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미국 뉴스 헤드라인’입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하원이 논란 많은 남부연합기 철거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소식 오늘 첫 소식으로 전해 드리고요. 이어서 오바마 행정부가 새로운 공정주택 규정을 발표했다는 소식, 마지막으로 미국 커피점들이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몇 시간이고 앉아 자리를 뜨지 않는 손님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첫 번째 소식 보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정부 청사 앞에 걸려있는 남부연합기가 드디어 내려지게 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하원은 현지 시각으로 목요일 (9일) 새벽에 남부연합기 철거안을 승인했습니다. 문제의 남부연합기를 철거하려면 주 의회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데요. 94 대 20이란 압도적인 표차로 하원을 통과한 겁니다. 앞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상원은 지난 7일에 같은 내용의 법안을 표결에 부쳐서 36 대 3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진행자) 상원에서는 쉽게 통과됐지만, 하원에서는 통과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왔는데요. 하원에서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네요.
기자) 네, 여러 개정안이 나오면서 처음에는 빠른 시일 안에 통과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개정안 가운데는 심지어 주 청사 꼭대기에 걸려있는 미국 국기를 거꾸로 달자는 안까지 있었는데요. 오는 18일에 백인 우월주의 단체 쿠클룩스클랜이 주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의원이 그 때까지 철거안 처리를 미루려 한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13시간이 넘는 격렬한 토론 끝에 8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에 법안을 최종 통과시켰습니다.
진행자) 한 여성 의원은 철거안을 수정 없이 통과시키자면서 동료 의원들에게 눈물로 호소하기까지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40대 여성인 제니 혼 하원의원인데요. 혼 의원은 4분간 발언하면서, 증오의 상징인 남부연합기를 철거하려는 이 의미 있는 일에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부연합기가 내려지지 않는다면 찰스턴 총격사건으로 숨진 클레멘타 핑크니 목사의 부인과 두 딸들을 모욕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소리치면서 눈물을 흘렸는데요. 이 눈물의 호소는 토론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으면서 남부연합기 철거가 결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남부연합기를 내리자고 주장한 이 제니 혼 의원이 실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의 대통령이었던 제퍼슨 데이비스의 후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같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의회 움직임은 여론의 압박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니키 헤일리 주지사도 한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앞서 헤일리 주지사가 남부연합기를 철거해야 한다고 의회에 강력히 촉구하지 않았습니까? 헤일리 주지사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철거안이 하원을 통과하자 즉각 이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헤일리 주지사는 “오늘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 모두가 자랑스러워 해도 되는 날”이라면서 “상처를 치유해가는 가운데 진정으로 주민 모두를 단합시키는 날”이라고 말했습니다. 헤일리 주지사는 9일 오후 4시에 남부연합기 철거안에 서명하게 되고요. 금요일 (10일) 10시에 남부연합기가 공식 철거될 예정입니다. 철거된 깃발은 주 청사 인근에 있는 박물관에 보관됩니다.
진행자)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에 있는 흑인교회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난 지 3주 조금 지나서 남부연합기가 내려지게 됐는데요. 흑인교회 총격 사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남부연합기를 철거하자는 안은 의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지난달 17일에 20대 백인 청년이 흑인 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체포된 용의자 딜런 로프는 백인 우월주의자로 알려졌는데요. 로프가 남부연합기를 들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남부연합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진 겁니다.
진행자) 남부연합은 노예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미 연방에서 탈퇴한 남부 주들의 연합을 말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19세기 중반에 남북전쟁이 일어난 건데요. 논란이 되고 있는 남부연합기는 남북전쟁 당시 남군 사령관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 부대의 전투깃발이었습니다. 남부연합의 공식 깃발은 아니었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 남부연합을 상징하는 깃발로 널리 쓰여왔는데요. 특히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는 최초로 연방에서 탈퇴할 주이기 때문에, 남부연합기에 대한 자부심이 그 어느 주보다 높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이 남부연합기를 불편하게 생각해 왔는데요. 남부연합기가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헤일리 주지사는 남부연합기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 BRIDGE 1 ///
진행자) 미국 뉴스 헤드라인 두 번째 소식 보겠습니다. 바락 오바마 행정부가 새로운 공정주택규정을 발표했네요?
기자) 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가 주거지에 만연한 인종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주택규정을 발표했습니다. 이 새 규정은 미국의 각 도시와 지방 당국이 인종 차별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주택 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만약 규정을 따르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
진행자) 미국에는 공정한 주거 환경을 보장하는 공정주택법이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1968년 공정주택법(Fair Housing Act)이 발효됐는데요. 이 법은 주택을 사고 팔거나, 임대 또는 융자를 하는데 있어서 인종이나 성별, 가족 상황 등에 따른 불공평한 대우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당국과 도시들이 법망을 교묘히 벗어나 여전히 차별을 불러오는 주택 정책을 시행하면서 완전한 주거의 평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랐는데요.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시정하기 위해 과감한 주택정책을 추진하게 된 겁니다.
