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쿠바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의 윤병세 외교장관이 올해 안에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개발협력사업도 처음으로 시작될 예정입니다. 북한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데요.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11일 세계식량계획(WFP)과 공동으로 쿠바에 대한 개발협력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WFP와 쿠바 식량안보 개발협력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오는 2017년까지 쿠바의 취약계층에 대한 식량제공사업과 식량 자립기반 조성을 위해 미화 3백만 달러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외교부는 아직 미수교국인 쿠바와의 첫 개발협력사업이 시작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쿠바측도 큰 기대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이 세계 각지에서 개발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차원에서 쿠바도 포함됐다”며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두 나라 간 관계가 더욱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이 수교하지 않은 나라가 세계에서 쿠바와 시리아, 마케도니아, 코소보 등 4 나라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미국이 지난해말 쿠바와 국교 정상화를 선언한 뒤 쿠바와 적극적인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의 노광일 대변인은 지난 12월 정부의 이런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녹취: 노광일 대변인] “모든 국가와의 관계정상화 또한 협력 증진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정부는 쿠바와의 관계 개선 노력을 경주 중에 있습니다.”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보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올해 안에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습니다.
한국은 특히 외교 뿐아니라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쿠바와 교류를 늘리고 있습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지난 9일 쿠바중앙은행, 쿠바대외은행과 한국 기업의 수출지원을 위한 신용공여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12일부터는 한국의 시인과 소설가 등 작가들이 사상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해 아바나에서 열리는 제24회 국제도서전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한국과 쿠바는 지난 1959년 쿠바혁명 이후 외교관계가 단절됐습니다. 이후 한국은 여러 차례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지만 북한을 의식한 쿠바정부의 반대로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아바나에 무역투자진흥공사, 코트라 무역관이 들어선 뒤 교류가 매우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정부 산하 무역진흥기관인 코트라에 따르면 한국은 쿠바의 아시아 내 3대 교역국으로 지난해 교역 규모가 6천 5백만 만 달러에 달합니다. 또 한국 관광객 5천 명이 해마다 쿠바를 여행하는 등 민간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런 활발한 교류 때문에 쿠바인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쿠바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선교사 아모스 씨는 11일 ‘VOA’에 쿠바인들은 한국에 매우 긍적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모스 선교사]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좋죠. 그래서 쿠바 사람들은 한국을 잘사는 나라, 좋은 나라, 그리고 기술이 발달한 나라!”
아모스 씨는 한국 기업의 쿠바 내 전력 개선 기여, 쿠바 도로를 누비는 한국산 중고 차량들,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와 가전제품들이 쿠바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5년 열악한 전력을 대대적으로 개선하려는 쿠바 정부의 ‘에너지 혁명’에 수주업체로 선정된 뒤 발전소들을 건립해 현재 아바나 전력의 30 %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쿠바에서 한국의 인기가 많은 반면 오랜 동맹인 북한에 대한 관심은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시 아모스 씨의 말입니다.
[녹추: 아모스 선교사] “이북은 뭐. 북한에 대해서는 물론 수교는 돼 있지만 정치적인 것 외에 일반적으로는 북한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아모스 씨는 쿠바의 경제가 아직 열악하지만 여러 개혁시도로 북한보다는 훨씬 사정이 낫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쿠바와 북한을 비교하는 자체가 쿠바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래리 닉시 전 미국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은 11일 ‘VOA’에 한국과 쿠바가 수교를 맺거나 관계가 진전된다면 북한 정부가 매우 불편해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 전 선임연구원] “North Koreans will be very unhappy if Cuba normalizes……”
북한 정부는 과거 한-중 수교 때처럼 쿠바가 한국과 수교하면 큰 불만과 배신감, 외교적 압박을 느낄 것이란 겁니다.
하지만 닉시 전 연구원은 쿠바와 한국이 관계 정상화로 가기 위해서는 여러 걸림돌들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 전 선임연구원] “I think the biggest obstacle is how much…”
쿠바 정부 내 공산주의 이념적 저항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고 한국과 투자와 교역 확대에 따라 쿠바가 받을 혜택 규모도 수교 속도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닉시 전 연구원은 그러나 이런 한국과 쿠바의 관계 개선이 적어도 청천강호 사건 같은 쿠바와 북한 간 불법무기거래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경제적 측면에서 개혁, 개방의 긍정적 측면을 북한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닉시 전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