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주제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자) 미국을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큰 배에 비유한다면, 이 배의 키를 잡은 사람을 누구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배가 오른쪽으로 갈지, 왼쪽으로 방향을 틀지를 결정하는 사람들. 바로 미국의 연방대법관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방대법관들은 법을 만드는 사람을 아니지만, 그 법을 해석하는, 그러니까 법이 지향하는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오늘은 이들 대법관 중에서도 특히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화요일(29일)이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이 취임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라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로버츠 미 연방대법원장은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인 2005년 9월 29일 제17대 대법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취임 당시 나이가 50살이었는데요. 존 제이 초대 대법원장과 제4대 존 마셜 대법원장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최연소 대법원장으로 임명됐고요. 당시 연방 대법관 9명 중에서도 가장 젊은 나이였습니다.
진행자)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지명을 받는 자리지 않습니까? 2005년이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지명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로버츠 대법원장은 같은 해 7월 은퇴를 발표한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명됐었습니다. 대법원장뿐 아니라 대법관 역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고 연방 상원의 인준청문회를 통과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로버츠 대법원장이 상원 인준청문회를 앞둔 상황에서 윌리엄 렌퀴스트 당시 대법원장이 갑자기 사망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대법관 후보였던 로버츠 지명자가 대법원장으로 지명됐죠.
진행자) 상원 인준청문회가 굉장히 까다로운 거로 알려졌는데요. 로버츠 대법원장은 무난히 통과했다고요?
기자) 네, 로버츠 대법원장은 상원 표결에서 찬성 78표대 반대 22로 인준안이 통과됐습니다. 사실 로버트 대법원장은 공화당 대통령인 부시 전 대통령이 인준한 만큼 보수 성향의 법조인이었는데요. 보수적이긴 하지만 또 유연한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준 투표에 참여한 공화당 의원 대다수는 물론이고 민주당 의원들까지 지지해 초당적인 지지를 끌어냈었죠. 하지만 당시 상원의원이던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진행자) 저는 언론을 통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모습을 볼 때마다 부드러운 인상 때문인지 딱딱한 법조인처럼 보이지는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미 젊은 나이부터 인정을 받는 법조인이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뉴욕에서 태어난 로버츠 대법원장은 학창시절부터 그야말로 수재로 이름을 날렸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학업 성적은 물론이고 학교 미식축구팀 주장으로도 활동했고요. 미국 최고 명문인 하버드대학 역사학과에 입학한 로버츠 대법원장은 학부를 3년 만에 최우등으로 졸업합니다. 이후 하버드대 로스쿨 그러니까 법률 전문 대학원에 입학했는데요. 1979년 로스쿨도 우등으로 졸업하게 되죠. 로버트 대법원장은 로스쿨 졸업 후 법률회사의 변호사로 일했고요. 1980년부터 1년여 동안은 당시 대법관이었던 윌리엄 렌퀴스트 전 대법원장의 사무실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장에 오르기 2년 전인 2003년엔 워싱턴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됐었습니다.
진행자) 이후 연방대법원장에 올라 10년간 활동을 했는데, 이 대법원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자리인가요?
기자) 네, 대법원장에 대해 설명 드리기 앞서 연방 대법원이 어떤 곳인지 먼저 설명해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연방 대법원은 미국의 최고 사법기관이자 사법부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미국 헌법을 기준으로 최종 판단을 내리는 역할을 합니다. 연방대법원은 모든 사건을 담당하지는 않고요. 연방 하급법원에서 올라온 사건이나, 주 대법원에서 올라온 사건, 또 고위 인사들이 관련됐거나 주들 간에 발생한 소송의 경우 1심 관할권을 갖기도 하죠.
진행자) 그럼 연방대법원장은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하는 거죠?
기자) 연방대법관은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다수결에 의해 판결을 내립니다. 그러니까 대법원장이라고 해서 독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고 대법관 9명 중 1명으로 1표를 행사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대법원장으로서 권위는 있습니다. 대법원장은 대법원에서 심의하는 판례에 대해 첫 번째로 표를 행사합니다. 그리고 대법원이 의견을 제출할 때 의견안을 작성할 대법관을 지명할 수 있죠. 대통령의 탄핵 재판을 담당할 권한이 있을 뿐 아니라 대통령에 취임 선서를 주재하기도 하고요. 물론, 연방대법원장은 8명의 다른 대법관들에 비해 보수도 더 많이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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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미국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존 로버츠 대법원장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을 보면 대법관들의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더라고요? 현재 대법관들의 성향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공화당 정부 시절 임명된 대법관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포함해 모두 5명이고요. 민주당 정부 시절 임명된 대법관이 4명입니다. 미국에서는 보통 공화당과 민주당 성향을 보수와 진보로 구분하니까요. 보수적인 성향의 대법관이 더 많은 거죠.
