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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스콤 "북한과 본국 송금 논의에 긍정적 징후"


지난 2008년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평양에서 3세대 휴대전화 네트워크 개통식을 가졌다. (자료사진)
지난 2008년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평양에서 3세대 휴대전화 네트워크 개통식을 가졌다. (자료사진)

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업을 하고 있는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은 5억 달러가 넘는 현금 잔고의 본국 송금 문제를 북한 측과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라스콤은 현금 잔고 환전에 북한 공식 환율을 적용하는 문제에서 긍정적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연호 기자입니다.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 (OTMT)이 새 회계감사 보고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이 보고서는 세계적인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지난해 12월 31일 현재 오라스콤의 재무재표를 분석한 것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라스콤이 대주주로 있는 북한 휴대전화 회사 고려링크의 현금 잔고는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금 잔고는 북한 당국의 규제 때문에 외화로 환전하지 못하고 북한 원화로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현금 잔고를 이집트 파운드화로 표시하고 있는데, 현재 환율로 환산할 경우 지난해 6월 말 4억8천5백만 달러에서 9월 말 5억9백만 달러, 그리고 12월 말 5억4천 8백만 달러로 계속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공식 환율을 적용한 추산치일 뿐이고 이 액수 그대로 환전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1백원 대의 공식 환율을 적용하지 않고 8천원 대의 암시장 환율을 적용한다면 현금 잔고의 외화 가치가 크게 떨어져 오라스콤으로서는 엄청난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현재 오라스콤이 북한에서 거둬들인 수익을 외화로 바꿔서 본국으로 송금하는 문제를 북한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 말 회계감사 보고서에서도 똑 같은 사항이 보고된 점을 감안할 때 북한 측과의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번 보고서는 현금 잔고 환전에 북한 공식 환율을 적용하는 문제에서 긍정적인 징후가 보이고 있다고 밝혀 북한 측의 입장에 변화가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그동안 오라스콤은 고려링크라는 이름으로 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업을 하면서 현금 잔고를 늘려나갔지만 본국으로 가져가지는 못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규제 때문에 현금 잔고를 외화로 바꾸지 못하고 북한 원화의 형태로 그대로 보유하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해외 송금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회계감사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를 이유로 고려링크의 현금 잔고를 ‘비유동성 금융자산’으로 처리하면서 별도의 특기사항으로 계속 지적하고 있습니다.

앞서 오라스콤의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은 공개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불만을 나타낸 바 있습니다.

사위리스 회장은 지난 2013년 11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배당금이 회수될 때까지 더 이상 일당지배 국가인 북한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1년초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하던 때와는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실제로 회계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오라스콤의 북한 내 순투자금액은 지난해 말 현재 8천만 달러로 2013년 12월 말과 똑같습니다.

이와 함께 오라스콤이 지난 2008년 말부터 받아오던 세금면제 혜택도 2013년 말에 끝났습니다. 회계감사 보고서는 오라스콤이 지난해 약 4천만 달러의 세금을 북한 당국에 납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라스콤이 수익금의 일부라도 챙긴 뒤 북한 내 휴대전화 사업을 접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나 러시아 휴대전화 사업자가 오라스콤의 북한 내 사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회계감사 보고서는 북한이 미국과 유럽연합 등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사실도 거듭 지적했습니다.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고려링크의 영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지만 제재가 강화될 경우 금융 조달이나 오라스콤 본사와의 금융 거래, 북한 내 영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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