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정권 3년째를 맞아 올 한 해도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뉴스가 많았습니다. ‘VOA’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북한인권, 남북관계, 북한의 비대칭 군사력, 북-러 관계,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 미-북 관계 등을 주제로 여섯 차례에 걸친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다섯 번째 순서로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관해 전해 드립니다. 김현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지원은 올해도 전년에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개별 국가와 유엔 뿐아니라 민간 구호단체들이 대북 지원을 큰 폭으로 줄였고, 이런 양상은 지난 10년 간 뚜렷한 추세로 자리잡았습니다.
우선 개별 국가를 보면, 각국의 대북 지원은 26일 현재 약 3천6백30만 (36,301,152) 달러로 전년도 (41,566,938)에 비해 1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OCHA과 세계식량계획 WFP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북한에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한 나라는 한국과 스웨덴, 스위스 등 14개 나라로, 지난해와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른 점은 이탈리아가 지원을 하지 않은 대신 쿠웨이트가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대북 지원에 동참한 것입니다.
개별 국가로 가장 많은 액수를 기부한 나라는 1천350만 달러를 지원한 한국으로, 한국은 지난 2007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대북 영양 지원에 나섰습니다.
한국 정부의 지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독일에서 밝힌 드레스덴 구상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녹취: 박근혜 대통령] “앞으로 한국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유엔과 함께 임신부터 2세까지 북한의 산모와 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는 모자 패키지 사업을 펼칠 것입니다.”
한국에 이어 스웨덴이 490만 달러로 가장 많은 지원을 했고, 스위스 420만 달러, 캐나다 360만 달러 순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호주, 캐나다, 프랑스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나라들의 대북 지원은 전년도와 비슷하거나 줄었습니다.
캐나다와 호주는 지원 규모를 각각 전년 대비 3.5 배와 2 배 정도 늘렸고,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와 같은 1백만 달러와 3백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반면 독일과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아일랜드, 룩셈부르크의 지원액은 전년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독일은 카리타스 독일을 통해 60만 달러를 지원하는데 그쳤습니다. 지난해 210만 달러를 지원했던 것에 비해 70% 넘게 줄어든 규모입니다.
노르웨이의 대북 지원도 절반 이상 줄었고, 룩셈부르크는 지난해 지원액의 3분의 1 이하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OCHA가 중앙긴급구호기금 CERF를 통해 북한에서 활동하는 유엔 기구들에 지원한 금액도 크게 줄었습니다.
중앙긴급구호기금이 세계식량계획 WFP 등 북한에 상주하는 5개 유엔 기구들에 지원한 금액은 6백50만 달러로, 1천5백10만 달러에 달했던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미국 내 민간 구호단체들의 대북 지원도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지난 1995년부터 20년 간 대북 지원을 펼쳐온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의 경우 2014 회계연도 지원 규모는 5백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1천 200만 달러 ($11,598,127) 를 지원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 넘게 줄어든 규모입니다.
특히 미국의 주요 구호단체인 머시 코어의 경우 대북 지원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의약품 외에 병원과 고아원에 사과 나무를 제공했었습니다.
이 단체의 크리스틴 브래게일 대변인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내년에도 북한에 대한 지원 계획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마리탄스 퍼스도 올해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이 줄어드는 현상은 비단 올해에만 국한된 일은 아닙니다. 유엔 등의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로 다소 변동이 있긴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은 장기적으로 감소 추세가 뚜렷합니다.
2000년대 초반 2~3억 달러에 달하던 대북 지원액은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4~6천만 달러로 줄었습니다. 2011년에는 다시 1억 달러를 넘어섰으나 2013년 6천3백만 달러, 2014년 5천만 달러대로 다시 줄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 감소 이유를 네 가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위반하면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적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 점입니다.
세계식량계획의 실케 버 대변인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의 핵실험 등 긴장 고조 행위가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을 이끌어 내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핵 문제 등 국제사회와의 긴장과 갈등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대북 지원 감소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의 식량 사정이 최근 들어 다소 개선된 사실도 대북 지원이 줄어든 이유로 꼽힙니다. 한국의 북한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입니다.
[녹취: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 “그 이유는 북한의 식량 사정이 생각보다 좋아졌기 때문이죠. 식량 사정이 아주 어려울 때 원조를 하는 거잖아요. 북한의 식량 사정이 상대적으로 생산이 많아졌기 때문에 원조가 주는 게 이유일테고…. ”
세 번째는 국제사회의 늘어난 수요입니다. 올해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이 대북 지원 감소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룩셈부르크 외교부 산하 개발협력청의 맥스 래미시 지원 담당 국장의 말입니다.
[녹취: 맥스 래미시 룩셈부르크 개발협력청 지원 담당 국장] “The 2014 contribution to DPRK was lower than the one year before. Maybe next year it’s going to be up again…but it’s not a political thing…Currently we are closely following Ebola, South Sudan, Syrian regional crisis, Iraq crisis. Compared to last year our budget went slightly down …”
내전이 장기화된 시리아나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IL와의 내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라크, 에볼라 바이러스가 휩쓸고 있는 서아프리카 등 올해 지원이 시급한 나라들에 지원을 집중해야 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구호단체 등 국제 기구들은 대북 지원 예산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 문제 전문가인 한국 서울시립대학의 황지환 교수입니다.
[녹취: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 교수] “작년과 올해를 비교해보면 국제정세가 많이 불안한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중동 지역이나 아프리카 지역에 정세가 불안해져서 북한에만 식량 지원을 집중할 수 없었다는 것을 국제 단체나 NGO 단체 직원들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에볼라 차단을 위해 북한이 지난 10월부터 모든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한 것도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구호단체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은 지난 11월 방북해 현지 보건 관계자들에게 B형간염 예방접종을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북한의 외국인 격리 조치로 방북을 연기했습니다.
이 단체의 하이디 린튼 대표는 12월 중 북한에 식료품과 의약품, 담요 등 지원품을 보낼 예정이었지만, 분배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계획을 연기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이디 린튼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 대표] “We've just withheld sending more shipments until we hear when the quarantine will be lifted. we have a responsibility to our donors to confirm delivery and arrival of shipments and we have several shipments that have already arrived in North Korea that have to be monitored, so we don’t put more in pipeline"
린튼 대표는 지원된 물품이 제대로 도착해서 분배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기부자들에 대한 책임이라며, 북한이 격리 조치를 해제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지원도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0월 자국에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들에 대해 21일 간 격리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편 한국의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 원장은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 감소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권태진 북한 동북아 연구원장] “북한의 식량 국내 생산량이 늘게 되면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이 주는 게 맞는 것이죠. 금년도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 자체가 다자 지원 자체가 그리 많지 않거든요. 최근에 와서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이 많이 줄었고 올해도 많이 줄었는데요, 내년도에도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이 증가할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
전문가들은 북 핵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중동과 아프리카의 인도주의 재앙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내년도에도 대북 지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
2014년 북한을 돌아보는 연말특집 보도, 월요일인 오는 29일 여섯 번째 마지막 순서로 미-북 관계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