진행자) 그런데 로버츠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이 된 이래 의외로 진보 쪽 판결이 더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기자) 네, 일명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부터 동성결혼 합헌 판결까지 최근 연이어 진보적 판결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 판결이 나오기 전에도 지난 6월 22일까지 심의한 사건의 54%가 진보적 판결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그래서인지 로버츠 대법원장이 공화당으로부터 비난을 많이 받고 있지 않습니까? 공화당 대선 후보들 역시 로버츠 대법원장에 대해 비판하고 있고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로버츠 대법원장으로선 이 부분이 좀 억울할 것도 같은데요. 보수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지만 알고 보면 로버츠 대법원장은 줄곧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간 로버츠 대법원장이 손을 들어준 사건 가운데 58%가 보수성향 이라고 합니다. 보수 대법관으로 꼽히는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이 61%에서 65%인 것에 비하면 조금 낮은 수치이긴 하죠. 하지만 로버츠 대법관은 한두 표로 차이가 나는 사안에 대해선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하지만 자신의 표가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그렇게 고집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대법원의 판결이 진보적인 판결로 나왔다고 해서 꼭 로버츠 대법원장이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는 건 아니라는 거죠.
진행자) 로버츠 대법원장이 취임 후 굵직한 판결들이 꽤 있었죠? 이들 사안에 대해서도 대부분 보수적인 판결을 내린 겁니까?
기자) 맞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0년에 있었던 ‘시티즌스 유나이티드 대 연방선거관리위원회’ 판결이었는데요. 시티즌스 유나이티드는 보수적인 비영리단체로 2007년 대선 기간에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불리게 작용할 수 있는 기록물을 방영하려고 하자 연방선거관리위원회가 기록물이지만 선거광고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방송을 금지하면서 불거진 사건인데요. 당시 대법원은 5대 4로 시티즌스 유나이티드의 손을 들어줍니다. 대법원의 판결에 민주당은 영향력이 막강한 기업 등 돈이 정치를 휘저을 수 있게 됐다고 반발했죠.
진행자) 선거법과 관련해서도 보수적인 판결이 나오지 않았나요?
기자) 맞습니다. 바로 유명한 ‘셸비 카운티 대 홀더’ 사건인데요. 미 남부 앨라배마 주 셸비 카운티가 당시 연방 법무장관이었던 에릭 홀더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한 판결이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5대 4로 ‘투표권법’ 제4조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는데요. 논란이 된 제4조는 선거법을 개정할 때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지역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들이 선거법을 손쉽게 개정하게 하는 판결이 나오자 시민단체들은 투표권법의 핵심을 무너뜨리는 판결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진행자) 그럼 최근 나온 동성결혼 합법화와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건강보험제도, 오바마케어의 합법화 판결은 어떻게 나온 건가요? 둘 다 진보성향의 판결이었는데요?
기자) 네, 우선 동성결혼은 5대 4로 합법화 판결이 났지만 로버츠 대법관은 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중도성향인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합법화 판결이 난 건데요. 로버츠 대법관은 반대 의견에서 사법기관인 연방대법원이 입법기관의 역할까지 하는 일종의 월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는데요. 동성결혼에 대한 문제는 헌법이나 연방대법원이 판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거였죠.
진행자) 오바마 케어는 어떻습니까? 지난 2012년과 2015년 두 번 다 합헌에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2012년엔 건강보험의 쟁점 가운데 하나인 의무가입과 벌금 조항이 합헌판정을 받았고 이후 정부 보조금 조항이 문제가 되면서 2015년에 또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는데요.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의회는 건강보험시장을 망치려는 게 아니라 개선하기 위해 건강보험개혁법을 통과시켰던 것이라면서, 재앙적 결과를 피하려면 전국적 차원의 보조금 제공이 요구된다고 적시했습니다. 이렇게 로버츠 대법원장이 오바마 케어 문제에서는 행정부 손을 들어주면서 공화당으로부터 진보적이란 비판을 받는 있는 겁니다.
진행자) 네,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존 로버츠 대법원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김현숙 기자 잘 들었습니다.