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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긴급기금 대북 지원, 본래 취지 벗어나'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 건물 (자료사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 건물 (자료사진)

자연재해나 전쟁으로 인한 비상사태를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유엔의 긴급기금이 북한에 매년 지급되고 있는 것은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유엔 중앙긴급 구호기금의 대북 사업에 대한 외부 감사보고서 내용을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중앙긴급구호기금CERF가 북한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규정된 용도를 확대해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같은 지적은 중앙긴급구호기금의 의뢰를 받은 외부 전문가가 지난해 7월14일에서 25일까지 북한을 방문한 뒤 작성한 감사보고서에서 제기됐습니다.

보고서는 중앙긴급구호기금이 북한에서는 본래의 취지대로 긴급한 인도주의 상황에 사용된 것이 아니라, 장기간 지원을 필요로 하는 개발사업에 사용됐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평양에 주재하는 유엔 기구들이 이 기금의 자금으로 농부들에게 식량을 주거나 의료 시설을 재단장하고, 상수도를 보수하는데 사용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중앙긴급구호기금의 용도는 이같이 투자 부족이나 방치로 인해 야기된 상황이 아니라, 자연재해나 전쟁으로 인한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특수한 상황이고 유엔 기구들이 극도의 자금 부족을 겪고 있기 때문에 중앙긴급구호기금의 규범이 좀 더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유엔이 북한에 최소한의 활동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대북 사업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이 악화될 때 유엔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북한 정부와 관계를 정립해 현지에 거점을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있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하지만 중앙긴급구호기금의 규정이 엄격히 적용되지 않을 경우 가장 취약한 계층이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주재 유엔 기구들이 독립적인 평가를 통해 기금의 수혜자를 선정하는 게 아니라, 단지 기존의 사업에서 부족한 예산을 채우는데 그친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많은 수혜 지역들이 전년도에 선정됐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선정되고, 아니면 검증되지 않은 북한 당국의 요청 때문에 선정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유엔 기구들도 중앙긴급구호기금의 자금 지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 기금의 지원을 신호탄으로 원조국들의 지원이 이어지는데, 북한에서는 중앙긴급구호기금이 최후의 보루라는 설명입니다.

이 경우 국제사회에 긴급한 위기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을 때 북한이 중앙긴급구호기금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따라서 북한주재 유엔 기구들은 국제사회에 대북 지원을 호소할 새로운 당위성을 찾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중앙긴급구호기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주재 유엔 기구들은 분배감시 투명성을 높여 원조국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중앙긴급구호기금의 자금을 쓸 때는 규정을 엄격히 해석해 목적에 맞는 사업에만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중앙긴급구호기금은 2006년 신설돼 지난 2007년부터 9년 동안 북한에 약 9천8백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북한이 매년 중앙긴급구호기금으로부터 받는 자금은 개별 국가들의 지원금을 훨씬 웃돌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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