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의 북한인권 운동가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비폭력 저항을 독려하는 지침서를 유포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독재정권에 맞서는 구체적 투쟁전략을 담았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세계 각국의 민주화 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 소책자 ‘독재에서 민주주의로’가 북한에 대규모로 유입됐습니다.
미국의 원로 정치학자 진 샤프가 지난 1993년 집필한 뒤 30여 개 언어로 읽힌 민주화운동의 교본으로 꼽히는 책입니다.
지난해 한국어 번역판을 출간한 미 하버드대 벨퍼센터의 백지은 연구원은 29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탈북자들과 협력해 이 책을 집중적으로 북한 내부로 들여보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백지은 연구원] “Electronic text of the book is being put into USBs and micro SD chips and are taken into North Korea by a combination of defectors and their networks…”
USB 메모리카드 등에 담아 탈북자 네트워크를 통해 비밀리에 북한 국경 안으로 전달했다는 설명입니다.
독재자들로부터 ‘폭도들의 책’이라는 악명을 얻은 책답게 독재정권의 약점을 파악하고 공격하는 실천전략과 구체적 저항 방법을 알렸습니다.
침묵시위에서부터 단식과 점거까지 북한에서는 생소한 1백98 개의 비폭력 저항수단이 주민들의 입을 타고 널리 퍼졌으면 하는 게 백 연구원의 바람입니다.
[녹취: 백지은 연구원] “Of course this text is not going to immediately bring democracy to this country. A lot of critics do read this point and I recognize this point. However, there was similar criticism…”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주민들을 철저히 통제하는 북한에 비폭력 저항 수단을 적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지만, 그런 비판은 이 책자가 큰 영향을 끼친 중동, 동유럽, 남미 등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제기됐었다는 겁니다.
따라서 지극히 작고 소극적으로 보이는 저항의 불씨가 확산돼 결국은 불가능처럼 보이는 독재권력의 와해와 민주 체제의 확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백 씨는 1차 유포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보다 효과적인 전파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총 83페이지 가운데 일부를 삭제해 내용을 더욱 간명하게 만들고 만화로도 제작해 북한 주민들의 이해를 도울 계획이라는 설명입니다.
백 연구원은 28일 발표한 관련 보고서를 통해서도 대북 정보 전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핵 개발과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한 외교와 제재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고도의 정보통신 기술을 응용한 정보 유포 캠페인을 정책적으로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녹취: 백지은 연구원] “So formal means of punishing North Korea whether it’s their diplomatic engagement or track 1.5 diplomacy or increasingly harsher sanctions must continue…”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언론과 휴대전화 네트워크, 인트라넷 등에 침투해 외부정보를 유입시키는 방법, 대북 방송과 민간기구에 대한 지원 확충, 탈북자를 취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각종 훈련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백 연구원은 특히 탈북자들을 북한과 외부세계를 잇는 중요한 가교로 규정하고, 미국 정부가 북한 민주화라는 장기적 목표 달성을 위한 사전 전략으로 이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