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일성 주석의 아들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 폴란드 주재 북한대사가 17년만에 최근 체코대사로 자리를 옮겨 새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김평일 대사는 한 때 김 주석의 후계자로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수 십 년째 해외에서 사실상 유배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1954년생으로 알려진 김평일 대사는 김일성 주석과 그의 두 번째 부인인 김성애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입니다.
김일성종합대학과 군 요직을 거친 김평일은 형보다 키가 훨씬 크고 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닮아 한 때 김 주석의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었습니다.
김덕홍 전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자료연구실 부실장은 과거 ‘VOA’에, 후계자로 잠시 거론됐던 김평일의 운명이 1972년에 결정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덕홍 전 부실장] “김일성이 60돌 기념일 때 72년 4월15일인데 4월14일에 만경대 생가에 당, 군, 정 최고 간부들 하고 주요 일가족들이 그 곳에 다 모이게 됐어요. 그 때 일가족의 제일 노장인 한 사람이 김일성한테 제기했어요. “이제, 60돌을 맞는다. 그러니 후계자를 추대해야 되지 않겠는가. 당,군, 정의 여론을 다 장악해 보고 일가에서도 논의했는데 김평일이가 맞는 것 같다. 김평일을 후계자로 제기했으면 좋겠다. 그 때 김일성이 “만경대 혈통은 김정숙 혈통입니다. 김정숙 혈통만이 주체혁명 위업에 대를 이어 끝까지 수행할 수 있는 이런 혈통이라는 것! 단마디 명창으로 그렇게 규정했단 말입니다.”
한 때 북한에서 태어나고 외모와 능력이 모두 뛰어난 김평일이 러시아에서 태어난 김정일보다 더 정통성이 있다고 보는 세력이 있었지만 김일성 주석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실제로 김평일은 김일성 주석의 이런 결정이 내려지고 몇 년 뒤 해외로 쫓겨나다시피 떠났습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평일이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김정일의 권력다툼 대상은 아니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사실 알려진 것처럼 권력의 라이벌은 아니었다 김평일은, 이렇게 봐야 합니다. 김정일의 라이벌은 삼촌인 김영주였고 김평일은 라이벌이 될 수 없었죠.”
북한 고위층 출신 인사들은 대부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버지의 비서였던 김성애가 계모가 된 뒤부터 김성애를 증오했고 김평일을 견제했지만, 김평일의 나이가 어려 권력다툼의 대상으로 보지는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김평일은 1988년 헝가리주재 대사로 임명된 뒤 불가리아, 핀란드를 거쳐 1998년부터 폴란드주재 북한대사로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철저한 감시 속에 공개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북한 매체들도 이른바 `곁가지'인 김평일에 대한 언급을 금기시했습니다.
김평일은 북한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지나면서 주민들의 입에 다시 오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중국을 방문한 일부 북한인들은 지난 2005년 ‘VOA’에, “김일성 주석을 닮아 잘생기고 똑똑한 김평일 동지가 나라를 이끌었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안찬일 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국정 실패에 대한 주민들의 원성이 김평일에 대한 향수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김평일이 더욱 더 북한 사람들 사이에 조금 호평 받게 된 것은 김정일이 워낙 정치를 못해서 인민생활이 어려워지니까 북한 인민들이 차라리 김평일이가 했어도 저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데서 상대적으로 김평일을 선호한 것이지 김정일이 제대로 정치를 했더라면, 물론 제대로 할 능력이 없었겠지만, 그랬더라면 김평일이 북한 사람들 사이에 오르내리는 일은 아마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김평일의 근황은 지난 2007년 폴란드의 한 지방 매체가 지역을 방문한 김평일 대사의 가족사진을 공개하면서 잠시 주목을 받았습니다.
폴란드에서 김평일을 여러 번 만났던 폴란드과학아카데미의 니콜라스 레비 연구원은 연구소 웹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김평일은 매우 신중했고 일부 외국 대사관 행사 참석을 제외하면 공개 행사를 꺼렸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사견을 전제로 북한체제가 무너지면 김평일이 새 정부에서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했습니다.
레비 연구원은 6년 전 한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평일의 딸은 당시 28살 은송, 26살 인강이라며 이들이 외국어에 능통한 다재다능한 젊은이들이라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레비 연구원은 그러나 2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김평일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할 게 없다며 급히 전화를 끊었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숙부이기도 한 김평일이 17년 만에 폴란드에서 체코로 이동한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권력에 자신감을 가진 김 제1위원장이 숙부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독일과 가까운 체코로 이동시켰을 것이란 분석에서부터 그가 폴란드에 장기간 주재하는 것을 경계해 옮겼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평일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권력에 잠재적 위협이 될 것으로 보는 견해는 거의 없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