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VOA 김근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유럽 국가들이 심각한 난민 사태 해결을 위해 20만 명의 난민을 분산 수용하도록, 유엔 난민기구가 촉구했습니다. 러시아가 시리아 아사드 정부의 ISIL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군용기와 병력을 파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호주가 중국의 해양 군사력 확대에 대응해, 미국과 인도 등이 실시하는 해양군사훈련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유럽 난민 사태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폭력과 빈곤을 피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이 급증하고 있고, 열악한 난민선에 몸을 싣고 지중해를 건너면서 안타까운 인명피해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유엔 난민기구의 안토니오 구테레스 최고대표는 오늘(4일) 성명을 내고, 유럽 국가들이 난민 사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아 하며, 구체적으로 20만 명 규모의 난민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올해 들어 이미 수천 명의 난민이 목숨을 잃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국제이주기구가 이번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도착한 난민 수가 이미 35만 명을 넘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사망한 난민도 2천600명에 이릅니다. 난민들은 불법 밀입국 업자들을 통해 유럽으로 향하면서 보호 받지 못하고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데요. 대부분 지중해를 건너다 배가 전복되는 등의 사고로 숨진 겁니다. 또 지난주에는 오스트리아의 한 도로에 버려진 냉동차 안에서 시리아 출신 등 난민 70여명이 질식사한 채 발견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더 이상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인데...하지만 그동안 유럽 국가들이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해 분열된 모습을 보여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난민 문제에 대한 각 국의 입장이 크게 달라서, 지금까지는 난민 사태를 방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구테레스 대표는 오늘 성명에서 유럽연합 차원에서 모든 회원국들이 강제적으로라도 참여하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구테레스 대표는 현재 난민 사태가 매우 심각한 만큼 대규모 이주 프로그램을 신속히 가동하고, 앞서 말씀드린대로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20만 명의 난민을 분산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구테레스 대표는 지금 유럽은 난민 사태의 결정적인 순간을 맞고 있으며, 각 국이 계속 분열된 모습을 보인다면 밀입국 업자들만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앞서 비슷한 방안을 제안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독일은 유럽에서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하는 나랍니다. 난민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고요. 메르켈 총리는 이번주 초 유럽연합 각국이 경제력과 크기 등에 따라서 난민을 분산 수용할 것을 제안했고요. 구체적으로 유럽연합 차원에서 난민 유입이 많은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에 이들의 수속을 담당할 사무소를 설치하고, 난민들이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는 나라의 목록을 만들어서 원하는 곳에 정착하도록 돕자고 제안했었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어제(3일)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하고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 두 나라는 유럽연합이 회원국에 구속력 있는 난민 수용 쿼터를 부과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구테레스 유엔 난민최고대표의 성명도 나온 것입니다.
진행자) 하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의 동의가 필요한 것 아닙니까?
기자)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데요.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유럽의 인구는 5억명이라면서, 난민들이 소수의 나라에 집중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다수의 난민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다음 주 대규모 난민 분산 수용안을 제안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그동안 난민 수용에 부정적이었던 영국도 오늘 난민 추가 수용 입장을 밝혔는데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얼마전 터키 해변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 시리아 소년의 사진을 언급하면서, 큰 슬픔을 느꼈고, 영국은 앞서 약속한 5천 명 외에 수천 명의 난민을 더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수십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독일에 비하면 적은 숫자죠.
진행자) 조금 전에 언급한 터키 소년의 사진이 전 세계에 충격을 줬죠?
기자) 아일란 쿠르디라는 세 살 배기 소년인데요. 시리아 출신으로 가족과 함께 내전을 피해 터키로 탈출했고, 다시 유럽으로 가기 위해 그리스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가, 익사한 채 터키 해변에서 발견됐는데요. 인형처럼 작은 몸집의 꼬마가 해변에 얼굴을 묻은 채 엎드려서 숨져있는 모습은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운 광경이었습니다. 터키 사진기자가 찍은 사진은 순식간에 각 국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퍼졌는데요.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진이었습니다.
