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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대법원, 해외 피폭자 치료비 전액 지급 판결...'북한에도 2천명'


일본 정부가 해외에 사는 원폭 피해자에게도 치료비를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일본에서 처음 확정됐다. 일본 대법원 제3부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이홍현 씨 등이 일본 오사카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료비가 전액 지급되지 않는 것은 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는 판결을 8일 확정했다.
일본 정부가 해외에 사는 원폭 피해자에게도 치료비를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일본에서 처음 확정됐다. 일본 대법원 제3부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이홍현 씨 등이 일본 오사카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료비가 전액 지급되지 않는 것은 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는 판결을 8일 확정했다.

일본 정부가 외국에 사는 원폭 피해자에게도 치료비를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일본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살고 있는 원폭 피해자들이 혜택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8일, 일본 정부가 해외에 사는 원폭 피해자들에게도 치료비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원폭 피해자들이 어디에 살든 일본 정부가 치료비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겁니다.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이 같은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일본의 ‘피폭자원호법’은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자의 의료비 가운데 환자 본인 부담분을 국가가 전액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일본 정부는 원폭 피해자가 일본 아닌 다른 나라에서 치료를 받으면 이를 원호법에 따른 의료비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상한선 이내에서 의료비를 지원해 왔습니다.

현재 이 상한선은 연간 미화 2천5백 달러입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번 최고재판소 판결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신속하게 해외 원폭 피해자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해외 원폭 피해자는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33개 나라에 약 4천2백 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본 최고재판소의 이번 판결로 일본 정부로부터 치료비 전액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살고 있는 원폭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로부터 치료비를 지급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원폭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피폭자 건강수첩’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일본으로 건너가 피해자 등록을 한 뒤 건강수첩을 받아야 하지만, 북한의 원폭 피해자들이 자유롭게 일본을 방문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일본 정부가 북한 원폭 피해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들에게 건강수첩을 발행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납치 문제로 북-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단됐습니다.

1945년 원폭 피해자 중 북한으로 돌아간 사람은 2천 명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1959년 재일 조선인 북송사업 때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1년 일본 정부 조사에서 이들 가운데 928 명이 살아있는 것으로 집계됐고, 2008년 조선원자탄피해자협회 조사에서는 생존자 수가 382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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