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음성적으로 고리대금업을 하는 이른바 ‘돈주’들이 국가사업에까지 돈을 댈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김정은 정권도 자신들의 업적을 만드는 데 돈주들의 자금력을 활용하기 위해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문 기사 보기] Private Lenders Emerge as N. Korea’s New Middle Class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북한에서 사금융 발전의 주역인 이른바 ‘돈주’들의 사업 영역이 고리대금업은 물론이고 아파트 건설과 같은 국가사업에도 투자하며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임 연구실장은 10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북한과의 비즈니스와 금융’을 주제로 서울에서 개최한 국제학술회의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서 80여 명의 돈주들을 직접 인터뷰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임 연구실장은 북한이 김정은 정권 들어 추진한 창전동 아파트나 문수물놀이장 건설 사업에도 돈주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비록 사회주의 체제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지만 돈주가 북한사회에 시장경제 논리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임 연구실장은 또 시장 발달이 돈주들과 이들을 비호하는 권력층을 형성했고 이는 충성도와 출신성분에 기반을 둔 계층 구조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북한 정권 차원에서도 이들의 자금력을 정권의 업적쌓기에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 “지금 김정은은 가능하면 제재만 덜 사용하고 주민들이 갖고 있는 돈을 어떻게든 끌어들여 경제건설 업적도 자랑하고 자기들의 국가계획 목표도 달성하고 이러기 위해서 돈주를 활용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 맥락에서 돈주와 김정은 정권은 잘 협력해 가고 있다고 봅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의 계획경제가 붕괴되고 인플레 현상이 생기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공적인 금융시스템은 주민들로부터 외면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Initially I say around 2000 that annualized interest rate was roughly 150% now it has gone significantly down maybe about 60 maybe 70 maybe 50 % if you are lucky.”
란코프 교수는 북한 은행들을 대신해 소규모의 사적 금융들이 번성했고 2000년 즈음한 초창기 북한 사금융의 연 이자는 150%에 달했지만 돈 장사가 활성화하면서 지금은 50%까지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란코프 교수는 또 북한이 시장경제화 하면서 자금 대부는 물론 외화 거래나 자금이체 등 필요해진 금융 수요에 북한 은행이 적응하지 못한 것도 제도권 밖에서 사금융이 발전한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하지만 미무라 미쓰히로 환일본해 경제연구소(ERINA) 조사연구부장은 북한에서 사금융이 발달하고 있지만 북한 정권이 본격적으로 상업은행 설립을 허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무라 조사연구부장은 김정은 정권이 경제개혁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사기업까지 허용하진 않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김정일 시대에 법만 만들고 무산됐던 상업은행 설립을 김정은 시대에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