진행자) 많은 난민들이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유럽으로 향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시리아 등 폭력 사태로 갈 곳이 없어진 난민들에게 유럽행은 생사가 달린 문제인데요. 아일란의 가족도 쿠르드족 출신으로 시리아 코바니에서 내전을 피해 다마스쿠스로 왔다가, 다시 터키로 탈출한 상황이었습니다. 아일란은 사고가 난 날 아버지와 어머니, 다섯살 형과 함께 작은 배에 탔는데요. 배에는 모두 12명이 난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배가 출발한 직후 파도가 높자 선장은 배를 버리고 혼자 달아났고, 어쩔 수 없이 아일란의 아버지가 배의 키를 잡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배가 뒤집어졌는데요, 배에 있던 구명조끼 등은 모두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결국 가족과 다른 난민들은 배에 매달려서 구조를 기다리다가, 어머니와 어린 형제는 익사한 채 발견됐고, 아버지만 목숨을 건졌습니다. 아버지도 가족을 잃고 깊은 슬픔에 빠졌는데요. 자신은 더 이상 유럽으로 갈 마음이 없으며, 고향인 시리아 코바니로 돌아가서 가족들을 묻은 뒤 무덤 곁에 죽을 때까지 앉아있을 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헝가리의 기차역에도 난민 수천 명이 발이 묶인 채 오도가도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이들은 헝가리 정부가 난민들이 비자 없이도 서유럽으로 가는 기차에 탈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다페스트 켈레티 역에 모였는데요. 첫 날엔 2천 명 넘는 난민이 기차를 타고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헝가리 정부가 난민을 통제하지 방관하면서 난민 문제를 주변국에 떠 넘긴다는 비난이 일자 하루만에 난민들의 기차 탑승을 막았습니다. 켈레티 역 주변에서 노숙하던 난민들은, 경찰이 철수하자 너도나도 열차에 올라탔는데요. 이 기차는 목적지로 가지 않고 인근 비츠케 역에 멈췄습니다. 난민들은 캠프로 돌아가면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 어려울 거란 생각에, 하차를 거부하고 독일로 가도록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난민과 헝가리 경찰은 이틀째 대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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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다음 소식입니다. 러시아가 시리아에 군용기와 병력을 파견했다는 주장이 나왔군요?
기자) 우선 러시아는 부인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사실이라면 러시아의 시리아 사태 개입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은 건데요. 그런 주장이 나온 건 최근 시리아 정부군 병사들이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 주 인근에서 러시아제 전투기와 무인기 등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기 때문입니다. 이 사진에는 러시아 공군에서 운용하는 최신 수호이-34 전투기로 보이는 기체도 있었습니다. 러시아가 개입했다면 시리아 아사드 정부의 ISIL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서란 관측입니다.
진행자) 미국 백악관도 관련 입장을 밝혔다고요?
기자) 어제(3일)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오면서,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이 답변을 했습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관련 보도를 접했고 면밀히 관찰 중이라면서, 하지만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대한 군사 지원은 목적에 상관 없이 역내 안정을 저해하고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러시아가 보도 내용에 대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설사 ISIL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도,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선 안된다는 거군요?
기자) 미국은 아사드 정권이 자국민을 탄압하는 등 정당성을 잃었으며,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선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러시아의 아사드 정권에 대한 지원에 반대하면서, ISIL 격퇴를 위해서 국제 연합군에 동참할 것을 촉구해왔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의 몇 안되는 우방으로, 그동안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아사드 정권의 입장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진행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늘 시리아 사태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는 소식도 있군요?
기자) 푸틴 대통령은 오늘(4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났는데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조기 총선을 통해 반군 측에 권력 일부를 넘길 준비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아사드 대통령이 조기 총선으로 가는 모든 방안을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면서, ISIL이라는 공동의 적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미국은 아사드 정권이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고, 시리아의 온건파 반군도 정치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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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계속해서 아시아 안보 관련 소식입니다. 호주가 중국의 해양 군사력 확대에 대응해, 미국과 인도 등이 실시하는 해양군사훈련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고요?
기자) 인도를 방문 중인 케빈 앤드루스 호주 국방장관이 어제(3일) 밝힌 내용입니다. 앤드루스 장관은 다음달 미국과 인도, 일본이 인도양 뱅골만에서 벌이는 말라바르 합동 군사훈련에 참가하기를 원한다면서, 초대를 받는다면 수락한다는 것이 호주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호주가 다른 나라들과 그 동안에도 군사적인 협력 관계가 있었는데, 굳이 이런 입장을 밝힌 건 중국 때문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말라바르 군사훈련'은 인도 군이 주관하는 데, 중국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온 훈련입니다. 호주와 일본은 지난 2007년 싱가포르, 미국과 함께 뱅골만에서 열린 훈련에 참가했었는데요, 중국이 매우 강하게 반발하자 이후 불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8년 만에 말라바르 훈련에 참가하기로 했고, 호주도 공개적으로 참가 의사를 밝힌 겁니다.
진행자) 그만큼 최근 중국의 해양 군사력 확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거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인공섬과 군사시설을 건설하고 군사 활동을 늘리면서 주변국들의 우려가 높아져왔는데요. 앤드루스 장관은 남중국해의 전략적 경쟁 관계가 고조되고 있다면서, 훈련을 확대함으로써 예기치 않은 군사적 행동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앤드루스 장관은 또 호주가 앞서 훈련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던 건 실수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아직 앤드루스스 장관의 발언에 대한 입장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올해 훈련 규모가 확대되는 데 대해 2007년보다 더욱 강하게 반발할 거란 전망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구촌 오늘' 김근삼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