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 씨의 부모를 평양으로 초청할 의사를 일본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북한의 ‘회유책’으로 보고 응하지 않았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납북 일본인의 상징적 인물인 요코타 메구미 씨의 부모를 평양에 초대하고 싶다는 뜻을 일본에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15일 보도했습니다.
`교도통신'은 일-북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지난해 여름 이후 메구미 씨 부모 초청 의사를 일본 정부에 몇 차례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메구미 씨가 낳은 딸, 즉 손녀인 김은경 씨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납치 문제 재조사가 진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회유책’을 쓰는 것으로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고 `교도통신'은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 통신에 “일본을 흔들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말했습니다.
메구미 씨의 어머니인 사키에 씨는 `교도통신'에 “일본 정부로부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메구미 등 납치 피해자 전원이 돌아온다면 그 후에 손녀와도 자유롭게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메구미 씨의 부모는 지난해 3월 몽골의 울란바토르에서 손녀인 은경 씨와 은경 씨의 남편과 딸을 처음 만났습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메구미 씨 부모를 평양에 초청하려 했지만 이들은 “북한에 이용당할 뿐”이라며 거절해 왔습니다.
요코타 메구메 씨는 13살이던 지난 1977년 항구도시인 니가타에서 배드민턴 연습 후 귀가하다 실종됐습니다.
이후 1997년 1월에 일본에 망명한 북한 공작원의 폭로로 메구미 씨가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 당해 평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2년 평양에서 열린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북한은 메구미 씨가 우울증을 겪다 자살했다며 2004년 유골을 일본 측에 넘겼지만 감정 결과 가짜 유골로 드러났습니다.
일본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증거 제시가 없는 이상 생사 여부가 불분명한 납치 피해자가 모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전제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일본은 지난해 5월 말 일본인 납치 피해자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전격 합의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지난해 7월 4일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고, 일본은 이에 맞춰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늦어도 초가을까지 초기 조사 결과를 통보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후 양국 간 협상은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고, 지난해 10월 이후에는 공식 협의가 완전히 중단된 상태입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