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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전 대통령 "북한 주민에 타격 주는 제재 피해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자료사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자료사진)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정작 정권 책임자들이 아닌 주민들의 고통만 가중시켜 비효율적이라고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미 여론은 이런 주장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26일 ‘워싱턴 포스트’ 신문 기고문에서 미국의 대북 제재는 특권층의 해외계좌와 여행 규제 등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최근 북한 당국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미 소니 영화사에 대한 해킹으로 미국에서 대북 제재 강화가 검토되고 있다며, 그러나 기존의 제재는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금까지 60년 이상 대북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정작 고통을 당하는 건 정치엘리트 계층이 아닌 주민들이라는 겁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궁핍한 경제가 미국의 제재 때문이라는 북한 지도부의 선전선동으로 주민들의 원망이 (지도부가 아닌) 미국을 향하고 있어 제재가 오히려 독재정권의 목표인 정권 생존을 돕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북한 지도부는 이를 역이용해 자신들을 미국의 제재로 인한 고통에서 주민들을 구원할 구세주로 자처하고 있다는 겁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나쁜 정권에 대한 미국의 이런 제재는 쿠바의 전례처럼 국제 사정에 무지하고 독재정권 치하에서 이미 고통 받는 잘못 없는 주민들에게 잔인한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에 대한 경제제재는 피폐된 경제 속에 압제 받는 주민이 아니라 정책결정권을 가진 관리들의 여행과 해외 은행계좌 등 특권 행위에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카터 전 대통령의 이런 의견에 대해 미국의 인터넷 누리꾼들은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의 기고문 아래 달린 수 백 건의 댓글은 카터 전 대통령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내용이 많았습니다.

누리꾼들은 북한의 독재정권이 엄청난 자원을 주민들의 민생이 아닌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쏟아붓고 있는데도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의 열악한 경제를 마치 미국의 제재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일부는 카터 전 대통령이 대북 영향력이 가장 큰 중국이 아닌 미국을 문제삼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한 독자는 29일 편집인에게 보낸 글에서 지난 1980년 옛 소련에 대해 곡물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던 카터 전 대통령이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더 역설적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 정부와 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풀고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대북 포용론자로 북한을 여러 번 방문했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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