진행자) 새 주택 규정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기자) 주택도시개발부는 센서스 인구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방대한 자료를 제공할 예정인데요. 이 자료를 보면 어느 동네가 빈곤과 인종차별이 겹치는지, 임대주택에 사는 저소득층이 사는 지역에도 좋은 학교가 있는지, 또 가용 주택이 없는 마을은 없는지 등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이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 당국자들은 어떻게 지역간 빈곤과 인종 차별을 해소할 수 있을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건데요.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평등하고 균형 잡힌 도시 개발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는 도시나 지방은 정부 주택 기금이 중단되는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새 규정에 대해 미국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이 직접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죠?
기자) 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 훌리안 카스트로 장관은 사람들이 자신이 사는 동네의 우편번호 때문에 꿈이 제한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새 규정을 이행하지 않는 지역에 대한 처벌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불이익을 당하는 지역이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앞으로 새 규정이 잘 시행되도록 하기 위해 행정부가 지역 당국들과 굳건한 협력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새 규정이 발표되기에 앞서서 연방 대법원에서도 주택공정법과 관련한 판결이 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바로 2주전에 연방 대법원은 정부 기관이나 기업이 인종차별의 의도가 없었더라도 차별적인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공정주택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판결을 내린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대법원의 판결에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새로운 주택 규정까지 내놓자 인권단체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 NAACP의 힐러리 쉘턴 워싱턴 지부장은 이번 규정이 주거 평등과 차별 금지를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고요. 또 전국공정주택협회의 데비 골드버그 부회장은 센서스 인구조사 결과 5살 이하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소수인종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잘 자라지 못한다면 결국엔 미국이 제대로 서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주택 규정을 환영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보수층에서는 새 규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죠?
기자) 네, 보수주의자들은 이번 규정이 이미 정부의 무분별한 주택 정책으로 고통을 받아오고 있는 지방 당국에 또 다른 지침을 주는 데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있는데요. 일부 연방 하원의원들은 새 주택규정 실행을 위한 예산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애리조나 주 출신의 공화당 폴 고사 하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공정성이라는 미명하에 미국의 모든 지역을 똑같게 만들겠다는 유토피아적인 공상을 실현하기 위해 급진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 BRIDGE 2///
진행자) 미국 뉴스 헤드라인 마지막 소식입니다. 요즘 북한에서 커피 전문점이 인기라고 하죠? 커피를 좋아하는 미국에서는 커피점이 정말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런데요. 미국의 커피점들이 요즘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지 들어볼까요?
기자) 네, 여러분은 커피점에 가면 뭘 하십니까? 당연히 커피를 마시고 같이 간 사람과 대화를 나눈 후에는 가게를 떠나시겠죠? 그런데요, 미국에서는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하루 종일 가게에 죽치고 앉아있는 손님들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습니다. 커피점에 휴대용 컴퓨터인 노트북을 가져와 커피가 다 식을 때까지 몇 시간이고 앉아 개인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식당가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캠퍼스(Capmers)’ 그러니까 야영객들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하루 종일 커피점에서 야영을 하고 있는 이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사람들이 직장에서 일을 하면 되지 왜 커피점에서 일을 하는 걸까요?
기자) 미국에서 자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일주일 내내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하루 이틀 정도는 집에서 컴퓨터를 통해 원격 근무를 하는 직장인이 많은데요. 그런데 사람들이 집에서 혼자 앉아 일을 하니까 외롭기도 하고, 왠지 집안일을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집중이 잘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찾은 돌파구가 바로 커피점입니다. 요즘 미국에선 웬만한 커피점에는 다 노트북 전원을 연결할 수 있는 장치가 있고 또 무료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도 깔려 있기 때문이죠. 거기다 커피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커피를 내리는 소리 등이 오히려 일을 하는데 더 집중할 수 있게 하고 또 옆에 손님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동기부여도 받는 다는 겁니다.
진행자) 손님들로서는 커피 한 잔 하면서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어 좋겠지만 여러 손님을 받아야 하는 가게 주인들로서는 마음이 불편할 수 밖에 없겠네요.
기자) 맞습니다. 가게 주인들은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 때는 상관없지만 손님이 몰려드는 시간에는 몇 시간씩 앉아 있는 게 가게 운영에 지장이 된다는 입장인데요. 그래서 일부 가게들에서는 주인이 직접 몇 시간을 앉아 있는 손님을 찾아가 정중히 자리를 비워줄 것을 요청하거나 무료로 인터넷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해서 그 시간이 끝나고 나면 인터넷을 끊어버리는 방법을 쓰기도 한답니다.
진행자) 손님들의 반발이 있겠는데요? 내 돈 주고 커피 사먹고 좀 더 앉아서 일하는데 왜 그러냐? 이렇게 나오지 않을까요?
기자) 맞습니다. 가게 주인들은 손님들이 상당히 불쾌해 하고 가게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내기도 한다고 털어놨는데요. 하지만 정상적인 가게 운영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커피점은 개인의 공간이 아닌 공공의 장소죠. 하지만 심리 전문가들이 커피점을 찾는 사람들의 행태를 연구해본 결과, 커피 한 잔 값을 지불하면 그 돈에 커피값뿐 아니라 자릿세까지 포함이 돼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잠시나마 커피점을 공공의 장소가 아닌 자신의 개인 공간으로 여긴다는 거죠.
진행자) 그래서 손님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커피점들도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예 커피점의 일부 공간을 일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으로 만들어 놓고, 회원제를 도입해 매월 회비를 내면 몇 시간이든 와서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가게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스 헤드라인’ 김현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