 영화가 상영되기도 전에 인터넷에 유포되고 내부 기밀자료가 공개되는 바람에 소니로서는 큰 타격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진행자) 당연히 북한이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었겠군요.
기자) 네. 확실한 증거를 찾기는 어려웠지만, 정황상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사이버 공격에 사용된 기법이 지난해 북한이 한국 언론사와 은행들을 상대로 벌인 사이버 공격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혐의를 정면 부인했는데요,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이 소니 해킹은 북한의 반미공조를 지지하는 자의 의로운 소행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북한이 해킹을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부인했습니다.
진행자)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미 연방수사국이 수사에 나섰는데요, 아직까지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보 당국이 이번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북한이 이번 해킹에 중심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결론 났다고 보도했습니다. 해킹은 북한 외부에서 이뤄졌지만 실제 공격을 가한 해커들이 북한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는 겁니다. 한 당국자는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에 북한 정부가 연관된 증거를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영화 ‘인터뷰’는 예정대로 개봉되는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성탄절인 25일 미국에서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소니가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극장 업체 대다수가 영화를 상영하지 않기로 결정한 점을 고려해 개봉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입니다. 이번 결정은 소니를 해킹한 단체가 테러 위협을 제기한 직후 나온 겁니다. 'GOP'(평화의 수호자)라는 이름의 이 단체는 2001년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서 발생한 9.11 테러 사건을 언급하면서 영화 ‘인터뷰’ 상영 계획을 중단하라고 위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